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 대학가 性 세태고발
‘성년의 날’ 대학가 性 세태고발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5-18 11:13
  • 승인 2015.05.18 11:13
  • 호수 1098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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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기전에 性에 눈을 뜨는 캠퍼스

▲ 뉴시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인이 된 젊은이에게 책임과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 제정된 ‘성년의 날’이다. 이날은 성인이 된 당사자에게 장미와 향수 키스를 선물하고 어른이 된 것에 축하를 건넨다. 그러나 정작 대학생들은 성인의 책임과 성년의 날이 가지는 의미를 잊은 것 같다. 교정에서 성관계를 맺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는가 하면 학생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잡지에는 방앗간 추천 장소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년의 날을 맞아 대학생들의 그릇된 성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온 전통… 서구식으로 바뀐 풍습
타인 시선 의식 않고 교내서 자유로운 성관계가 ‘문제’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다. 만 19세가 된 젊은이에게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일깨워주려는 목적으로 지난 1973년 지정됐다. 처음 지정된 날은 4월20일이었지만 2년 뒤 5월6일로 바뀌었고, 1985년부터 5월 셋째 주 월요일로 정해졌다.
현재의 성년의 날은 1973년에 지정됐지만 성년이 된 젊은이를 축하해주는 의식은 고려시대에도 열렸다.

고려시대 이전부터
온 마을 어른 축하 의례

당시는 성인이 된 남성에게 댕기머리 대신 상투를 틀어 갓을 씌워주고 여자에게 비녀를 꽂아주는 관례 의식(성년례)을 가졌다. 그렇게 성인식은 1900년대 중반까지 마을 어른들이 모여 성년이 된 젊은이를 축하해 주는 마을 행사로 이어왔다. 그러나 1900년대 후반부터 서양의 성인식 문화가 퍼지면서 성년의 날 풍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성인이 된 젊은이에게 선물을 주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국가청소년위원회와 성균관은 1999년부터 성년례를 부활시키고 전통 성인식을 이어가고 있다. 1970년 성년의 날에는 대통령이 축하 서한을 발표하고 성인이 된 직장인들에게 휴무를 줬다.

성년의 날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성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자율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제정됐다. 성년의 날에 선물하는 장미와 향수, 키스의 의미에서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장미는 ‘무한한 사랑과 열정, 기쁨이 계속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향수는 ‘사회생활을 향기롭게 출발하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또 키스는 ‘책임감 있는 사랑을 하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성(性)문화도 반영됐다.

그러나 요즘 성년의 날은 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성인이 되기도 전에 성에 눈을 뜨면서 ‘책임감 있는 사랑’을 외면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성년이 된 학생들의 그릇된 성의식도 문제다.

Y대 S대 야외 동영상
직접 목격한 학생들

지난 12일 인천 Y대 옥상에서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듯한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20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남녀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성관계를 맺는 듯한 모습과 옥상에 올라온 행인이 이들의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해당 동영상이 유포된 직후 영상의 배경이 인천 Y대 재학생 열람실 건물 옥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학생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동영상이 올라온 사이트에 협조요청해 해당 동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그러나 SNS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여전히 유포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동영상 속 남녀는 해당 학교의 재학생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성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고 포옹만 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사건은 2012년 5월 충남 S대에서도 발생했다. 남녀가 대학 내 잔디밭에서 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SNS를 통해 유포된 것이다. 하나의 영상만 올라온 Y대 동영상과는 달리 S대 동영상은 다른 각도, 다른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이 계속해서 유포됐다. 동영상 속에는 두 사람이 성관계를 맺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어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이들은 운이 나쁘게 동영상이 찍혔을 뿐이다. 실제로 교내에서 학생들이 성관계를 맺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내 눈으로 직접 봤다”고 말하는 목격자도 줄을 잇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A대 학생 나모(25·여)씨는 “지난해 5월 조별과제 준비로 과휴게실에 저녁까지 남아 있었다. 집에 가려고 10시쯤 나왔는데 아래층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설마 하는 마음에 소리가 들리는 타 학과휴게실까지 갔는데 성관계를 맺는 소리였다. 깜짝 놀라 경비에게 신고했다”고 말했다.

또 충북에 위치한 B대 학생 이모(24)씨는 “학생회관 뒤편으로 인적이 드문 벤치가 있다. 사람을 피해 자주 가는 곳이다. 지난 3월 주말에 잠시 학교에 나왔다가 습관처럼 벤치로 향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커플이 서로 옷을 벗기고 있었다. 그 뒤로는 벤치에 절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캠퍼스 방앗간 추천?
‘인적 드물고 어두워’

지난해 대학생들을 상대로 무료 배포하는 D매거진은 ‘캠퍼스 방앗간’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캠퍼스 안에 존재하는 은밀한 방앗간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고대 대강당, 카이스트 학생회관, 연대 청송대, 중앙대 R&D센터, 건대 체육관 건물 사이를 ‘방앗간’으로 추천했다. ‘문을 잠그지 않아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 가능’ ‘인적이 드물고 눈에 띄지 않는다’ ‘풀숲이 우거진다’ ‘샤워실이 있다’ ‘구석지고 음침하고 어둡다’는 것이 추천 이유다. 학생들이 읽는 매거진에 성인잡지에나 나올법한 글이 게재된 것만 봐도 대학생 성문화의 현 주소를 알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OO대 동영상’도 그릇된 성문화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그릇된 성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성관념은 어린 시절부터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쌓이게 된다. 현재 대학생들의 성 문제는 교육과정에서 올바른 성교육을 받지 못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자신의 성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 자체적으로 성교육 진행 및 효율적인 성 상담소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성년의 날에는 본래 의미를 생각해보고 학생들 스스로 올바른 성문화에 대해 고민해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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