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도와주는 문재인
朴 대통령 도와주는 문재인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5-18 11:00
  • 승인 2015.05.18 11:00
  • 호수 109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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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당 대표 당선 이후 고공행진을 보였던 대선후보 1위 자리도 야당 대표에게 넘겨주는 등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당 안팎에서 ‘문제는 문제(재)인’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덕분에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40%대를 회복하면서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고 있다. 통상 집권 여당의 실책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게 야당인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희한한 모습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 중심에 ‘아마추어리즘’에 빠진 문 대표가 있다는 지적이다.

- 2012년 대선부터 朴정권 위기마다 ‘패착’
- 세월호 정국 성완종 파문 속 자폭 정치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4.29 재보선 이후 고공행진을 보이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이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문 대표지만 이번 대선후보 지지도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이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밀려 2위를 달렸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40%대 중반을 기록해 새누리당 지지율과 함께 동반상승했다.

문제는 집권 여당에게 그동안 호재가 아닌 악재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이지지 않고 상승세인 반면 그 반사이익을 누려야 할 문 대표와 야당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역대 야당 대통령 후보 중 최고 인 1469만표(48%)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높은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야권에서는 ‘보수표’를 흡수할 수 있었던 손학규, 안철수 후보나 ‘머슴과 공주’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출마했다면 당선될 수 있었다는 말이 아직 회자되고 있다.

수많은 ‘악재’ 집권당 반사이득

문 대표의 차기 대선후보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세력들이 야권 내 존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나 이런 의구심은 이번 재보선에서 4:0으로 참패하면서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과연 현 야당의 모습으로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서 집권 여당에 맞서 승리를 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고민이 묻어난다. 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애매모호한 정체성과 문 대표의 불안한 리더십이 한몫하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치러진 6.4지방선거, 7.30 재보선, 4.29 재보선 등 공직자 선거 때마다 야당은 꾸준히 패배해왔다. 하지만 선거 정국은 야권에 매우 우호적이었다. 당장 지난 지방선거전에는 4.16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이로 인해 집권 여당의 무능과 함께 박 대통령의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세월호 정국 속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사실상 야당이 완패했다. 패배 뒤에는 야당 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문 대표의 정무적 실책도 한몫했다. 당시 노무현-김정일 NLL 대화록 원본 공개 주장으로 논란을 증폭시킨 점 역시 문 대표의 대표적인 패착으로 꼽힌다.

당시 야권에서는 “문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얘기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악수를 둔다”며 “여당의 폭로 작전에 넘어갔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지난 이완구 전 총리 임명 과정에서도 문 대표의 패착은 계속됐다. 이완구 전 총리의 임명 여부를 두고 ‘여야 국민여론조사’를 제안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는 지난해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 당론 철회 과정에서 국민 여론조사를 제안하며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부른 전례가 있음에도 실수가 나온 것은 정무적 판단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거론한 ‘호남 총리론’도 이완구 청문회 정국에서 충청 민심을 자극했다.

급기야 당 대표로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4.29재보선을 앞두고 문 대표의 정무적 능력과 리더십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4월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있는 데다 갑작스럽게 터진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함께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선거정국은 어느 때보다 야권에게 유리하게 진행됐다. 게다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다수의 인물이 친박인사였고 이완구 전 총리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돼 야당으로선 대형 호재를 만난 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특검을 요구하며 ‘새로운 특검’ 카드를 꺼내든 것 역시 패착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2014년초 여야 합의로 ‘상설특검법’을 통과시켰놓고 다시 만들자는 문 대표의 모습은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역공을 초래했고 유권자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했다. 나아가 선거를 10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국회 차원에서 사임안 제출을 주장하며 사퇴압박을 높이자 바로 청와대에서 이 총리를 경질시킴으로써 호재를 날려버렸다.

대신 청와대와 여당은 성완종 특별사면 정국으로 몰고가면서 물타기 전략을 시도했고 사실상 집권 여당이 바라는 대로 정국은 흘러갔다. 참여정부 시절 두 번씩이나 성 회장이 사면을 받은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과거 ‘NLL 발언 패착’과 같은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노무현’만 나오면  대권주자에서 초선으로

문 대표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임에도 불구하고 ‘특별사면은 법무부 소관’이라는 발언을 해 당내에서도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또한 4월23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문 대표는 “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힌 것은 오히려 전세가 역전돼 코너에 몰린 모습으로 비쳐졌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 ‘사면’에 대해 문제를 삼을 정도로 집권 여당의 ‘성완종 리스트’ 물타기 전략은 제대로 먹힌 셈이었다. 당시 문 대표는 사면 논란의 부당성을 제대로 알리리 못했고 사면 책임의 정확한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아 화를 자초했다.

문 대표가 ‘헛발질’을 할수록 박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화장실에 숨어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재보선에서 철저하게 승리를 한 새누리당은 현재 정당 지지율, 대권 후보 지지도 조사, 그리고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에서 단연 야당에 앞서 있다. 이에 대해 과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인사는 “문 대표는 아직도 참여정부 비서실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노무현, 참여정부 이름만 거론되면 대권후보에서 초선의원으로 돌아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인사는 “문재인 의원은 당 대표에다 야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라는 옷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이 문제”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인사나 발언을 해야 하는데 본인이 직접 사소한 것에 목을 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인사는 “인사나 당운영을 보면 친노 패밀리안에서 논다는 인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집권 여당에 악재가 터지면 공식기구를 통해 역할을 분담시켜 전투를 치르게 하고 본인이 경제 정당이건 세금문제 등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워 대안을 마련하는 큰 정치를 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아마추어리즘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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