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인본주의 뒷말 ‘무성’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인본주의 뒷말 ‘무성’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5-26 10:35
  • 승인 2015.05.26 10:35
  • 호수 1099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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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업체 대표 분신자살 “죽음으로 부탁한다…갑의 횡포 끝내달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평소 사랑과 믿음의 정신을 내세우던 서희건설이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부려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평택시 팽성읍 동창리 미군부대 내 차량정비시설 건설 현장에서 서희건설과 갈등을 빚던 하청업체인 모 건설 대표 한모씨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여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사진)이 그토록 주장하던 인본주의 경영은 하도급 업체의 벼랑 끝 절규로 환원된 것이냐는 비판도 높다. 

손실보전금·상납·접대비 등 적힌 유서 나와  
수사 확대 어디까지…고인 전화·통장 내역도 조사
 
한 씨는 서희건설로부터 공사 기간 단축에 대한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다 서희건설이 한 씨에게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보냈고 때문에 한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 씨가 남긴 유서에는 “(서희건설의) 횡포가 있었다. 공사 관련 손실보증비를 청구해 힘들었다. 계약금과 실제 공사에 들어간 돈의 차이가 크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파문이 인다. 
 
[일요서울]은 끝내 목숨을 잃은 하도급 건설업체 사장의 주장을 자세히 알기 위해 경기도 평택 현장을 찾았다. 우선 하청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너무 낮은 공사비 책정과 규정 등으로 다수의 하청업체가 한씨와 비슷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공사현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한 업체 사장은 “하청들은 엄청난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면서 “애초에 모자란 공사비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고 공사 기간이 연장되거나 변경 사항이 있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하청으로 돌아온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 씨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골자다. 경찰과 한 씨의 유서 등에 따르면 한 씨의 업체는 지난해 9월 말 준공 예정이었지만 8개월 이상 지연돼 공정률이 90%에 머문 상태다. 그 과정에서 자금과 공기단축 등 압박을 받은 것이다. 
 
서희건설의 협박과 압력으로 한 씨가 추석과 설날에 신청한 손실 보전금과 추가 공사비는 청구금액의 절반도 안되는 비용만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한 씨는 “원청이 실제 필요한 공사금조차 주지 않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유서에서 “갑(서희건설)의 횡포가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계약금과 실행금이 현실적으로 차이가 너무 크다. (이번 공사로) 부채가 20억 원에 이르게 됐다. 철저히 수사하여 찾아달라. 죽음으로 부탁한다”는 하소연을 했다. 
 
더불어 “지난해 추석 때 손실보전금 15억 원을 요구했지만 갑의 협박과 압력으로 6억5000만 원에 합의했다”거나 “금년 구정에 연장계약 및 추가 공사비로 15억6000만 원을 청구했지만 갑의 압력과 협박으로 7억5000만 원만 받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더이상 간접 살인하지 말라. 본인 하나로 끝나게 하라. 억울하다. 더 살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손실보전금은 하청업체가 시공 도중 발생한 손실에 대해 원청업체로부터 계약금외에 추가로 받는 보전금이다. 
 
이와 관련해 한 씨의 유족과 평택시민 지역경제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서희건설의 횡포로 결국 힘없는 하도급 업체 사장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는 도저히 묵과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 씨의 주장과 하청업체 사장들의 증언이 모두 사실이라면 대형건설사의 저가수주의 문제점과 갑과 을로 대변되는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울러 단순 자해사건으로 수사하던 경찰 측은 수사방향을 전환해 접대·상납 등 원청과 하청업체 간 금품이 오간 정황에 대해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한씨의 유서에서 원청인 서희건설에 접대와 상납을 했음을 암시하는 글이 적혀 있던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가 남긴 글에는 접대와 상납으로 각각 1억 원씩 사용했다는 부분이 있다. 현재 경찰은 공사계약서와 회계장부 등을 제출받아 금품이 오간 정황 등 계약과정 전반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대답 없는 원청 
 
경찰 관계자는 “접대 및 상납 의혹이 제기된 만큼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집중 수사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죽은 한씨의 전화번호 기록과 통장 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 씨의 분실 자살 사건이 원청과 하청 사이에서 벌어진 단순 계약 문제로 끝이 날지 접대와 상납, 협박이 오간 사건으로 수사가 확대될지 여부는 해당 부분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서희건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해 준공된 아파트 가운데 하자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시공업체로 지목됐던 사실도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김윤덕 국토교통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서희건설의 시공 하자발생 건수는 3825건으로 이 부문 2위 업체(2230건)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임금체불도 1위로 나타났다. 
 
LH가 발주한 공공건설현장에서 하도급업체들이 2010년부터 2014년 8월 말까지 임금체불 등 민원을 접수한 것은 총 1109건으로 체불액이 418억932만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서희건설이 59건에 13억7500만 원으로 임금체불이 가장 많았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서희건설 측에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답이 전부였다. 질의서를 통해서도 답변을 요구했으나 서희건설은 끝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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