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나에겐 아내가 있다” 어느 미련한 남편의 고백
[화제의 신간]“나에겐 아내가 있다” 어느 미련한 남편의 고백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5-20 10:42
  • 승인 2015.05.20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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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당신이후, 대한민국 아내 가슴이 먹먹해진다
- 아내에게 고백하기 좋은 날, 바로 오늘입니다.

그녀는,

내 마음을 훔쳐간 여자입니다.

한여름 땡볕 같은 시간들을 함께한 여자입니다.

참고 기다림에 수백, 수천 번을 울었을 여자입니다.

못난 나보다 마음이 열 배는 더 깊은 여자입니다.

그런 그녀가 내 말 한마디에 봄꽃처럼 수줍게 웃습니다.

그녀는…… 아내입니다.

오늘, 연애 시절의 그 어떤 키스보다도 뜨겁게

아내를 안아주고 싶습니다.

소소해서 더 특별한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

바로 내 아내, 내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1986접시꽃 당신이 출간된 후, 29년이 지났다. 오늘을 살아가는 남편과 아내들 가슴에 또 하나의 큰 울림을 가져다줄, 전윤호 시인의 아내를 위한 시산문집이다. ‘세상 내 편인 오직 한 사람,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이라는 부제에서 보이듯, 저자에게는 자신의 상처와 못난 결점들을 무한히 감싸준, 그래서 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아내가 있다. 그동안 출간된 저자의 시집들에서 아내를 위해 쓴 시 53편을 모아 각각의 작품에 남편으로서 가지는 애잔하고 애틋한 마음을 산문으로 덧붙였다.

저자 전윤호 시인에게는 어린 시절 일찍 엄마와 이별을 한 상처가 있다.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에 엄마의 부재에서 오는 근원적인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의 특별한 사연이기는 하나 절대 우리와 이질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일상의 모습에서 예리하게, 그리고 예민하게 잡아낸 아내에 대한 애잔함과 애틋함이 더 깊게 와 닿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인이기 이전에 남편이었다.

함께 살아가는 주변의 부부들을 보면, 제각각 나름의 사연 하나둘 가지며 우리 부부는 이렇다, 저렇다특별한 듯 이야기하지만,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결국 소소한 일상을 켜켜이 쌓아가며 희로애락을 버무리는 과정은 다들 비슷하다. 일상의 현장 곳곳에 아내와 남편의 마음이 묻어 있는 것이다. 하여 생활비와 집세 벌이에 빠듯하게 보내는 하루하루, 남편만큼이나 수십 번 사직서를 던지고 싶었을 아내,

지친 하루를 따뜻하게 위로해준 아내의 나비 매듭, 생활의 무게를 짊어지는 아내와 남편, 아픈 남편 옆을 묵묵히 지켜주는 아내, 자식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남편과 아내 등 시인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잡아 묘사한 시 작품들은 평범한 아내와 남편들의 큰 공감과 감동을 끌어낸다. 시와 산문에서 저자는 아내의 고된 삶을 투박하지만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으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부끄럽게 내비치고 있다. 온갖 화려한 연애편지보다 진한 애정이 배어 있어 그 울림이 깊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사랑은 이별함으로써 완성된다는 말인데, 고로 아내와 나는 아직 진행 중이고 발전 중인 사랑을 하는 셈이다. 같이 누워 연속극을 보다가 하나는 등 돌리고 자고 하나는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요즘도 우리는 틀림없는 연인이다.” _‘작가의 말중에서

스토리와 감정들을 줄줄이 쏟아내는 그림의 힘

남편과 아내의 사연들은 극적인 이야기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윤호 시인은 이를 결코 과장됨 없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와중에 미세한 떨림과 깊은 진심을 놓치지 않는다. 책 속의 그림 또한 그 글을 닮았다. 흑백의 연필화가 그 느낌을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잔잔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그 느낌이 바로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두세 가지로 절제하여 들어간 색에서는 부부 사이의 설렘과 갈등을 느껴진다.

따뜻하기도, 쓸쓸하기도, 설레기도, 뜨겁기도, 차분해지기도 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그림들은 보는 사람에 따라, 보는 남편과 아내의 심정에 따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듯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전윤호 지음 /세종서적/12,000

저자 소개

1964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고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1991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고, 시집으로는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순수의 시대, 연애소설, 늦은 인사가 있다. 시와시학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저자의 시 중 아내에 대해 쓴 시들을 모아, 각 작품마다 저자의 애잔하고 애틋한 마음을 소소하게 덧붙인 아내에게 전하는 고백헌사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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