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지/금] 옥상옥 구조 해소 중
[재/계/는/지/금] 옥상옥 구조 해소 중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5-11 10:48
  • 승인 2015.05.11 10:48
  • 호수 1097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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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지배력·그룹체력 두마리 토끼잡는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계에 ‘옥상옥 구조 해소’ 바람이 거세다. 옥상옥 구조는 지붕 위에 지붕을 거듭 얹는다는 뜻으로, 물건이나 일을 쓸데없이 거듭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재계에선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비꼬는 말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이미 SK그룹, 한솔그룹, 한라그룹, 한진그룹 등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옥상옥 구조를 해소했다. 여기에 삼성, 현대차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 추세다. 이처럼 대기업이 잇따라 ‘옥상옥’ 지배구조 해소를 통해 완벽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서 향후 재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완벽한 지주사 체제 갖춰…재무구조 개선, 양사‘윈윈’
전문가 “개편 확산 추세…비용 많이 든다는 게 문제”

 

SK그룹이 지난달 20일 SK C&C와 SK㈜ 합병을 공식화하면서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출범 이후 논란을 빚은‘옥상옥’지배구조를 8년 만에 해소하게 됐다.
SK C&C와 SK㈜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1대 0.74 비율로 양사 합병을 결의했다.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병회사 이름은 SK 브랜드 상징성과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SK주식회사로 결정했다. 6월 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1일 합병이 마무리된다.

SK그룹은 그간 ‘최 회장→SK C&C→SK㈜→자회사’로 연결되는 간접지배 형태였는데, 이번 합병을 통해 ‘최 회장→SK㈜→자회사’로 지배구조가 간결해진다. 시장 기대가 반영된 지배구조 혁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솔그룹도 최근 ‘옥상옥’ 구조 해소에 나섰다. 한솔그룹은 한솔로지스틱스를 분할·합병하며 핵심 자회사인 한솔제지 지배력까지 확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지난달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한솔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는 한솔로지스틱스로 지분 8.1%를 보유하고 있다. 조동길 회장 3.34% 등 오너 일가와 로지스틱스 등 계열사가 17.81%를 가지고 있다. 한솔그룹은 오는 6월 30일을 기준으로 한솔홀딩스 지분 8.1%를 보유한 한솔로지스틱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해 신설된 투자부문을 홀딩스와 합병한다.

순환출자 고리 끊어

이때 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한솔홀딩스 지분은 자사주로 편입돼 옥상옥 구조는 자연스레 해소되며, 이는 언제든 경영권 방어에 사용할 수 있다.
같은 날 한진그룹도 한진칼과 정석기업의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정석기업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한 뒤 투자부문을 한진칼과 합치는 방식이다. 한진그룹은 2013년 8월 한진칼 출범과 함께 지주회사 전환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지난해 11월 상장자회사 지분요건을 채우기 위해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분 29.9%를 공개 매수했고, 다음달엔 ㈜한진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5.3%)을 매각해 ‘㈜한진-한진칼-정석기업-㈜한진’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그룹 지배구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정석기업을 정리하는 게 마지막 과제였는데 합병에 따라 정리 작업이 완료된 셈이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진칼 아래 3개의 자회사(㈜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가 있고, 그 아래 한진해운 등 물류 계열사가 손자회사로 자리한다.

한라그룹도 마찬가지다. 한라그룹은 ‘한라→한라홀딩스→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었다가 한라홀딩스가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하며 ‘한라→한라홀딩스→한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바뀌었다. 그러다 한라가 한라홀딩스 보유지분을 전량 한라홀딩스에 매각하면서 순환출자고리를 끊었다.

한라그룹은 7월 1일부터 한라홀딩스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며 정몽원 회장을 정점으로 한라홀딩스는 임기영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자동차 부문장은 만도 성일모 수석사장, 건설 부문장은 한라 최병수 사장이 맡는다.

구조 개편 왜 주목받나

옥상옥 구조 개편 바람은 재계 트렌드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LG그룹 정도를 제외하면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큰 고민이 지배구조 개편이기 때문이다. 순환출자에 얽힌 각종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개편은 꼭 필요하고, 특히 승계를 앞둔 그룹은 서둘러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사업구조를 정리하려는 목적도 있다. 과거에 비해 경쟁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는 목적에서 1986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순수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성장해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순수지주회사로의 전환이 허용됐지만, 4대 그룹 중에는 LG와 SK만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을 뿐이다.

때문에 일부 대기업과 중견 기업에는 여전히 순환출자에서 비롯된 복잡한 지분 구조가 상존하고 있다.  이를 단순화할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를 갖추고 사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앞다퉈 지주회사전환 등 구조개편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룹의 체력을 보강해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의 생존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합병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문제"라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사업재편지원 특별법(일명 원샷법) 등을 서둘러 제정하는 게 필요하고,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도 일정한 양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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