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성매매업소 ‘핸플사업장’ 에 깃든 애환”
‘대딸방’으로 불리는 핸플업소가 ‘국민 성매매 업소’가 된지도 오래됐다. 2000년대 초반 ‘여대생이 자위를 해준다’는 개념으로 선풍적인 인기 몰이를 했던 핸플업소는 그간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많은 남성들의 성적 욕구를 해결해주었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많은 여성들이 핸플업소에서 근무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구체적인 추산을 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최소 수천에서 최대 수만의 여성들이 현직 핸플여성이거나 혹은 그에 얽힌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핸플업소 여성이라는 직업은 상당히 ‘험한 직업’이기도 하다. 단돈 몇 만 원에 자신의 자존심과 여성으로서의 순결을 ‘팔아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온갖 진상(?) 남성들을 받아내야 한다. 또한 수많은 남성들의 캐릭터를 모두 소화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힘든 일임에도 틀림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양한 ‘직업병’을 얻기도 한다. 성병은 물론이고 신체 일부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각선미가 망가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모두들 한결같이 떠나고 싶어 하는 핸플업소지만, 또한 결코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이 그녀들이 처한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핸플업소 여성들은 어떤 애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취재했다. 여성들이 심한 마음고생을 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본질적으로는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큰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핸플업소를 이용하는 남성들은 특정 음란 사이트에서 거대한 커뮤니티를 이뤄 일일이 해당 업소와 여성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 때문에 이것이 그녀들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된다. 일부 연예인들이 댓글만 가지고도 상처를 입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매너와 배려가 상실된 혹독한 평가가 이뤄지는 커뮤니티는 그녀들에게 적지 않은 고통을 안겨준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외모와 말, 서비스의 노하우들이 모조리 도마 위에 오르는 현실을 보면서 때로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적지 않은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각종 변태들의 퍼레이드
아마도 여자들이 가장 심하게 심적인 고통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변태들일 것이다. 실제 거의 대부분의 핸플업소 여성들이 ‘변태를 만나봤다’고 고백한다. 상당수의 남성들이 핸플업소에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성적 취향을 드러내며 기이한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 여성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사실 핸플 업소에 있다 보면 별의 별 남자들을 다 만나고 정말이지 세상에서 못해볼 경험까지 다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건 ‘아빠놀이’를 하자는 부류다. 자신에게 ‘아빠’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발가락을 빠는 것이나 겨드랑이를 빠는 것, 혹은 무려 50분 동안이나 오럴을 시키는 것도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아빠’라는 말은 정말로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빠’라고 부르려고 하면 나의 아빠가 연상되어 정말이지 내가 참을 수 없이 ‘더러운 년’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세상에 오직 한 사람에게만 붙여야할 이름을 변태손님들에게 불러야 한다는 내 처지가 너무 비참했다. 결국 그래서 그 요구에 응하지 않아 손님에게 서비스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중에는 좋은 손님들이 있긴 하지만 이런 유의 변태 진상들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는 듯 한 느낌이 든다.”(박 모 양)
심지어 업소에서 CD를 하는 남성들도 있다. CD라고 하면 상당수의 업소 아가씨들이 ‘콘돔’을 생각한다. 하지만 변태남성들에게 CD란 크로스 드레서(Corss Dresser), 즉 남자이면서도 여자 옷을 즐겨 입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아예 업소에 올 때 여자용 드레스와 하이힐, 립스틱 등의 화장품을 가져와서 서비스를 받을 때 이 옷으로 갈아입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 CD를 만났을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이런 남성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자 남자들이 달리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아는 친구나 동생 같았으면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앞으로 다신 그러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손님이니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남자가 원피스를 입고 뒷 지퍼를 올려달라고 할 때는 ‘내가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몸은 움직였지만 머리는 멍했다.”(이 모 양)
■외모에 대한 평가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남성들은 핸플업소에 가면 정말로 ‘왕’이 되는 듯 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여성들이 마치 인격 자체가 없는 ‘무수리’인양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일부 남성들은 대놓고 ‘얼굴이 왜 그러냐. 누구한테 맞았냐’, ‘살좀 빼야겠다. 안쪽팔리냐’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인격적인 모독을 준다. 거기다가 걸핏하면 아가씨를 교체해달라는 요구도 한다고.
