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H대학 도서관 여대생 몰카 사건
충격 H대학 도서관 여대생 몰카 사건
  • 김수정 기자
  • 입력 2010-04-27 09:23
  • 승인 2010.04.27 09:23
  • 호수 835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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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하게, 더 강렬해지는 몰카 유혹에 빠졌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여대생 ‘몰카’사진이 게재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17일 ‘D’인터넷커뮤니티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 부분을 근접 촬영한 몰카사진이 공개됐다. 그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설명까지 보란 듯이 기재하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뿐만아니라 도서관에서 잠든 여대생의 브래지어 끈을 풀었다는 등 노골적인 만행을 적나라하게 알렸다. 또 소위 ‘성추행 인증 샷’까지 올려 사실성을 높였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경악했다. 사건은 순식간에 확대됐고 이를 게재한 유포자는 결국 경찰에 자수했다. ‘딸기츔’이란 닉네임을 가진 H대 재학생인 A씨의 소행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은 경찰 조사 결과, 모든 사진과 글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 또 한번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몰카에 빠진 대한민국 사회 현주소를 진단한다.

2010년 4월 17일 낮 12시 20분 H대학 법학 도서관.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이 조용히 공부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은 발생했다.

피해자 오모(23·여)씨는 여느 때와 같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누군가 자신의 은밀한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을 것이란 의심조차 하지 못한 채. 그리고 몇 시간 후 그는 대학 친구로부터 당혹스런 전화를 받는다. 바로 자신의 다리를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는 것.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은 더 충격적이었다. 오씨가 도서관에서 잠시 잠을 자고 있는 사이 해당 누리꾼이 그의 브래지어 끈을 풀었다는 것이다.


‘인증 샷’이 뭐 길래

이에 오씨는 그날 밤 10시께 성동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 당시만 해도 사건은 언론에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3일 후 순식간에 각종 언론에 해당 사진이 도배되기 시작하며 엄청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H대에 재학 중인 A씨는 올해 1월부터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속이고 ‘딸기츔’이란 필명으로, D사이트‘던전앤파이터’갤러리에서 활동을 한다. 그는 자극적인 게시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의 첫 작품은 파격적이다. 지난 1월 1일 부모님이 강원도에 내려간 사이 여동생을 성추행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얼리티를 가장한 소설적 기법은 누리꾼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특히 근친상간이라는 소재는 누리꾼들에게 인기였다. 그의 기법은 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실제로 여동생을 성추행하는 듯 노골적인 글로 자신의 갤러리를 도배했다. 옛날 화장실에 적힌 노골적인 성애 묘사 글처럼, 네티즌 사이에서 읽히고, 또 읽혔다.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누리꾼들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기 시작했다. 그의 글에 댓글을 단 일부 누리꾼은 그에게 ‘인증 샷’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는 네티즌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결국 ‘인증 샷’조작에 나선다. 말 그대로 인증 샷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증거로 올리는 것을 말한다.

그는 매일 헌팅을 했다. 먹이를 노리는 늑대처럼 인터넷 ‘음란서생’들의 구미에 드는 여성을 찾아 나선다. 지난 4월 17일, 그의 시선에 한 명의 여성이 들어온다.

H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오양이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켠다. 앵글은 오양의 짧은 치마를 입은 다리부분이 클로즈업이 된다. 그는 셔터를 누른다. 오양은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을 누가 훔쳐보고,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A씨는 몰카를 찍은 뒤, 곧바로 사진과 함께 소설 같은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다. 사진 속의 여대생 오양을 성추행 했다고 조작했다.

그의 H대 도서관 성추행 사건 시리즈에 등장하는 내용은 파격적이다. 그는 잠든 여학생의 브래지어를 끊고 성추행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남학생에게 성추행의 범행을 뒤집어 씌웠다고 적었다. 그는 누리꾼들에게 확실한 인증을 받기 위해 범인으로 몰린 남학생의 모습도 버젓이 올려 자신의 범행을 입증(?)하는 무모함도 과시했다.

음란한 A씨의 글은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 해당 학교인 H대학 게시판 및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A씨에 대한 분노 섞인 댓글이 넘쳐났다. 피해자 오양의 고소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즉각 사과문을 올린 뒤, 지난 20일 오후 8시께 경찰에 자수한다.


몰카로 뒤범벅된 인터넷 요지경 세태

서울성동경찰서 사이버 수사대는 지난 21일 A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의 범행 동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의 행각은 대부분 거짓인 것으로 경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A씨가 올린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의 다리 사진을 찍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밖에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고 전했다. 여학생의 속옷 끈을 푼 적도 없으며 이전에 올린 여동생 성추행 글도 전부 거짓이었다. 실제 A씨는 여동생이 없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했다”며 “게시판에서 활동하며 ‘딸기츔’을 어느 정도 알렸지만 주위의 관심을 끌어 확실히 인정받고 싶어서 ‘인증 샷’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H대는 도서관 몰카 사건으로 패닉에 빠졌다. 특히 같은 대학에 다니는 남학생이 범인으로 드러나자 충격이 큰 듯 보였다.

H대 법학과 3학년인 B양은 “어떻게 학교 도서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불쾌하다. 앞으로는 의상이나 행동에 제약을 받을 것 같다. 신경 쓰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 이후 H대학은 CCTV보강 및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공장소에서 몰카는 비일비재하다. 특히 P2P공유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반인들의 은밀한 부위를 찍은 사진이나 성행위 동영상으로 넘쳐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진과 동영상을 조작해 타 게시판에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이다.

과거 음란서생들은 춘화와 음란한 글을 썼다. 하지만 현대판 음란서생들은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등으로 몰카를 찍거나,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듯한 글로 음란성을 표현하고 있다.

소재도 다양하다. 도색잡지를 연상시키는 음란한 글은 성추행, 근친, 동성애, 동물성애 등 다양한 성적 판타지를 담고 있다.

졸지에 자신도 모르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타인의 신체 일부만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게시하더라도 성적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법률적으로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경찰행정전문가 E씨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D사이트처럼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필터링 기능을 두고, 이 같은 글이나 사진을 실시간 삭제를 해야 한다. 유명세를 쫓는 누리꾼이나, 이를 그냥 두고 보면서 클릭 수를 늘려 이익을 챙기려는 사이트 경영진들에게 비도덕성 때문에 이같은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pot.co.kr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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