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지사 노리는 특정세력 있다
[단독] 홍지사 노리는 특정세력 있다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5-11 11:19
  • 승인 2015.05.11 11:19
  • 호수 1097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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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최측근 작심 증언’
▲ photo@ilyoseoul.co.kr

“홍지사-윤승모씨 가까운 관계 사실과 틀려
성완종 자금 전달책인 윤씨 진술 못 믿어”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그 결과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홍 지사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반면 홍 지사는 결백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아직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고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증언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아 검찰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사안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홍 지사에 대한 검찰수사가 결국 증거불충분 등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홍 지사의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출마 당시 캠프에 몸담았던 이 인사들은 대부분 윤씨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캠프에서 윤씨의 역할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또 홍 지사와 윤씨가 가까운 관계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 역시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게 당시 캠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홍 지사 보궐선거 캠프에 몸담았던 이들을 통해 홍 지사와 윤씨의 관계를 추적해 보았다.

홍 지사가 지난 6일 오전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 도중 수첩을 보면서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이 뚜렷한 증거도 없이 ‘잡고 보자’식 수사를 한다는 게 요지다. 홍 지사는 “이례적으로 증인을 한 달 이상 관리, 통제하면서 진술을 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출신 정치인으로 검찰의 잘못된 수사방식을 꼬집은 것이다.

검찰은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 상황을 완벽히 재구성해 홍 지사의 퇴로를 차단했다”며 홍 지사의 기소를 사실상 확신했다.

홍 지사 캠프에서 뛴 나경범 현 경남도청 서울사무소장을 비롯한 핵심 측근들 조사를 통해 당시 캠프의 자금 흐름과 홍 지사의 동선을 복원해 윤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경남기업의 ‘금고지기’ 한장섭 전 부사장으로부터 1억 원의 조성과 전달 경로에 관한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홍 지사 측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검찰은 윤씨의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씨를 총 4차례 불러 진술을 들은 뒤에야 그의 소환조사 사실을 공개했다.

윤씨는 “2011년 성 전 회장 지시로 국회 의원회관 근처에 세운 차량 안에서 경남기업 돈 1억 원이 담긴 쇼핑백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으며, 곁에 있던 나경범 당시 보좌관이 쇼핑백을 넘겨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차량을 운전한 윤씨의 부인까지 조사했다.

검찰이 이날 홍 지사의 측근이자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1비서관을 지낸 김해수씨를 조사한 것도 윤씨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씨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직후 윤씨와 접촉해 “검찰 조사 때 홍 지사 본인 말고 보좌진에게 1억 원을 건넸다고 진술하면 안 되겠냐”고 말해 사실상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성 전 회장-윤씨 무슨 일이?

검찰은 경남기업에서 조성된 현금 1억 원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한 전 부사장 진술,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윤씨의 증언, 김씨가 윤씨를 회유하려 한 정황 등을 내세워 홍 지사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돈을 전달했다는 윤씨의 주장에 대해 “일종의 배달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돈을 받은 적은 없으며,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내세워 돈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과거 보궐선거 캠프에서 홍 지사를 도왔던 한 캠프 관계자는 “언론에서 무차별적인 미확인보도를 쏟아내고 있고 검찰에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을 흘리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현 시점에서 의심을 사고 있는 홍 지사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의 검찰 수사는 과거 서울시장 선거 당시 후보로 출마했던 한명숙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을 수사한 것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돈을 전달했다는 주장은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받은 적 없다고 반박하고 있으며, 여러 정황을 보면 돈을 받았을 것이란 의심이 강하게 들지만 정작 물증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홍 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홍 지사가 자리에서 내려오고 나면 그때서야 흐지부지 마무리될 것이고 홍 지사가 혐의 없음 또는 증거불충분 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홍 지사는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치권에서는 ‘특정 세력이 홍 지사를 그렇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홍 지사 주변인 A씨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역시 과거 홍 지사 보궐선거 캠프에서 홍 지사를 도운 바 있다.

A씨에 따르면 윤씨가 홍 지사 캠프에서 뛰었다는 것과 윤씨가 홍 지사에 돈을 전달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서 정확한 진실을 밝혀내겠지만 지금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모순이 많다”며 “내가 캠프 업무의 전반을 책임지고 이끄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나는 당시 윤씨가 누군지 몰랐고 본 적도 없다. 캠프에서 일한 주요 관계자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윤씨가 홍 지사 캠프에서 일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A씨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나는 캠프에 있을 때 윤씨가 성 전 회장 측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성 전 회장은 생전에 나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홍 지사 선거 준비가 한창일 때였다.

