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가 재보선 패배이후 이렇다 할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질 않자 참았던 비노 진영이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숨죽였던 비노 친노 간 대결 양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문 대표는 일단 ‘책임론’보다는 ‘정면돌파’에 방점을 두고 혁신위원회를 새로 꾸리면서 진영을 재정비하고 있다. 비노 진영에서는 문 대표의 정무적 판단이 잘못됐다면서 비선라인 인사들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문 대표 측근그룹인 ‘3철’(이호철, 전해철, 양정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고위원회나 당직 인사들을 통한 공식라인이 아닌 비선라인이 문 대표와 당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비노 및 일부 범친노 진영까지 가세해 ‘3철’ 배후에 막후 실세가 존재한다며 문재인 발 ‘비선실세’ 문제를 제기할 정도다. 막후 실세로 지목된 인사가 누구인지 알아봤다.
- '변호인' 설동일 회장 문 대표-이호철 막후 실세
- 박태수 전 청와대 행정관 '자문' 역활 '주목'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논란은 현재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반면 ‘비선실세’ 논란은 문재인 대표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문 대표가 당 대표에 오르고 4.29재보선을 거치면서 비선실세들이 ‘당직 인선’과 ‘정무적 판단’ 그리고 ‘공천’에까지 영향을 줘 당이 혼란스럽고 친노 패권주의의 청산이 요원해졌다는 게 비노 진영의 주장이다. 특히 비노 진영은 ‘3철’을 겨냥해 문 대표의 대표적인 비선으로 꼽고 있다.
노무현 재단 양산지회 회장 맡아
최근에는 비노 진영 뿐만 아니라 범친노 일부 인사들까지 가세해 문 대표와 ‘3철’ 막후에서 박 대통령의 ‘정윤회급’ 비선 실세로 설동일 노무현 재단 양산지회 회장을 꼽고 있다. 설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문 대표, 그리고 ‘3철’의 맏형격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도 친분이 깊다는 점을 들고 있다. 최근에는 설 회장이 문 대표가 거주하는 양산집 바로 옆에 집을 짓고 이사오면서 더욱 문 대표와 3철의 ‘막후실세’ 의혹이 증폭됐다.
그럼 문 대표뿐만 아니라 3철 막후 인사로 꼽히는 설 회장(59)은 누구인가. 중앙정치에서 한 발 떨어져 있지만 이미 부산정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노 중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오히려 일반인들에게는 영화 ‘변호인’의 실존 인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부림사건’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인물로 지난해 9월 ‘부림사건 재심청구’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또 다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설 회장은 이호철 전 수석과 함께 ‘투톱’을 이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운 ‘부산 민주화운동 사단’을 이끌어온 핵심인사로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야인 시절에 시간만 나면 부산의 뒷골목을 누비며 송기인 신부, 설 회장, 이 전 수석과 함께 시국 문제를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농대 75학번인 설 회장은 1978년 강제 휴학 조치를 당하자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이 전 수석 등과 함께 부산 민주화운동 조직을 결성했다. 이들은 81년 부림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게 되는데 당시 무료변론을 맡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설 회장은 형기를 마친 뒤 노동운동 단체인 ‘노동자를 위한 연대’를 만들어 사무처장을 맡았고 문재인 대표는 이 단체의 노동상담소장을 맡았을 정도로 설 회장은 노 대통령과 문 대표와 친분이 매우 깊다. 실제로 이호철 전 정무수석이 정무비서관을 관두고 수석으로 갈 당시 유력한 후임으로 내정되기도 했지만 막판 임명은 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설 회장을 추천한 이 전 수석은 여전히 설 회장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을 정도로 둘의 관계는 남다르다.
참여정부 시절 중앙정치 무대 안 나서
결국 참여정부 시절 중앙정치 무대에 설 회장은 나서지 않았다. 단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은 게 그나마 참여정부 혜택의 전부다. 이런 설 회장이 문 대표와 이 전 수석의 막후 실세로 지목되는 데는 잘 나서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 한몫하고 있다. 그의 이런 ‘성품’이 대표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바로 참여정부가 힘있게 정권 1년차를 시작할 때 터진 2003년 노조 파업이다. 설 회장은 ‘파업 해결사’로 나서면서 그의 막후 협상 능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당시 설 회장은 부산민주공원 관장을 맡고 있었다. 철도 노조 파업 이후 민주노총 산하 부산지하철노조 인터넷 홈페이지에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강한규 지도위원이 올린 ‘설동일 민주공원 관장께 드리는 공개서한’이라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내용인 즉 “설 관장은 노무현 정부 들어 터진 세 가지 대형파업 즉, 화물연대, 부산지하철노조, 철도노조 파업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해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강씨는 “공인도 공식적인 지위를 위임받은 사람도 아니고 누가 인정해준 것도 아닌데 노정 양쪽을 오가며 해결사로 나선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며 설 회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사실 부산지하철 노조 파업 당시 설 회장은 8명으로 구성된 시민중재단의 핵심 멤버로 현장에 나타났고 공교롭게도 파업을 하려던 승무지부장이 파업 불참을 선언하고 대열에 이탈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부산지하철 노조 파업은 한순간에 무산됐다.
