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여종업원들 콜택시 ‘콜뛰기’
유흥가 여종업원들 콜택시 ‘콜뛰기’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5-11 11:05
  • 승인 2015.05.11 11:05
  • 호수 1097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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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강남의 밤거리는 화려하다. 서울에서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인 만큼 밤 늦은 시간까지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강남에는 유독 외제차가 많다. 젊은이들이나 성공한 기업인들은 외제차를 ‘부의 상징’쯤으로 여기지만 외제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바로 유흥가 여종업원들이다. [일요서울]에서는 유흥가 여종업원들을 위한 콜택시 ‘콜뛰기’를 집중취재해 봤다.

손님 호출 건수 많은 휴대폰 최고 2000만 원 거래
경찰 측 “강남 일대에만 200여개 조직 운영 중”

지난 3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박모(50)씨, 강모(49)씨, 김모(46)씨 등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를 주축으로 한 일당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서울 강남 일대에서 벤츠와 BMW, 아우디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이용해 유흥업소 여성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콜뛰기’를 해 8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콜뛰기’란 사업자 면허 없이 자가용을 이용해 택시 영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주로 외제 승용차를 렌트하거나 장기 임대 형식으로 대여받아 영업에 이용해 일반 택시의 2배에 달하는 요금을 받아 챙겼다.

두목은 ‘대메인’
정기적인 만남도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다른 콜뛰기 조직들과는 달리 ‘조직계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박씨를 두목격의 ‘대메인’, 조직관리자 겸 부두목인 강씨와 김씨를 ‘메인’ 등이라고 불렀다. 또 차와 모든 기사들을 관리하는 이들을 ‘오바장’이라 칭하며 기사들의 출퇴근 등을 감시하도록 했다. 이들은 조직의 친목도모와 정산을 위해 매주 정해진 요일에 만남을 갖기도 했다.
이들에게서 무전기와 타인 명의의 휴대폰 12개를 압수한 경찰은 ‘메인’이라 불리는 영업주들이 가진 휴대폰이 손님 호출건수에 따라 50만 원에서 2000만 원 상당에 거래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확대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콜뛰기는 현재 200여개 조직으로 파악된다”며 “이들을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인 단속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밤낮 없이 영업
요금은 택시의 2~3배

유흥가 여종업원들이 이용하는 콜뛰기는 영업시간이 따로 없다. 여종업원들은 보통 새벽에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고 늦은 아침 미용실을 찾는다. 이들이 많이 밀집해 사는 논현동 일대의 미용실들은 이른 오전부터 머리를 만지고 손톱 등을 가꾸는 여성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유흥가에서 일하는 여종업원들이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콜뛰기를 이용한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들이 타고 다니는 외제차를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 15만 원
한 달 300만 원 수익


콜뛰기 요금은 일반 택시 요금의 두 배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 배가 넘는 금액을 받는 기사들도 있다. 보통 강남권 운행은 만 원, 그 외 서울 지역은 2만 원을 받는다.
여종업원들이 비싼 가격에도 콜뛰기 택시를 이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들의 눈에 돈이 있어 보이고 부러워하는 눈초리를 즐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 탈 수 없는 외제차를 자신의 자동차처럼,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자기 스스로가 남들과 달리 우월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30대 후반의 콜뛰기 운전기사 A씨는 일찌감치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는 “보통 한 건에 만 원 정도 받고, 하루에 15건 정도 뛴다”고 밝혔다. 대충 계산해 봐도 하루 수입이 15만 원은 넘는다. 하지만 매일 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수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는 “한 달 수입이 30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콜뛰기 기사로 일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주로 밤에 일하기 때문에 몸이 피곤하다는 점이다”라고 전했다. 낮과 밤이 바뀌기 때문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지만 그는 “콜택시 일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A씨가 콜뛰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수입도 수입이지만 외제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폼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에게는 콜뛰기 기사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지만 외제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콜뛰기가 성업중이지만 사업자 면허 없이 자가용을 이용해 택시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우버택시도 개인 승용차로 택시 영업을 해서 문제가 됐다. 또 콜뛰기는 범죄에도 취약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과거와 달리 조직화된 콜뛰기 영업 세력이 확대될 경우 세력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고 범죄에 이용될 경우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영업 논란 속
범죄 피해볼 수도

실제 조직적으로 콜뛰기 영업을 하는 기사들은 1주일에 한 번씩 서울의 한 식당에 모여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회의를 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정보교환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결국은 범죄모의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소지가 충분하다.
또 다른 문제는 콜뛰기로 인해 합법적으로 일을 하는 일반 택시 기사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조직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 택시기사들이 함부로 항의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경찰 등 사법조직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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