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ㅣ 산경팀] 재계 3·4세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경영권을 넘겨받았거나 후계 구도 완성을 목전에 둔 재계의 3세들과 경영 수업이 한창인 4세들이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직원들과 소통하고 함께 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를 따르라’가 아닌 ‘나와 함께’로 유대관계를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보스’가 아닌 ‘리더’로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요서울>도 창간 21주년에 맞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글로벌기업 예비황태자 21인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이재용 글로벌 M&A 시장에 보폭 넓혀
정의선 고성능차 개발·문화 마케팅 역점
김동관 한화 빅딜 경영 전반 얼굴 내밀 듯
조현준 IT사업 확대 등 사업 다각화 주도
박서원 광고계 유명인사…사회공헌 행보도
이선호 방학 때마다 CJ 인턴사원 실무 익혀
재계가 젊어지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30~40대 3세들이 있는가 하면,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는 20~30대인 3~4세도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곳이 삼성이다. 이미 삼성의 변화는 변화무상하다는 평이 많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자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굳건하게 일을 해나아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M&A 시장에서 ‘알짜’를 수확하고, 그의 야심작 ‘갤럭시S6’로 품질은 물론 실적 등에서 세계 평단과 소비자들로부터 눈도장을 찍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7조 원, 영업이익 5.9조 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10.87%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1.53% 증가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5조4000억 원)보다 5000억 원 이상 많은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선전과 그동안 쌓인 스마트폰 재고를 털어낸 것이 이번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개선에 이어 갤럭시S6 판매가 본격화하는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더 큰 폭으로 늘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글로벌 M&A 시장 등에서 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보아오포럼 등을 통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카드사 CEO,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나델라 MS CEO, 휘트먼 HP CEO,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글로벌 리더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며 명실상부 ‘글로벌 경영인'으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역시 글로벌 리더가 꼭 갖춰야할 덕목 중 하나다.
이미 이 부회장의 1년 성적표는 ‘합격점'이라는 자평도 많다.
재계 전문가는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와병 중에도 사업구조 개편 등에서 신속적인 결단력 등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 경영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 역시 재계 2위인 현대차의 후계자로서 승계 작업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이에 따라 재계 라이벌인 삼성과 현대가 ‘이건희 대 정몽구’에 이어‘이재용 대 정의선’으로 ‘3세 대결’ 구도를 펼치게 됐다. 나이는 이 부회장이 1968년생으로 정 부회장보다 두 살 많다.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들어 부쩍 보폭을 늘리면서 자신만의 사업분야를 알뜰히 개척하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분야는 ‘문화 마케팅’과 ‘고성능차 개발’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화 마케팅 없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도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서울 강남과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 잇달아 브랜드 복합문화공간을 개소했다.
이와 함께 고성능차 개발계획인 ‘N프로젝트'도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17년께 BMW의 ‘M',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등과 나란히 하는 고성능 모델을 내놓는다는 목표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08년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주영 3세'다.
LG그룹도 지난해 연말 께 ‘2015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LG그룹 장자인 구광모 (주)LG 시너지팀 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구 상무는 LG전자를 거쳐 올해 4월 지주사인 (주)LG로 이동한데다, 맡은 업무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 사업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어느 정도 예견된 인사다.
올해 37세인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한 뒤 2007년부터 3년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국 뉴저지 법인에서 근무했고 2013년 초 국내에 돌아와 LG전자에 둥지를 틀었다. LG전자에서 서울 본사와 창원공장을 오가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올 4월 지주사로 이동한 이후에는 핵심 전략사업 간 시너지를 찾으며 그룹 전반의 업무를 익히는 중이다.
구 상무는 LG 내부에서 평소 온화한 성격의 예의바른 청년으로 불리고 있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상당히 열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구 상무에 앞서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는 31세의 나이에 임원 반열에 올랐다. 정 상무는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국회의원의 장남이다. 지난해 10월 인사에서 승진한 이후 최악의 영업실적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그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 상무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에 재입사해 경영기획팀과 선박영업부 부장을 겸임했다. 사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핵심 부서를 거친 셈이다. 상무로 승진하면서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실로 자리를 옮겼다. 경영수업을 강화하면서 기획과 조정, 재무 등 경영활동의 핵심업무를 맡아 활약하고 있다.
