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임정당, 불신정당 합병증 걸린 새정치연합
- 외부 수혈을 통한 새판짜기 해야

그는 당대표 취임 후 당대표 경선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들, 친노·비노라는 계파패권주의와 호남과 영남의 대결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판 지역주의, 그리고 상대후보가 주장했던 ‘호남정치 복원’이라는 이슈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불임정당, 불신정당이라는 합병증에 걸린 새정치민주연합을 수술대에 올려놓고 감히 메스를 들 용기를 내지 못하고, 고작 상처부위를 봉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그러한 안이한 처방이 상처를 더욱 곪게 하고 부작용만 나타나게 만든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전당대회의 마지막 연설에서 “당 대표가 안 되어도, 당을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자신에게는 기회가 없다고 말했는데, 당을 정상화시키고 본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측면에서 그는 두 번째 고개를 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비주류를 중심으로 그에 대하여 사퇴론을 거론되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그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한길, 안철수 대표의 케이스를 염두에 두면서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지난해 패배의 원인은 공천을 둘러싼 문제가 부각되어 두 대표가 직접적으로 책임질 문제였지만, 이번 재보선 참패는 근본적으로 공천의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략공천의 유탄으로 말미암아 당대표가 전략공천을 할 수 없게 만든 당의 안이함, 무책임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는다면,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합진보당이 해산되고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함으로써 실시된 재보선에 대해서 제1야당의 대표가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정부가 주도하는 대로 재보선에 참여한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임기 1년짜리 3석의 국회의석이 탐나 야당이 주도하는 큰 그림의 정치를 그려내지 못한 것이다.
야당은 항상 작은 싸움에 이겨 만족해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러한 우를 범하였다. 2016년의 총선과 2017년의 대선에서 이기는 전략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재보선과 같은 작은 선거에는 과감하게 미련을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즉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재보선을 보이콧해야 옳았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재보선에 참가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참패했으며,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은 상처받았다.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에 대해서는 안철수 의원만큼이나 많은 의문부호가 붙게 되었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첫 번째는 호남민심을 거스른 것이다. 호남정치를 복원하고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여 광주서구을 선거구에 출마한 천정배 후보와의 경쟁에서 전혀 전략적이지 못했고 오히려 상대전략에 말려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심장에 해당하는 광주선거에서 진다는 것은 문재인에게 용납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선거기간 중 6번이나 광주를 방문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 후보가 조영택인 것은 누구에게도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광주선거는 문재인 대 천정배의 대결이었고, 광주 유권자는 2017년 야권의 대선후보를 자신들이 선택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1480만 표를 얻었던 문재인은 이 표가 모두 온전한 자신의 지지표라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광주에서 자신을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자신에 대한 광주민심을 거스른 것이다. 광주는 천정배를 선택했고, 문재인을 버렸다. 문재인 대 천정배의 대결은 천정배가 원하는 그림이었다. 문재인 대표의 전략적 실패였다.
두 번째는 계파주의의 망령을 스스로 불러낸 것이다. 선거전이 시작되기 직전 전통적으로 야당을 지지해온 관악을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당내 경선에서 패한 김희철이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가 영남출신인 점 등이 부각되면서 호남출신 유권자가 많은 이 지역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더군다나 국민모임의 호남출신 정동영이 출마하기로 하면서 그 위기의식은 더욱 커져만 갔다. 결국 권노갑, 박지원으로 대표되는 동교동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구애를 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게 된다. 동교동계가 정치적으로 실체도 없지만, 스스로 당의 계파를 인정하고 그에 의지하는 허망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장면인가? 문재인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스스로 하락시키는 명장면이었다.
세 번째 실패는 ‘성완종 게이트’에 스스로 발목을 잡힌 것이다. ‘성완종 게이트’가 박근혜 정권에게는 정권기반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대형 악재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쓸 수 없는 노릇이다. 바삐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다. 아직 실체를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그의 ‘유능한 경제정당론’은 정치를 소비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이슈였다. 그런데 ‘성완종 게이트’로 그것을 대체했다.
결과는 실패였고, ‘유능한 경제정당론’도 함께 사그라 들고 말았다. ‘성완종 게이트’와 같은 정권발 스캔들이 야당에게 선거승리를 가져다 준 사례는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한 선례를 기대했지만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인 점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혁신할 것이고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성완종 게이트’가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에게 독이 되었지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약으로 만드는 것도 결국 야당의 몫이다.
임기 3년차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임계치를 향하고 있다. 레임덕도 가속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능하고 약한 제1야당이 박근혜 정권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고 당대표 자리를 내려놓을 것인지, 정치불신의 타깃이 되어버린 새정치민주연합을 희망과 대안세력으로 탈바꿈시킬 청사진을 제시할 것인지를 이제 문재인 대표가 선택할 시기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그에 우선할 일은 이번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전략과 홍보라인에 대한 문책인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외부수혈을 통한 새판짜기를 시작해야 한다. <김영필 정치개혁시민의힘 대표>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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