A씨는 이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윤씨의 활동과 관련해 어디선가 엇박자가 난 것 같다. 윤씨가 속였거나 성 전 회장이 착각했거나 그런 가능성들을 배제할 수 없다“고 떠올렸다.

A씨 등 과거 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의 말과 윤씨의 말을 통해 여러 추측을 하고 있지만 홍 지사 역시 어떤 것이 진실인지 모른다고 볼 수 있다.

홍 지사 반격의 시작

이 부분은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검찰은 핵심 조사대상인 성 전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함에 따라 윤씨의 진술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여러 진술 중에서 혼선을 빚는 부분이 있다. 돈을 건넨 시점이 정확히 언제냐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홍 지사는 2011년 6월 옛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때 국회 의원 사무실에서 윤씨를 통해 1억 원을 전달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일정 담당 비서 B씨를 지난달 29일 오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검찰은 B씨로부터 일정 등 자료를 제출받고 관련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011년 2월부터 홍 지사가 의원이던 시절 의원사무실 일을 했고, 홍 지사가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후부터는 경남도청에 근무 중이다. 이 때문에 홍 지사 측근에서 보고 들은 내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홍 지사가 의원재직시절에 성 전 회장의 돈을 윤씨를 통해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시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 왜 돈을 줬는지 구체적이지 않고 그 돈을 다른 사람도 아닌 윤씨가 전달한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홍 지사가 가깝지도 않고 측근도 아닌 윤씨가 전달하는 돈을 덥석 받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홍 지사가 의원이던 당시 가깝게 지냈던 한 측근은 “홍 지사는 매우 꼼꼼하고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라며 “그런 인물이 잘 알지도 못하는 그것도 생면부지에 가까운 윤씨가 전달하는 돈을 받았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 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나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성 전 회장과 통화를 한 적 있다. 그때 성 전 회장과의 대화에서 분명히 윤씨가 언급됐고 성 전 회장은 자신이 윤씨를 통해 홍 지사를 돕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런데 윤씨는 홍 지사 캠프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경남도 서울본부에서 근무하는 나경범 본부장도 검찰에 소환된 상황이다. 나 본부장은 2001년 10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홍 지사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홍 지사가 서울에 가면 여의도 정가 소식을 전하고 정치권 인사와 만남을 주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의 한 측근은 성 전 회장의 마지막 메모 내용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 내용은 추상적이어서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이 메모를 통해 거짓말을 하거나 특정인을 겨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D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성 전 회장이 우리 캠프(당시 홍준표 도지사 후보 측) 쪽에 지원을 지시한 것 같았다”며 “하지만 우리 쪽으로는 성 전 회장 자금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게 있었다면 내가 몰랐을 리 없는데, 특히 성 전 회장과 그런 통화를 한 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 전 회장의 메모와 윤씨의 진술에 대해 홍 지사는 “이유는 있겠지만 나는 악의나 허위(성회장의 1억 메모)로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누군가 자신을 빙자해 1억을 가져갔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홍 지사는 누군가 자신을 대신해 윤씨로부터 돈을 받았거나 애초 윤씨가 전달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반면 윤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검찰에는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홍 지사와 윤씨의 관계가 어떤 정도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다만 직함을 통해 윤씨는 2010년과 2011년 두 번의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 홍준표 캠프를 도운 사람이라는 짐작이 가능한 정도다.

지난해 새누리당 당권 경쟁에서 양강 구도로 갈 때 서청원 의원 캠프에 합류한 인사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윤씨인데, 그는 당시 공보실장을 맡았다. 이에 대해 홍 지사의 한 측근은 엇갈리는 증언을 했다.

이 측근은 “성 전 회장은 과거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때 서청원 의원이 윤씨와 함께 홍 지사를 돕고 있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나중에 서 의원 측근과 홍 지사 측을 통해 윤씨가 서 의원과 함께 캠프에 내려와 홍 지사를 돕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일련의 증언대로라면 당시 윤씨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홍 지사 캠프에 선거지원 자금전달 지시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씨는 홍 지사 캠프에 자금을 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홍 지사의 측근은 이에 대해 “성 전 회장은 지원자금이 잘 전달됐는지 그리고 홍 지사의 반응이 어땠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나에게 직접 확인 전화를 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자금이 전달되지 않았고 윤씨에 대해서도 내가 전혀 모른다고 말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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