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첫 사극에 도전한 김강우는 여전히 아쉽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인적인 아쉬움인데 캐릭터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였으면 했는데 아쉽다”면서도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연산군을 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연산군을 맡은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강우는 최근 방송중인 드라마 ‘실종느와르M’ 등 그간 여러 작품에서 바른 이미지를 주로 맡아왔던 만큼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연산군의 모습은 생소할 정도다. 그러나 그 생소함에도 여느 배우보다 연산군을 연산군답게 표현해내면서 놀라운 집중력과 연기력을 선보였다.

“연산군은 실존인물이고 기록도 많았지만 초상화 하나 남지 않은 미지의 인물이라 복잡함이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너무 불쌍하고 짧은 시간 안에 집중력이 생기게 만드는 인물이다. 한번 이 인물 관련 책을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 덕분에 촬영 전부터 감독님과 장시간에 걸쳐 토론도 했다. 그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광기와 천진난만함 등 다양한 연산을 드러내기 위해 촬영 전 1주일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살았을 정도다.
김강우는 “빛도 다 차단하고 시계 없이 문자는 감독님하고만 하면서 일주일간 스스로 갇혀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버벅거릴 것 같았다. 어떻게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그의 간절함에도 가족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김강우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상황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촬영하러 갔다고 하고 나왔다”면서 “사람이 웃긴 게 그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아니지만 센 캐릭터를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더 가정적이 되는 것 같다. 촬영장에서는 연기에 몰두하다가도 집에서는 그런 모습을 철저히 감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정이 흐트러지는 게 싫고 선을 쭉 가져가는 게 편해서 촬영 때는 집에 잘 안 들어간다는 게 그의 노하우다.
다만 김강우는 연산군 역할을 너무 일찍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있다. “좀 더 나이를 먹고 좀 더 표현력이 좋아졌을 때 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면서 “배우라는 게 나이를 먹고 결혼도 해보고 애도 가져보는 등 인생의 하나하나 덧붙여 볼수록 좋아진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말처럼 더 많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연기에 대한 갈망이 옛날에는 굉장히 컸다. 근데 연기가 재미있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잖아요. 한때 다른 일도 해볼까 생각했었다”면서 “어느 순간 몇 년 전부터 재미있어졌다. 갑자기 작품수가 많이 늘어났다. 지금은 연기가 좋다. 저는 오래하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김강우는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가지니깐 조금 덜 조급해지는 것 같다. 제가 한 13~14년을 했는데 아직은 30~40년 정도, 한 35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배우라는 직업에 만족한다. 실제 다혈질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많이 혼났다. 덕분에 반대되는 교육을 받으며 누르고 살았는데 본능을 표출하기에는 영화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릴 때가 많다”며 천직 연기자임을 강조했다.

앞으로 멜로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는 “진짜 멜로를 하고 싶다. 멜로는 정말 기댈 데가 없잖아요. 자기 감정하나로 가야 하는 데 예전에는 허술한 점을 들킬까봐 피했다”면서 “하지만 지금 정도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