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최근 재계를 호령하는 기업들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3040세대 후계자들이 오너 자리에 오를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오너 3~4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오너 1~2세대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을 향한 세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대를 막론하고 국내 기업 오너들이 많이 나온 학교는 어디인지 궁금증이 크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세대별로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에 대한 호기심이다.
조남욱·조석래·이준용 회장 등 경기고 출신
지방고교는 경남고 1위…광주제일고도 두각
국내 오너 기업가들이 가장 많이 배출된 고등학교는 세대별로 차이가 난다. 가장 많은 기업가를 배출한 곳은 ‘경기고등학교’다. 세대별로 나눠보면 고교 평준화 세대인 1958년 이후 출생자 다수의 3세 오너들은 ‘경복고등학교’ 출신들이 많다.
기업분석 전문 업체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93개 그룹 오너들의 출신 고등학교를 분석한 결과 경기고등학교가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복고등학교는 19명으로 2위에 올랐고, 서울고등학교는 10명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조사 대상자의 28%가 서울 지역 전통 명문고등학교 출신으로 나타났다.
경기고등학교 출신자들은 주로 1930~1950년대 출생한 1~2세대 오너들이 많다. 대표적인 경기고등학교 출신 오너 기업가들 중 1930년대생은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과 조석래 효성 회장, 김희철 벽산 회장,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이 있다.
1940년대생 중에는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이수영 OCI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등이 있다.
또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 등은 1950년대생 경기고등학교 동문 기업가들이다.
2위인 경복고등학교 출신 오너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병무 아세아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 김윤 삼양 회장 등이 있다.
3위 서울고등학교 출신 오너로는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 등이 재계에서 활약 중이다.
이외 서울 중앙고등학교와 신일고등학교, 동성고등학교, 용산고등학교, 중동고등학교도 오너 기업가 출신 학교 10위 안에 포함됐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이들 중에는 경남고등학교 출신이 가장 많다. 경남고등학교 출신 오너 기업가는 허창수 GS 회장, 고병헌 금비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홍하종 DSR 사장이다.
광주제일고등학교도 3명의 오너 기업가를 배출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광주제일고교 동문이다.
여성리더는 경기여고
1~2세대와 달리 오너 3~4세대는 경기고등학교 출신이 거의 없다. 1958년 이후 중 경기고 출신은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 한 명이다.
3~4세들 중 대다수는 경복초등학교나 경기초등학교를 나오고 청운중학교를 졸업했으며, 경복고등학교나 휘문고등학교를 나온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공통점을 보이는 까닭은 1958년생 이후 출생 오너 기업가들은 고교 평준화가 적용돼 거주지 인근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경복고등학교와 청운중학교는 국내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성북동, 평창동, 삼청동과 인접해 있다.
경복초등학교를 다닌 이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 등이다.
경기초등학교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범삼성가 자녀들이 다닌 학교로 유명하다. 조현상 효성 사장도 경기초등학교 출신이다.
경기초등학교는 현재도 서울 3대 사립초등학교로 불리고 있다. 15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나눠 수업이 진행되고, 철저한 개인별 수업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각 학년별로 원어민 영어 교육 실시, 어학연수제도도 진행돼 재벌가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1인당 평균 교육비가 1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청운중학교 역시 대기업 오너 일가 2~3세 다수가 거친 학교로 불린다.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운중학교 동창생이다.
또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장선익 동국제강 뉴욕지사 관리직 등도 청운중학교 출신이다.
최근 대기업 오너 일가 4세들은 초등학교 졸업 후 국제학교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에는 오너 기업가 출신 배출 학교 순위가 또 한번 바뀔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는 경복고등학교 출신이 가장 많은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범삼성가 출신이 대표적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도 경복고등학교 동문이다.
이 밖에 서울 경성고등학교 출신으로는 최근 주식부호 순위 2위로 급부상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이 있다.
신일고등학교 출신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있으며 정몽진 KCC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용산고등학교를 나왔다.
한편, 여성 오너 기업가들이 가장 많이 나온 학교는 경기여자고등학교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 출신자들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다.
이밖에 차세대 여성 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자매는 각각 대원외국어고등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