보폭과 사업
함께 넓히는 황태자들
최근 삼성과 한화의 ‘빅딜’로 재계를 뒤흔든 김동관 한화그룹 상무의 보폭도 넓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빅딜은 한화그룹의 승계구도와 무관하지 않은 대규모 거래라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화그룹이 이번 빅딜을 통해 계열사로 편입한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을 지배하는 중간 지주사가 사실상 한화에스앤씨(S&C)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승연 회장 복귀와 함께 김동관 상무가 그룹 경영 전반에 얼굴을 내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화에스앤씨는 이번 빅딜로 그룹 최상위 기업인 한화와 별도로 6개의 국내 계열사를 거느린 사업형 지주사의 자리를 공고히 하게 됐다. 한화에스앤씨는 현재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또 그룹 내 광고 물량을 독식하고 있는 한컴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소규모 기업인 휴먼파워와 드림플러스아시아유한회사 등 2개의 특수목적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화에스앤씨가 지주사인 한화의 그늘에서 벗어나 지배하는 그룹 자산은 1조6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빅딜로 완전자회사인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사실상 그늘 밑에 두게 되는 그룹 계열사 자산은 10조 원에 이른다. 국내 대기업 집단 지정 규정이 총자산 5조 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한화에스앤씨는 국내 20위권 내에 들어갈 수 있는 소규모 그룹 지주사로 탈바꿈한 셈이다.
한화에스앤씨가 그룹 지배구조상 김승연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지주사인 한화와 별도로 떨어져 있는 부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화에스앤씨의 최대주주는 김동관 상무다. 김동관 상무는 회사 지분 50%를 보유해 사실상 10조 원을 웃도는 그룹 자산을 자신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빅딜로 한화그룹 국내 계열사 총자산이 50조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김동관 상무의 지배 체제 하에 그룹 자산의 25%가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김동관 상무 입장에서는 이번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의 인수는 그룹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재계 2·3세들의 공격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경영이 이어지는 가운데 효성의 조현준(47) 사장과 조현상(44) 부사장 형제의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효성그룹에 따르면 전략본부 사장과 섬유사업부문장·정보통신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조현준 사장은 최근 IT 사업 확대를 통한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 다각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범LG가 3세인 구본호씨와 손잡고 게임업체인 액션스퀘어 지분을 사들였으며 앞으로도 IT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또 에너지와 IT를 융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으며 계열사인 효성ITX를 통해 클라우드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중이다.
이는 그룹 매출 비중이 높은 중공업·화학섬유 부문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구조를 다각화한다는 취지다. 최근 이상운 부회장 등 다른 효성 경영진이 IT 발달에 따른 기업환경 변화와 대응방안 등을 부쩍 많이 언급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형에 비해 공식 석상에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조현상 부사장은 주로 산업자재 사업, 화학 사업을 이끌며 최근에는 특히 신소재 사업 육성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울산에 짓고 있는 폴리케톤 공장이 조 부사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 중 하나다. 효성이 10년여간의 연구 끝에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폴리케톤은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다.
조현상 부사장은 지난해 프랑스·중국·미국 등지에서 열린 주요 산업소재 전시회를 통해 ‘탄섬(효성의 탄소섬유 브랜드)'을 알리고 해외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북의 창조경제혁신센터 개관을 지휘하며 국내 ‘탄소섬유 강소기업' 육성 기반도 구축했다. 조현상 부사장이 이처럼 신소재에 공을 들이는 것 역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다. 현재 효성의 매출(지난해 약 12조 원) 중 40%[38면에 계속] [37면에 이어]가량은 화학·섬유 부문에서 나오지만 중국 등 후발주자들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높은 제품 위주라 변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효성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두 형제가 경영인으로서 넓은 시야를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확정되면서 그룹 내 3세 경영 승계 구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자회사인 정석기업(건물 임대·관리업)은 지난 4월 2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올 6월 30일 합병을 결의했다. 정석기업을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나눈 뒤 투자 부문은 한진칼이 흡수합병하고 사업 부문은 한진칼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합병 이후 한진칼 지분율이 기존 15.6%에서 17.8%로 높아져 그룹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조 회장의 3세 경영 승계의 복심(腹心)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의 지배력이 절대적인 만큼 결국 3세 경영 승계 구도는 아버지인 조 회장에 의지에 달려 있다.
조 회장은 그동안 자녀들에게 공평하게 지분을 분배해 왔다. 한진가 3세들은 지배구조의 핵심 축인 한진칼 지분을 비슷한 규모로 보유 중이다.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 2.48%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도 한진칼 지분 2.48%와 2.47%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한진그룹이 업무 영역에 따라 3개로 나뉘어 배분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장녀 조 전 부사장에겐 호텔과 관광 사업을, 둘째 조 부사장에겐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내 주력 사업을, 막내 조 전무에게 저가항공사(LCC)인 진에어 등의 계열사를 나눠 주는 형태다.
그러나 ‘땅콩회항'이후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내 모든 직을 내려놓으면서 3세 후계구도는 장남인 조 부사장에게 집중되는 모양새다.
