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 지인들, “수석대변인 직함, ‘이름’만 올려놔”
홍문종, 서병수 연관성 제기…7인회 멤버까지 거론
또 다른 대선 자금이냐? 성완종 리스트 중 한 명이냐?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폭로로 촉발된 ‘성완종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하고 있는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선 때 성 전 회장 지시로 2억 원을 만들었으며, 새누리당 김모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은 김모씨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가 현 정부의 ‘판도라 상자’를 열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의도 주변에선 김모씨에게 전달된 종착지를 두고 갖가지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2012년 대선 직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억 원을 회장실로 갖고 오라’고 불러서 갔더니 김 씨(전 새누리당 수석대변인)가 성 전 회장과 함께 있었다.”
경남기업 비자금을 조성·관리한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그는 “그 돈이 이후 누구에게 전달됐고, 어디에 사용됐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수사팀은 진술을 확보한 이상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이 돈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주변지인들이 말하는
김 씨는 어떤 인물
일단 돈의 종착지가 불분명한 상황이지만 대선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메모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의원 2억 원 등을 적었던 데 대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박근혜 대선 캠프 당시 핵심 실세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따라서 검찰은 김 씨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가 ‘불법 대선자금’을 조준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전 부사장이 “김 씨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이상 이 돈의 종착지를 알기 위해선 우선 지난 2012년 대선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씨는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인사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는 충청포럼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오랜 친분을 유지해 왔다.
이에 김 씨를 잘 알고 있는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충청권에 많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며 “대선 당시 충청권을 중심으로 선거 운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선 이후에도 새누리당 A의원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석부대변인 자리도 A의원이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선 캠프에서 수석부대변인이라는 직함에 ‘이름’만 올려놨을 뿐 주류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달자일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가까운 친박 실세와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선 당시 충청권을 중심으로 선거 운동을 했고, 실세로 불리는 인사들과도 가깝기는 했지만 완전한 ‘주류’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인들 사이에서는 ‘전달자일 가능성이 없다’는 말과 함께 ‘금전적인 부분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억 원의 현금이 오갔다면, 그 돈의 종착지는 김 씨와 가까운 인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종착지 놓고 설왕설래
2억 원은 어디로?
그래서일까. 검찰은 김 씨가 받았다는 2억 원의 종착지가 어디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김 씨가 받았다는 2억 원과 성 전 회장의 메모에 등장한 ‘홍문종 2억’의 연관성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2012년 대선 당시 김 씨가 경남기업을 방문한 사실이 있는지, 홍문종 의원 측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한 확인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문종 (조직총괄)본부장에게 2억 원을 주는 등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열심히 도왔다”고 말한 것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억 원이 홍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홍 의원 측은 “성 전 회장은 물론 김 씨에게도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씨와 홍 의원 측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금을 전달할 만큼 김 씨와 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선 캠프 당시 조직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은 김 씨가 조직에서 활동했는지를 일일이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김모씨가 홍 의원의 최측근인 것으로 착각한 홍 의원 측근들의 전화문의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부산시장 2억, 유정복 3억 부분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종착지가 불분명한 이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은 선거 조직과 자금관리를 담당했고, 유정복 인천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관을 맡았기 때문이다. 특히 2억 원의 액수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전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서 시장 측에서는 “김 씨와 알고 지낸 사이는 맞다”면서도 “금품수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치권에선 수석부대변인 자리에 김 씨를 누가 추천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억 원의 종착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2억 원의 돈을 성 전 회장이 전달했을 정도라면 핵심 실세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그룹이자 7인회로 불렸던 B 인사가 김 씨를 추천했고, 그가 2억 원의 종착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섣부른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김 씨 진술 기대
김 씨 “사실무근” 항변
따라서 2억 원의 종착지에 대해 ‘속단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 이외에 또 다른 핵심 실세들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돈이 현금으로 오간 만큼 김 씨의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
대선 자금의 파급력 때문에 김 씨가 종착지를 진술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2억 원을 받은 것이 돼 혼자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김 씨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2억 원의 쓰임에 대해 진술할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한 전 부사장이 지목한 김 씨에 대한 소환 조사가 시작되면 친박 핵심에 대한 수수 여부나 또 다른 대선 자금인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지부진했던 ‘2012년 불법 대선 자금’ 수사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한 전 부사장이 지목한 김모씨는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때 경남기업 회장실에 간 적도, 2억 원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부사장이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배달사고’를 냈다는 말인데, 왜 사실과 다른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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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