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매춘서 원정 묻지마 매춘까지 성행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공원을 중심으로 노인을 상대로 한 불법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종묘공원은 외로운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주말에만 1만여 명이 방문한다. 이곳에 버젓이 성매매 현장이 포착돼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추락시키고 있다. 종묘 공원 인근에는 1만 원이면 30분간 성행위를 즐길 수 있는 쪽방 여관까지 즐비하다. 어느덧 노인들 사이에선 종묘공원은 ‘노인들의 집창촌’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종묘공원 내 불법 노인 성매매 실태를 추적해 봤다.
2010년 4월 11일 오후 1시. 종로 3가역에서 내려 번잡한 거리를 따라 종로 4가역 종묘공원으로 향했다. 종묘 공원에 다다르자 어르신들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전에 비해 노점상인은 현저히 줄었다. 대신에 화려한 입담을 앞세워 노인들을 유혹하는 장사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도로 한켠에서 종이에 간략한 여행 일정을 써 놓은 A씨는 벌써 25년째 이곳에서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약장수들이 주선하는 여행 갔다가 우리 소문 듣고 오시는 노인 손님이 많다”며 “대부분 솔로로 와서 커플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노인이 “정말 가면 커플이 되냐”고 묻자 A씨는 “첫날 바로 눈 맞아서 호텔에서 함께 자기도 하고, 이 기회로 결혼까지 성공한 사람도 수두룩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여행은 두 가지 형태다. 무박으로 가는 상품은 1인당 6만 원이고, 1박 2일 코스는 13만 원이다. 물론 흥정은 가능하다. 기자가 “싱글 이모들 4명 보내드리는데 싸게 해 달라”고 말하자 그는 귓속말로 “그러면 반값에 해주겠다”며 자신의 연락처를 건냈다.
묻지마 노인 관광도 기승
하나 둘 구경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또 다른 한 노인이 “거기 오는 아줌마들 예쁘냐”고 하자 A씨는 “오시면 후회없다”고 말한 뒤 “벌써 버스에 탈 때부터 다들 짝이 정해지니 걱정말고 한번 가보라”고 너스레를 떤다.
이처럼 종묘공원은 입구부터 노인들의 주머니를 공략하는 각종 성문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당당했던 A씨도 ‘불법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순간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말로는 “절대 불법이 아니다”던 A씨였지만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하자 A씨는 당황하며 카메라를 막았다.
한참 노인들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쯤 여기저기서 “오빠 시간 있어?” “오빠 술 한 잔 사줘”라며 노인들에게 말을 거는 여성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소위 ‘박카스’라 불리는 길거리 성매매 여성들이다.
입구부터 공원 왼쪽에 즐비한 술집가게마다 서 있는 ‘박카스’여성들은 하나같이 허리춤에 가방을 매고 있다. 그 안에 각종 음료수와 술을 넣어 팔면서 성매매까지 유혹하는 것이 이들의 주 수법이다.
10년째 이곳을 찾는다는 70대 B씨는 “노인 회관 친구들 중에 저 여자들한테 돈 많이 뜯겼지”라며 “라인 별로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귀띔해 줬다.
B씨의 말대로 화대는 대략 3그룹으로 나뉜다. 우선, 종로 3가역부터 공원 입구까지는 3만 원 라인으로 대개 30대 조선족 혹은 40대 초반 한국 여성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하루 수입만 20만 원이 넘는 사람도 있다고.
3만 원 라인에서 공원 가운데 50대 여성들은 2만 원, 공원 뒤편과 술집 앞 60대는 1만 원 라인이다. 이들 중 장애가 있는 여성은 5000원까지도 흥정이 가능하다.
술집 앞 한 50대 여성에게 다가가 “음료수가 있냐”고 묻자 그녀는 날카롭게 “그런 것 없다” “저 앞에 여자들이나 그런 거 판다”며 경계했다. 공원 입구 여성들 역시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러나 기자가 자리를 피하자 이내 어르신들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며 술을 팔기 시작했다.
쪽방 여관과 불법 비아그라로 물든 종묘공원
박카스 여성들은 손님과 가격 흥정이 되면 곧바로 술집 뒷골목에 숨어있는 쪽방 여관을 향한다.
1시간에 1만 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밤보다 낮에 손님이 더 많다.
밤이면 노인들이 집으로 귀가하기 때문이다. 여관 주인에게 “어르신들이 많이 오냐”고 묻자 “많이들 오신다”며 정신없이 침대보를 갈았다. 주변의 다른 쪽방 여관, 모텔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여관촌에서 30년을 살았다는 한 70대 노점상 노인은 “명절이면 아예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라며 “다들 자식들이 주는 용돈이나 연금으로 이런데 온다”며 혀를 찼다.
노점상의 말대로 대개 종묘공원에서 성매매를 하는 노인들은 영세민들이 많다. 산림청에서 30년간 일했다는 80대 C씨는 “돈 있는 사람들이 여기 왜 오겠어”라며 “다들 돈 없고, 가족도 없는 사람들이 외로움에 못 견뎌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묘공원까지 지하철 비도 공짜에 무료급식도 나오니까 다들 여길 찾는다”며 “기초연금 받는 사람들이 그 돈으로 성매매 하는 거지”라고 한숨을 내셨다.
문제는 성매매 여성들 중 성병에 걸리고도 버젓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종묘공원을 이용하는 노인 100명 가운데 8명꼴로 성병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몇몇 사람들이 여기서 하다가 성병 걸린 적도 많아”라며 “문제는 몸 파는 여자들이 대부분 성병에 걸리고도 묵인하거나 돈이 없어서 항생제만 먹고 계속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비아그라 문제 역시 심각하다. 가짜 비아그라를 판다는 제보를 받고 종로 3가 역내 노인들이 앉아 있는 곳을 가봤다. ‘소문 듣고 왔다’는 기자의 말에 한 노인이 장소를 옮겨 가짜 비아그라를 꺼내 보였다. 만원이면 가짜 비아그라 6정을 구입할 수 있다.
이같이 종묘공원 앞에서 버젓이 성매매 알선 행위가 벌어짐에도 관련 경찰서는 이렇다 할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공원에 있던 한 80대 노인은 “그나마 여기가 유일한 쉼턴데 성매매하는 사람들 때문에 안 그런 사람들까지도 오해받는 것이 싫다”며 “성스러운 문화유산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 종묘공원은 노인들의 쉼터이자 국민 모두의 자랑스러운 문화재다. 각종 성매매로 성병 및 관광지의 명성을 깎아내리는 공원 앞 성매매 근절을 위해 해당 기관의 시정 노력이 시급하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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