보령제약그룹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83)은 네 명의 딸을 두고 있다. 현재 보령제약은 김 회장의 장녀인 김은선 회장이 경영하고 있으며, 둘째 은희 씨, 셋째 은영 씨는 경영과는 동떨어져있다, 막내인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46)이 보령제약의 핵심계열사를 맡고 있다. 그런데 김은선 회장의 아들 정균씨가 지난해 1월 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활약하고 있다.
김 이사는 근무 전부터 지주사인 보령 지분의 25%(13만2천주)와 보령제약 지분 1.39%(110만6천930주) 등을 소유하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유 씨에서 어머니 성인 김 씨로 개명하며 김은선 회장의 뒤를 이을 보령제약의 후계자로 해석되고 있다.
독특한 끼와 재능으로 의외의 매력을 발산하는 차세대 리더도 등장한다.
튀는 재능으로
차세대 리더 넘보나
그 대표적 인물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이다. 그는 이미 국내외 광고계에서 유명인사로 통한다.
박 부사장은 세계 광고인들의 등용문인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출신으로 2006년 광고회사 빅앤트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10월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에 합류해 모든 광고 캠페인을 총괄하고 있다.
앞서 2009년 반전을 테마로 한 광고 작품으로 5개 주요 국제 광고제를 석권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남다른 사회공헌 행보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6월 미혼모 방지와 낙태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콘돔 사업에 뛰어들었던 그가 최근에는 과수 농가를 돕기 위해 상처가 나 상품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과일로 만든 잼 ‘이런쨈병’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성한 역시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충무로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영화 ‘스페어’(2008년) ‘바람’(2009년) ‘히트’(2011년)로 이름을 알린 그는 지난 2010년 영화 ‘바람’을 통해 대종상 신인감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둘째딸 민정 씨는 재벌가 딸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군 장교로 입대해 주목 받았다. 이는 재벌가 딸들이 통상적으로 백화점과 면세점, 베이커리 사업 등을 하던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로, 그는 지난해 11월 해군 초급장교로 임관했다.
이른 나이에 일찍이 경영수업을 받으며 향후 후계 승계 구도를 다지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선호씨가 대표적인 예다. 2013년 6월 상반기 공채에 응시해 정식 입사했다. 올해 초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선호씨는 수년 전부터 방학 때마다 국내에서 CJ제일제당 인턴사원으로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선호씨의 누나이자 이 회장의 장녀인 경후(29)씨는 2011년 CJ에듀케이션즈 마케팅 담당 대리로 입사했다. 그리고 지난해 핵심 계열사인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언더웨어·침구팀 상품기획 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 중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장녀 하민(25)씨도 지난해 8월 미래에셋자산운용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 미국 코넬대에서 사학을 전공한 하민씨는 맥킨지컨설팅과 미국 부동산 투자 컨설팅업체 CBRE에서 각각 1년씩 근무한 바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규호씨도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입사해 경영수업에 들어간 상태다. 규호씨는 현재 코오롱글로벌 차장으로 근무 중이며 건설과 철강 수출업을 영위하고 있다. 고(故) 이원만 창업주와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 이웅열 회장에 이어 4세 경영 체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규호씨는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후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지난해 말 동두천 소재 제6포병여단에서 행정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이후 해외 MBA를 검토했으나 바로 경영수업을 받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 뒤 그룹에 입사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부터 박태영 씨가 경영관리실 총괄임원(실장)으로 신규 임명돼 경영수업을 진행중이다. 박 실장은 박문덕 회장 장남으로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경영컨설팅 업체 엔플랫폼에서 기업체 인수합병(M&A)업무를 주도했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딸 윤지(30)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매일유업의 유아용품 계열사인 제로투세븐에서 대리로 입사해 마케팅 실무경험을 쌓고 있다.
이밖에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장녀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의 두딸 박혜성(33)·혜정(29)씨도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으며,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외아들 동하(32)씨도 2012년 그룹 전략기획본부 신규사업팀에 대리로 입사해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세습 비난 여론
‘희미해져’
이쯤 되면 일부 경제단체와 시민단체가 나서서 ‘경영세습’, ‘무늬만 경영자'라는 비난도 서슴치 않을 터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조차 조용하다. 이젠 이들이 추후 왕좌에 오르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통념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이 문제를 만들거나 부자간 잘못된 모습이 보일 땐 따끔한 지적이 필요하다는 게 경제단체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이들 3·4세에 대한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향후 이들의 행보에 산업계의 어깨가 걸린 만큼 이젠 이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황태자들은 오너 일가다.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이들이 경영을 세습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할 수는 없다”며 “다만 창업주의 정신이 퇴색되고 후계구도로 인해 주주회사의 주주가 피해를 본다면 이를 바로 잡아줄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