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공천 헌금’ 폭로 막전막후
홍준표 ‘공천 헌금’ 폭로 막전막후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5-05-18 10:59
  • 승인 2015.05.18 10:59
  • 호수 1098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군가 죽어야 사는 남자?… 그의 입에 쏠린 ‘눈’

홍준표 “구속은 피하겠다” “여권 핵심에 보내는 사인?”
헌금 둘러싸고 친박핵심 관련 ‘카더라식 소문’ 추적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여권이‘공천 헌금 폭로’로 쑥대밭이 됐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과거 한나라당 시절 수억 원대 공천헌금이 오갔다”고 말하면서 당내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홍 지사 폭로에 대해 ‘정치적 목적 하에, 즉 누군가를 겨냥하고 공천헌금 얘기를 꺼냈을 것’이란 의혹이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친이계인 홍 지사를 겨냥한 검찰의 의도와 혼자 당하지는 않겠다는 홍 지사의 정치적 계산이 맞아떨어졌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이번 발언으로 인해 부패정당이라는 주홍글씨가 다시 새겨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차떼기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홍 지사의 ‘공천헌금 폭로’발언, 그 막전막후를 들춰봤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11일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과거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시절 수억 원대의 총선 공천헌금이 일상적으로 오갔다는 내용을 언급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천헌금’ 폭로
‘무엇을 노렸나?’

홍 지사는 “(2004년) 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 시절, 내일 공천이 시작되는데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이 일요일 새벽에 우리 집에 등산복 차림으로 찾아와 직감적으로 ‘저건 돈이다’ 생각하고 문을 안 열어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월요일 (아침) 9시에 국회 사무실로 찾아와 ‘5억 원을 줄 테니 공천을 달라’고 해 내가 ‘16대 때는 20억 원을 준 걸로 아는데 왜 17대 때는 5억 원이냐’ 하니까 (그가) 즉각 ‘20억 원을 준다’고 하더라”며 “내가 그날 오후에 공심위에 가서 이걸 보고하고 그날 (그가 심사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공천을 바로 했다”고 덧붙였다. 공천심사위원 시절 5억 원, 20억 원을 거절했는데 성 전 회장으로부터 총선 공천 대가로 1억 원을 받았겠느냐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던 것.

특히 홍 지사는 “(윤 부사장이) 1억 원 이야기 하는데, 1억 원은 정치권에서 광역의원 공천하는 돈도 안 된다”고 피력했다.

홍 지사의 공천헌금 폭로에 새누리당 동료 의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새누리당 한 인사는 “돈을 건넨 의원이 누구인지에 대한 얘기와 함께 홍 지사 폭로 배경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총선을 앞두고 예전 일을 끄집어낸 데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래서일까. 홍 지사의 폭로를 놓고 수많은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렇다면 홍 지사가 공천헌금 폭로를 통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홍 지사가 거론한 17대 공천을 회상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탄핵을 주도했던 최병렬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사퇴했고, 구원투수로 박근혜 대표가 당의 지휘봉을 잡아 공천권을 행사했다. 총선을 치러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17대 총선 공천을‘대표적인 개혁 공천’으로 내세웠다. 이번 홍 지사의 발언은 개혁 공천이라고 내세웠던 17대 총선 공천에서 공천헌금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인사는 “홍 지사가 ‘구속만은 피하겠다’는 사인을 보낸 것과 함께 경남지사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친박 핵심 쪽에 사인을 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또한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압박과 함께 ‘사인’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모든 것을 폭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18대 총선 등 각종 선거 때마다 공천헌금과 관련된 루머가 꾸준히 나돌았기 때문이다. 

실제 18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헌금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선영 전 의원은 과거 “일반적이었다고 표현하는 건 좀 과할지 모르지만, 1번부터 10번까지는 얼마, 11번부터 20번까지는 얼마, 이런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고 특별당비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다”면서 “공천 뇌물은 정당 역사상 계속돼 왔고, 저도 거기에 맞서 싸우는 것이 힘들었다. 여의도에 떠도는 이상한 소문들, 돈과 관련된 소문들은 검찰이 마음먹고 들어가면 아마 우수수 떨어질 것이며 그 관계자들은 결코 안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구 공천을 받을 때도 굉장히 많은 비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구를 양보하는 대신에 어떻게 하라고 하는 얘기들은 수없이 많이 돌고 있는데, 그런 건 왜 검찰이 파헤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19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현영희 전 의원이 공천로비 대가로 당 간부에게 5천만 원을 준 사실이 적발돼 의원직을 박탈했다. 야당도 인터넷 방송사를 운영하던 양경숙씨가 야당 지도부와의 친분을 과시, 비례대표를 받아주겠다고 약속해 무려 40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PK-A, TK-B
수도권-C로 통한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홍 지사가 과거 공천헌금 뇌관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공천헌금 뇌관'을 폭로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특히 친박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견해까지 나온 상황. 성완종 리스트에 친박 인사들이 대거 거론된 가운데 비박계에서는 홍 지사만 유일하게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됐다. 또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친박 핵심들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서 친박 핵심 인사와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천을 받아주는 대신에 공천헌금을 요구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게 나돌고 있다. 심지어 실명이 거론되는 등 공천헌금을 둘러싸고 갖가지 음모론이 판을 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새누리당 공천헌금과 관련해 ‘PK(부산·경남) 지역은 A, TK(대구·경북)지역은 B, 수도권은 C’에게 공천헌금을 제공해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 과정에서 공천헌금이 친박 핵심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소문이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공천헌금은 정치권의 핵뇌관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홍 지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친박 인사를 겨냥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홍 지사가 공천헌금을 거론하면서 여권 실세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 만큼 만족할 만한 시그널이 오지 않으면 또 다른 공천헌금 문제를 폭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홍 지사가 ‘너 죽고 나살자’는 식으로 무모한 전략을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차떼기 악몽’ 재현
대권 후보 맞는지 의문제기

한편, 여권 내에서는 “차떼기당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유권자들에게 다시 각인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한 인사는 “홍 지사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공천헌금 폭로를 하는 모습을 보고, 대권 후보가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이어 “자기 혼자 살기 위해 당을 끌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워낙 한심해서 할 말이 없다. 나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홍 지사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