
취준생 “몸에 문신 있다고 면접서 불이익 받았다”
불법 제거시술 부작용 노출… 피부 색소 파괴
손목에 새 모양 문신을 가진 한모(28·여)씨.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한 씨는 반년이 넘도록 취업을 하지 못했다. 최종면접까지 올라가도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거듭된 실패에 한 씨는 규모가 작고 연봉이 적은 회사까지 문을 두드려봤지만 원하는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 한 씨는 “반년 동안 면접에서 계속 탈락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대답도 완벽했고 면접관과 분위기도 좋았다”며 “밤에 잠도 못 자고 고민했는데 우연히 어느 면접장에서 문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 씨는 지난해 9월 중소기업 면접장에서 면접관이 자신의 손목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부터 면접관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는 것도 목격했다. 문제는 바로 한 씨의 손목에 새겨진 문신이었다. 면접관은 한 씨에게 ‘문신이 어디가 좋은지’ ‘지울 생각은 없는지’ ‘주변 반응은 어떤지’ 등에 대해 물었다. 한 씨는 그날 면접장에서 나온 뒤 바로 피부과에 전화를 걸어 문신 지우는 시술을 예약했다. 한 씨는 “문신이 면접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 면접관은 내 손목을 본 뒤 나에게 태도가 변했다”며 “문신을 지운 뒤 2개월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이후 주변에 문신을 한 사람이 있으면 면접 보기 전에 지우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에게 문신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한 씨의 사례처럼 몸에 문신이 있으면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원자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는 면접관도 있다.
몸에 문신 있으면
행실이 불량?
강모(28)씨는 지난 3월 면접에서 면접관에게 무시를 당한 기억이 있다. 지원자 3명씩 진행된 면접에서 면접관이 강 씨에게만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강 씨는 자기소개 말고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이에 면접관에게 “나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가 쓴소리를 들었다. 강 씨는 “좋아하는 문구를 팔에 문신으로 새겼다. 자기소개에서 이 사실을 말했다. 그런데 면접관이 문신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며 “나에게 ‘몸에 문신을 새기고 다니는 사람들은 안 봐도 뻔하다.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나모(26·여)씨는 발등에 별 모양 문신을 본 면접관에게 문신에 대한 질문만 받기도 했다. 면접관은 다른 지원생에게는 업무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지만 나 씨에게는 문신에 대한 질문만 던진 것이다. 이날 나 씨는 집에 오자마자 문신 지우는 방법을 찾았다.
이처럼 문신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취준생들이 문신을 지우기 위해 병원을 찾고 있다. 병원 역시 이러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쳤다. 대형포털사이트에 ‘문신 지우는 병원’을 검색하면 다수의 병원 사이트가 안내된다. 문신전문 클리닉까지 생겨났다.
문신제거 시술에 드는 비용은 문신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30만 원부터 많게는 6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돈을 아끼려는 사람들은 병원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다.
돈 아까워 민간요법
평생 흉터 남긴다
일부는 집에서 스스로 문신을 지우는 방법을 택한다. 포털사이트에서 ‘문신 지우는 방법’을 검색하면 염산, 빙초산, 양잿물 등을 이용해 문신을 지울 수 있다는 안내글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이 방법을 사용한 사람들은 “문신은 지워졌지만 흉터가 남는다” “담배자국 같은 흉터가 생겼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사용해 문신을 지워봤자 흉터라는 다른 문제가 남는다. 문신은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로 지울 수 있지만 흉터는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는 가격이 저렴한 문신 전문점에서 시술을 받는 방법을 택한다. 이런 문신 전문점은 ‘병원과 같은 시설’에서 ‘병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시술을 받을 수 있다고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정식 면허 없이 불법으로 시술하는 곳이 많다. 의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전문의가 아닌 경우도 있다.
저렴한 가격에 속아 민간요법이나 불법 시술점을 찾은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문신 부위가 녹거나 흉터가 생기거나 아니면 피부가 부어있는 부작용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피부과 전문의는 “민간요법을 사용하거나 허가 받지 않은 곳에서 문신제거 시술을 하는 경우 부작용에 노출되거나 피부 색소가 파괴될 수 있다”며 “문신제거 시술은 전문적인 숙련도를 가진 의료인에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