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물품 거래 사기 행각 고발
중고물품 거래 사기 행각 고발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5-18 11:08
  • 승인 2015.05.18 11:08
  • 호수 1098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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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구매했는데 허니버터칩이 왔어요”

▲ 뉴시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의류 생활용품 가전제품부터 자동차까지 바야흐로 중고물품 거래의 시대다. 알뜰한 소비자들은 무조건 새 물품을 고집하지 않는다. 사용 기간이 짧은 중고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새 물품을 중고가로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고물품 거래는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위험이 뒤따른다. 돈을 입금하고 물품을 택배로 받았는데 상자 안에는 과자봉투만 있었다는 피해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 중고물품 거래 피해 건수는 3만여 건이다. 중고물품 거래의 사기 행각에 대해 알아본다.

돈 받고 연락두절, 다른 물품 배송… 다양한 수법
피해 품목 휴대전화 상품권 노트북 순으로 많아

지난해 이모(29·여)씨는 중고거래 홈페이지를 통해 콘서트 표를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입장번호 앞자리의 표를 정가에 판매한다는 글에 속은 것이다. 이 씨는 상대방의 계좌로 14만 원을 입금했지만 표를 받지 못했다. 이처럼 돈을 받고했지만 물건은 주지 않는 사기 수법은 중고물품 거래 이용자들 내에서 ‘하수’에 속한다. 더치트(사기정보공유사이트) 조회, 우편 영수증만 확인해도 피할 수 있는 수법이기 때문이다.

오매불망 기다린 택배
박스 안 쓰레기 가득

그러나 더치트 조회와 택배 송장번호 확인으로도 사기를 피할 수 없다. 택배 박스 안에 거래 물품이 아닌 다른 물품으로 채워 보내는 사기 수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구매자들은 택배 송장번호를 받으면 안심하고 돈을 입금하는 경우가 많아 사기꾼들은 이 방법을 선호한다.

지난 1월 김모(34)씨는 태블릿PC를 구입하기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에 접속했다. 게시판에서 정가보다 15만 원 저렴한 가격인 2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본 김 씨는 즉시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판매자는 1시간 뒤 편의점 택배로 PC를 보냈다며 택배 송장번호를 보여줬고 김 씨도 2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다음날 도착한 택배 박스 안에는 기다리던 태블릿PC 대신 먹다 남은 과자 봉투와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김 씨는 “판매자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피해 액수가 적고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찾기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신모(32)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3만 원에 판매한다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오래된 기종이지만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을 믿고 돈을 입금했다. 이틀 뒤 도착한 택배 안에는 휴대전화 대신 구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과자 ‘허니버터칩’이 들어있었다. 신 씨는 “피해 액수가 적어서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평소에 허니버터칩을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주변에서 구하기도 힘든 과자인데 3만 원 내고 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접수된 중고거래 사기 건수는 3만8334건이다. 하루 평균 105건의 사기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피해 액수는 112억8300만 원이다. 그러나 모든 피해자들이 더치트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사기 피해 건수는 4만여 건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사기가 가장 많이 발생한 품목은 휴대전화로 무려 8546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그 뒤로 티켓/상품권(4465건), 태블릿/노트북(2171건), 패션/의류(2139건), 컴퓨터(2061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사기 건수 3만8334건
피해액 112억8300만 원

인터넷을 통한 중고거래는 개인 간의 거래로 이뤄지다 보니 안전거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경찰이 판매자를 찾아도 피해 금액을 돌려받지 못한다.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고거래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제목으로 사기 판매자와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창 사진이 올라온다. 거래 전 모바일 메신저에서 대화를 통해 사기 판매자를 찾아낸 구매자가 사기꾼을 조심하라는 의미로 커뮤니티에 올리는 글이다. 주로 물품 사진을 통해 사기를 가려내는 경우다. 구매자가 올린 사진에는 휴대전화, 케이블, 배터리 등과  판매자 닉네임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문제없는 ‘인증샷’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휴대전화 물품 사진에 포스트잇을 합성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구매자는 “인증샷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사기를 당했을 것”이라며 판매자의 정보를 공개했다.

또 다른 구매자가 올린 글에는 운동화를 거래하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대화창 사진이 있었다. 판매자는 사용감이 적은 운동화 사진을 보내고 8만 원에 판다고 말했다. 이에 구매자는 ‘운동화 옆에서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잠시 뒤 도착한 사진에는 모니터에 있던 운동화 사진에 브이를 그린 모습이 담겨 있었다.

돈 받고 도박하기
중고나라 대출론

중고거래 사기를 이용해 도박 자금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품으로 판매 글을 올리고 인증 사진을 찍어서 선입금 받는다. 그 돈으로 온라인 불법 도박을 해 성공하면 구매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실패하면 다른 구매자를 찾는 수법이다. 일명 ‘중고나라론’이라고 불리는 사기 수법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구매자가 경찰에 신고할 경우를 대비한 매뉴얼도 만들었다. ‘꼭 가지고 있는 물품으로 판매글을 올릴 것’ ‘구매자가 재촉해도 무시할 것’ ‘경찰에 신고하면 물품을 보낼 시간이 없었다고 말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실제로 대출 사이트에서 ‘중고나라론 50장 했다’ ‘25명한테 320만 원 받았다’ ‘스마트폰 판다고 40땡겨서 200찍고 돌려줬다’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중고물품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람들은 상습범이 많다. 여러 피해사실이 드러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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