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KT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로 이동통신 시장에서 스마트폰 요금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까지 기본요금에 따라 무료 통화 시간과 제공되는 데이터가 나뉘어 있었다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소비자가 데이터를 얼마만큼 쓸 것인가만 선택하면 된다. KT의 새 요금제 발표 후 SKT, LG유플러스도 이에 질세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를 선언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요금제와 큰 차이가 없고, 데이터 제공량도 적다”며 눈 가리고 아웅 식 요금제라는 시선도 많다.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조건 꼼꼼히 살펴봐야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한 것은 KT다. KT가 지난 8일 출시한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출시 4일 만에 가입자 수 10만 명을 넘어섰다.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모든 기본요금 구간에서 음성통화와 문자가 무한 제공되고, 데이터 제공량만 소비자가 선택하면 된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소비자들의 서비스 사용 패턴이 음성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이제까지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요금제는 기본요금에 따라 제공되는 음성통화 시간과 데이터가 나뉘었다. 때문에 무제한 데이터를 쓰기 위해서는 무제한 통화를 무조건 써야만 하는 구조가 형성됐고, 요금도 7~8만 원대로 책정됐다.
KT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 발표 후 SKT와 LG유플러스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5일부터 ‘데이터중심 LTE 음성자유’와 ‘데이터중심 비디오’ 요금제 가입자를 받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틀은 KT의 요금제와 비슷하지만 3만 원대 요금제가 KT보다 1000원 더 저렴하고, 전체 요금 구간을 7개로 나눴다. KT의 경우 9개로 나뉘어 있다.
이 같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로 통신비가 크게 절감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요금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대vs실망
엇갈리는 평가
하지만 사실상 별 차이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이동통신사들의 수익구조가 음성 통화에서 데이터로 이동됐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비용이 줄어든다는 체감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 기존 요금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의 요금제와 데이터 제공량, 무료 음성통화와 문자를 비교해 보면 대략 1000원 가량의 차이만 난다는 지적이다.
KT의 경우 기존 순 완전무한 51 요금제는 기본료와 부가세를 포함한 5만6100원에 데이터 5GB를 제공하고, 음성·문자는 통신사와 유무선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새로 출시된 데이터 선택 요금제 중 같은 금액대의 요금제는 부가세 포함 5만4890원에 데이터 6GB 제공, 무선 전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유선 전화의 경우 30분만 무료로 제공된다. 데이터 제공량과 요금에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또 음성통화의 경우 무선 전화만 무제한으로 제한돼 있어 오히려 기존 요금제보다 제한이 더 많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음성 통화 와 문자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돼 있고, 데이터 역시 기본 제공량이 넘으면 속도제한이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최저 기본요금이 적용된 요금제에 제공되는 데이터 양이 너무 적다는 불만도 나온다. KT와 LG유플러스 모두 최저 기본요금인 2만9900원 요금제에 제공되는 데이터가 300MB밖에 되지 않아서 실제로 해당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는 소비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허전쟁 발발
가능성 커
소비자 A씨는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데이터 중심의 2만 원대 요금제라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사실상 3만 원에 해당하는 요금제인 데다가 데이터 제공량도 적더라”며 “스마트폰은 사용하되 데이터 사용이 거의 없는 젊은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전화 사용량이 훨씬 많은 부모님의 경우나 해당 요금제가 저렴하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KT의 새 요금제 가입자들 중 약 50%가 30~40대에 이른다. 연령별로는 20~30대는 월 4만~5만 원대, 40~50대는 월 3만 원대 요금제를 택했다. 60대 이상은 월 2만 원대 요금제 가입 비중이 높았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지금 쓰고 있는 요금제는 전화는 넉넉하게 쓰는 편인데 데이터가 항상 모자라서 알아봤더니 큰 차이를 못 느껴서 그냥 지금 쓰는 요금제를 계속 쓰기로 했다”면서 “현재 사용하는 데이터 수준과 비슷한 양이 제공되는 요금제를 선택한다고 해도 무선, 유선에 따른 무료 음성통화에 제한이 있고, 청구 금액도 큰 차이가 없어서 굳이 바꿀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소비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생색만 내는 요금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은 변화는 반갑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본요금이 낮춰지거나, 합리적인 요금제가 나왔다는 생각보다 이동통신사들이 대체 왜 기본요금을 이렇게나 많이 책정하는지에 대한 의문만 커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KT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 ‘밀당’ 기능으로 인해 업계의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오가고 있다.
KT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기본으로 제공된 데이터가 남으면 이월을 하고, 모자라면 미리 다음 달 제공량을 당겨올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를 KT가 특허 출원해 SKT, LG유플러스와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KT가 특허를 출원한 것이 서비스 자체가 아닌,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에 대한 특허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다른 관리 시스템을 갖고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을 경우 특허 침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또 KT가 특허를 출원하긴 했지만 특허로 인정을 받고, 등록이 된 것이 아닐뿐더러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다. 때문에 유사한 서비스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KT가 특허침해를 주장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 업계 내 갈등이 깊어질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