또한 설 회장은 앞서 터진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도 등장했다. 당시 노조 위원장과 청와대 인사 몇몇이 함께 갑작스런 만남을 가져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했다. 철도파업은 파업 지도부가 역으로 설 회장을 청와대와 노조 간 가교역할로 삼았다는 점이다. 당시 청와대는 당연히 설 회장을 ‘청와대 비공식 라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화물연대 조직이 부산지역을 주요 거점으로 하고 있고 부산 지하철은 물론 철도 노조 지도부에도 부산 출신이 다수였다는 점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맥 역시 부산 출신이 있어 두 진영을 잘 아는 설 회장을 파업 국면에 내세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결국 설 회장은 집권 초반 참여정부가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을 우려해 ‘노무현 일병 구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이처럼 설 회장은 노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문 대표 그리고 이 전 민정수석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설 회장이 이 전 수석과 문 대표의 막후 실세로 꼽히는 배경이다. 또한 알려지지 않은 ‘비선’으로 박태수 전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도 지목되고 있다. 설 회장만큼 무게감이나 실세로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문 대표 지근거리에서 자문 그룹의 일원으로 꼽히고 있다.
문 측근, “억울해. 필요할 때 말도 못하나”
하지만 문 대표의 측근에 있는 비선 인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이 전 수석은 서울에 올라오지도 않는데 무슨 영향력을 행사하느냐. 양 전 비서관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어 때문에 스스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 인사는 “정무적 조언을 하려면 당내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조언을 하느냐”며 “비선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측근들은 ‘왜 비선 논란을 제기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오히려 또 다른 문 측근 인사는 언론을 통해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조언하고 의견을 전달하고 그런 정도”라며 “그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문 대표는 공식라인을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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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권력지도’ 가신-참모그룹 그리고 막후실세
- DJ·YS때 권력놀음…감옥 가는 수모까지
과거 최고 권력자 주변에는 늘 측근그룹, 참모그룹, 그리고 막후 실세가 존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교동계가 가신그룹이자 측근그룹으로 권력을 누렸다. 권노갑-한화갑 등 ‘양갑’을 비롯해 비서출신 그룹으로 박지원, 김한길 의원 등이 권력을 향유하고 고위직을 지냈다. 막판에는 설훈, 박주선 의원 등 신동교동계가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막후 실세라는 말 대신 아들 3형제(홍일, 홍걸, 홍업)가 막후실세를 대신해 권력 놀음하다 감옥에 가는 수모를 당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가신그룹과 측근그룹이 겹쳐 있었다. 상도동계로 불리는 인사들로 이홍구, 이한동, 신상우, 서청원, 서석재, 박관용 전직 의원들이 있었고 역시 젊은 상도동계로 김무성, 강삼재, 이재오, 손학규 전현직 의원들이 뒤를 이었다. YS 역시 막후 실세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역시 아들인 ‘김현철 사단’이 권력을 쥐락펴락해 YS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반면 최근 권력자들 주변에는 측근 그룹과 참모 그룹 게다가 막후 실세까지 나타나면서 춘추 전국시대를 연상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미 김기춘, 최병렬, 안병훈, 김용갑 전직 원로급 인사들을 ‘7인회’로 불리며 가신 그룹으로 위용을 떨쳤다.
또한 참모 그룹으로는 이정현 최고위원을 비롯해 ‘문고리 3인방’, ‘십상시’ 등으로 분화되기도 했다. 여기에 ‘막후 실세’로 최태민 초카 사위인 정윤회씨와 정씨의 전 부인 최순실 나아가 친동생 박지만 회장의 처 서향희 변호사도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문재인 안철수 두 인사 역시 박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문 의원은 친노 그룹들이 측근 그룹을 대표하고 있고 친노 486 인사들이 분화됐지만 ‘범친노’ 역시 측근 그룹 행사를 하고 있다. 또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부산 출신 인사들이 문 대표 참모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막후 실세로 비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2012년 대선 캠프를 운영할 당시 3그룹으로 나뉘었다. 금태섭, 강인철, 조광희, 송호창. 김윤재 등 변호사 출신 인사들이 측근그룹으로 분류됐다. 그리고 김근태, 박원순 인맥들이 참모 그룹을 형성했다. 막후 실세로는 박경철 ‘시골의사’가 거론됐고 미국에서 컨설팅을 공부한 A씨가 깜짝 막후 인물로 지목돼 캠프 인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