“뚱뚱하면 뚱뚱하다 뭐라 하고, 얼굴 못생겼으면 얼굴 못생겼다고 뭐라고 한다. 거기다가 서비스 안 좋으면 내상이다 뭐다 인터넷에 올리는 통에 아주 죽겠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르겠다. 나도 나름 남자들의 스타일에 맞게 최대한 노력을 한다고 해도 역부족이다. 정말 그럴 때는 ‘그럼 너 스타일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인줄 아냐’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기들은 도대체 얼마나 퍼펙트 하길래 그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들이 사회에서 만난 여자들에게는 절대로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이런 일 한다고 무시하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여자에게 그런 상처를 주는 것은 못할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그런 정도의 인간들이니까 이런 핸플업소에 와서 여자들이 자위해주는 거나 즐기는 거라고 생각한다.”(조 모 양)
■화들짝 놀라게 하는 ‘아는 남자’
일을 하다보면 가장 그녀들을 당황스럽고 황당하게 만드는 것이 다름 아니라 업소에서 아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다. 학교 동창이나 오빠 친구 등을 만나는 경우라면 정말 ‘쪽팔려서’ 견딜 수 없을 정도라고. 이럴 때는 대개 여성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하나는 그 현장을 피해서 달아나는 경우, 그리고 두 번째는 체념을 한 채 그래도 서비스를 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 역시 그 어떤 경우라고 하더라도 여성들의 가슴에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서로의 인생이 달라졌는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한때는 ‘친구’로서 함께 지내던 사이가 아닌가. 그런데 이제는 누군가는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고, 누군가는 그걸 주물럭거려 쾌락을 안겨주는 사이가 된 것이다.”(김 모 양)
심지어 한 여성은 자신의 황당한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어느 날 집에 가보니 아빠가 가지고 있는 라이터가 다름 아니라 자신의 업소에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것. 아빠에게 그곳에 가봤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심지어 혹시 아빠가 자신을 보지는 않았을까 가슴이 콩닥 콩닥 뛴 경험도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아빠와 딸’이 핸플업소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사실은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핸플업소가 현실적으로는 불법 성매매 업소임에도 불구하고 남녀가 모두가 ‘해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성들은 한결같이 남성들에게 ‘핸들업소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욕심을 버리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
“사실 남자들이 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서비스를 해주는 아가씨들도 당연히 그렇게 응대해주는 것이 사실이다. 아가씨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마음에 가는 손님들에게는 정성을 다해준다. 어차피 이곳은 생활의 현장이고 생계의 터전이다. 마음먹고 손님에게 기분 나쁘게 대하려는 아가씨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자신도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는 세상 모든 것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인지상정이라는 부분에서 그럴 것이다.”(최 모 양)
또 다른 여성은 자신들을 ‘인격체’로 존중해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어차피 여자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동물이다. 배려 받으면 자신도 배려하고 싶고, 여자로 대해주면 여자의 애교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 이를 모른 채 무조건 폭력적으로 말하고 잘해달라고 소리를 친다고 해서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왜 남자들이 이런 간단한 걸 잘 모르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지 모르겠다.”(이 모 양)
그러나 아가씨들의 이러한 ‘작은 소망’이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핸플업소는 남성들 스스로가 자신의 욕구를 쏟아내는 ‘하수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곳에서까지 예의와 매너를 지키는 남성들이 많아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제공:오엘오신문] oloshinmoon.com
#은퇴한 여성들, 그 홀가분한 마음 ‘훌훌~’
핸플여성 중 가장 행복한 여성은 바로 ‘핸플 업소에서 은퇴한 여성’이다. 그녀들은 그 ‘지옥’같은 곳을 탈출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온 것 자체만 해도 진정으로 ‘감사해야할 일’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제일 아쉬운 건 ‘돈’이다. 과거에는 하루 이틀만 일해도 한 달 치 방세 내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은퇴 후에는 한 달을 꼬박 일해야 방세며 자신의 생활비가 겨우 해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핸플업소에서 일해서 버는 3천만 원보다 정상적인 일을 하면서 버는 30만원이 더욱 소중하다 생각한다. 이는 그녀들의 ‘핸플생활’이 얼마나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는지를 오히려 반증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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