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모 교수의 ‘문화재 산책’] 차 만드는 정성에 따라 차향·가치가 확 달라
[정양모 교수의 ‘문화재 산책’] 차 만드는 정성에 따라 차향·가치가 확 달라
  • 조아라 기자
  • 입력 2015-05-11 09:48
  • 승인 2015.05.11 09:48
  • 호수 1097
  • 6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 격식·의식 없는 음다 문화

고려시대 크게 성행하던 차 문화는 조선시대에 들어와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5세기까지는 그 유풍이 어느 정도 이어졌다. 이후 점점 더 쇠퇴하다가 임진·병자양란 이후에는 그 맥이 끊어졌다고 한다. 음다의 풍조가 다시 부활한 것은 추사와 초의선사와 다산으로부터 시작돼 약 30-50년간 이어오다가 다시 그 맥이 끊겼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 정맥이 초의 범해, 원응으로 연면이 이어지고 해남대흥사의 응송스님에게까지 마지막으로 이어졌다. 지금 박동춘이 수십 년 전에 기적 같은 인연으로 아흔이 넘은 응송스님을 만나고 맥을 이어 되살렸다. 제다 음다는 물론 추사와 초의선사에 대한 깊은 연구 중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중국 차 문화 관계와 차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도 고증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정영선 씨가 우리나라 차 문화 전반과 다례(茶禮)에 관해 깊은 연구를 하고 있다.
 
차는 발효시키지 않은 녹차와 발효차인 우롱차, 홍차로 구분한다. 여기서는 녹차와 말차를 마시는데 사용되는 찻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녹차는 차나무에서 음력 3월 초순경, 양력으로는 4월 20일경인 절기상 곡우 전에 어린잎을 따서 만든다. 이 차를 우전차라 하며 명차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의 기후에 맞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곡우인 4월 20일에서 7~10일 지났을 때 어린 찻잎을 따야 좋은 차가 된다. 작설 세작하면 바로 이때 딴 차를 이름이고, ‘일창일기’라고도 한다. 이렇게 공들여 딴 찻잎을 증제하거나 덕거서(볶아서) 비벼말려 녹색을 유지한 것이 녹차이다. 
 
차는 아주 민감하고 까다로워 곡우 후 일주일 열흘사이에 찻잎을 땄더라도 하루 중 어느 때 땄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떤 지방. 어느 산, 어느 골짜기에서 땄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자생한 차나무이냐 옮겨 심은 것이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또한 인공재배한 차나무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숙련된 채취인이 얼마나 정성들여 따서 어떻게 차를 만들었느냐에 따라 차향과 차의 가치가 다르다고 한다.
 
녹차는 우선 끓여낸 물에 차를 넣고 우려내어 먹을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녹차를 곱게 갈아 분말로 만들어 녹차분말을 끓여낸 물에 진하게 타서 다선으로 잘 저어 마시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녹차를 말차라 한다. 여기에 우려내어 마시는 녹차와 고운분말을 진하게 타서 마시는 말차와의 차이가 매우 크다. 마시는 방법과 절차와 차 도구 격식이 모두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까지  녹차, 말차 이외에 수십 가지 차가 있었다. 음다에서도 여러 가지 격식과 차례가 있었으나 조선조에 들어와 점차 쇠퇴했다. 조선 말기까지 일부 사찰이나 특정 문인간에 음다가 조금씩 행해졌을 뿐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그 맥이 아주 사라졌으며 해방이후 1960년대 들어서야 녹차를 마시는 음다 풍습이 되살아났다. 근자에는 음다가 크게 번성해 각기 격식과 차례를 만들었다. 또한 일본과 교류하면서 왜식이 오히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기이한 현상이 많이 눈에 뜨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녹차를 그냥 우려내어 마실 때에는 어떤 격식이나 더욱이 의식은 없었다. 고려 시대부터 조선 초까지 말차(분말차)를 마실 때 격식과 의식이 있었을 것이다. 그 격식과 의식이 어떠했는지는 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밝혀내려고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말차를 마시는 것이 고급생활 풍류였다. 특정한 지식인 사회나 지체 높고 풍요한 생활을 누리는 계층이나 관심을 가졌다. 일반인이라도 각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 간에는 많이 행해지고 있으며 그 격식과 의식이 엄격하고 복잡다단해 일반인이 참여하기도 어렵다.
 
일본에서는 이를 다도라 하고 일본정신의 근간의 하나로 여긴다. 따라서 다도를 모르면 일본사회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정도이다. 말차를 법도와 격식에 따라 마시는 그룹인 다회와 이를 주관하는 가문이 많다. 대표적인 대가문으로는 우라센께, 오모테센께, 고보리앤슈께 등이 있다. 이와 같이 말차를 마시는 습관이 끊이지 않고 현재까지 오래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 마시는 격식과 의식 법도에 따라 음다의 다회가 대단히 많다. 일본에서도 말차를 마시는데는 이와 같이 까다롭고 엄격한 격식과 의식과 법도가 있다. 그러나 우려마시는 녹차의 경우에는 정성들여 차를 다려 잘생기고 예쁜 찻잔에 담아 쟁반에 받쳐 공손하게 손님에게 내어오는 것이 법도이고 어떤 격식도 예법도 없다.
 
 
▲ 사진=한국미술발전연구소
백자다관(白磁茶罐) 19세기 분원 상품백자
높이 7.3cm 국립중앙박물관(동원 이홍근 기증)
 
분원사기는 기벽이 두꺼운데도 잘 구워져서 경질이고 아주 단단하다. 유약에 철분이 1~2%함유되어 있고 환원번조가 잘 돼 약간 푸른색을 머금고 있다. 혹 청백자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중국에는 강서성 경덕진가마에서 북송대로부터 원대까지 청색이 약간 짙게 감돌며 기벽이 얇아서 가벼워 잘 깨지기 쉬운 백자를 만들었다. 이는 청백자라고 부른다. 
 
가벼운 그릇을 생산한 것은 수적으로 대량 수출 시 배에 실을 때 하중과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가벼운 그릇은 만 개를 실을 수 있지만 무거운 그릇은 오천 개도 실을 수 없다. 
 
이 차주전자는 분원사기 중 상품 갑번자기로 푸른색을 머금었다. 녹차를 우려내어 마시기 위해 특별히 만들었으며 아주 예쁘고 단아하다. 적적하게 납작한 구형이라 안정감이 있는데 거기에 물대(물따르는 주구)가 짧고 작게 비스듬히 쭉 뻗었다. 손잡이는 나팔형으로 약간 길게 붙였는데 모두 몸체의 밑에 붙여 안정감을 더한다. 분원주전자가 수 없이 많지만 이처럼 다관이지만 원과 직선이 조화된 간결하고 단아한 예는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