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택시기사’ 희대의 연쇄살인범 가능성
‘연쇄살인 택시기사’ 희대의 연쇄살인범 가능성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0-04-06 10:53
  • 승인 2010.04.06 10:53
  • 호수 832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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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서 4년 전 부녀자 실종도 조사
20대 여승객 납치, 살해 용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택시와 경찰이 압수한 용의자 증거 물품.

택시기사가 부녀자들을 연쇄적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살인은 모두 3건이지만 피의자인 택시기사는 추가 살인이 더 있다고 자백해 앞으로 추가 피해자가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20대 여성 승객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청주지역 택시기사 안모(41)씨를 지난달 29일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같은 달 26일 오후 11시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에서 태운 송모(24·여)씨를 인근 아파트 단지 뒷골목으로 끌고 가 흉기로 위협해 현금과 신용·현금카드 등이 있는 손가방을 강제로 빼앗았다. 안씨는 반항하는 송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씨가 송씨를 살해하고 빼앗은 현금은 7000원에 불과했다. 안씨는 이날 살해한 송씨의 시신을 트렁크에 실은 채 돌아다니다 이틀 후인 지난 28일 오전 1시34분께 대전산업단지 골목에 송씨의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만약 추가 살인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번 사건은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사건에 이은 충격적 연쇄살인사건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청주지역 택시기사인 안씨는 범행을 위해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했다.

안씨는 지난 달 26일 여성승객을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기 위해 미리 흉기와 노끈, 청테이프를 준비해 택시 안 수납장소에 숨겨놓고 여성승객이 탑승하기만을 기다렸다. 이날 밤 11시께 송씨는 청주시 남문로에서 친구 생일파티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안씨가 기다리고 있는 ‘죽음의 택시’에 올랐다.

안씨는 송씨가 뒷좌석에 승차하자마자 “학생이세요, 직장인이세요”라며 직업을 물었다.

안씨는 학생은 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해 범행대상에서 제외하고 직장인이라고 대답하면 범행대상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이런 의도를 모르는 송씨는 “최근 인턴사원으로 취업했다”고 답했고, 결국 안씨의 범죄 대상이 되고 말았다. 답변 한마디가 생사를 가른 셈이었다.

안씨는 송씨를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데려가서 흉기로 위협해 현금과 현금카드가 든 손가방을 빼앗은 뒤 송씨를 성폭행했고, 송씨의 양팔목과 발목을 노끈으로 묶고 청테이프로 얼굴을 7~8차례 꽁꽁 감은 뒤 택시 트렁크에 감금했다.

안씨는 다음날 오전 4시께까지 1시간 30여분 동안 차를 몰고 돌아다니다 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찾으려고 현금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눌렀으나 오류가 생겼고, 다시 송씨에게 비밀번호를 물으려고 트렁크를 열고 송씨 얼굴에 감겨 있던 테이프를 풀었지만, 송씨는 이미 질식해 숨진 상태였다.

안씨는 송씨의 시신을 트렁크 안에 그대로 둔 채 집으로 가서 잠을 잤고, 다음날인 27일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평상시처럼 택시영업을 했다.


연쇄살인 택시기사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트렁크에 송씨의 시신을 실은 채 손님을 태웠다고 진술했다. 안씨는 송씨를 성폭행한 직후 돈을 찾으러 다닐 때도 두세 명의 손님을 더 태웠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안씨에게 성폭행 등 피해를 당한 여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 확인 작업에 박차를 하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안씨의 추가 살인행각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안씨는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전모(당시 23)씨와 2009년 9월 청주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당시 41)씨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씨는 경찰이 전씨의 사체에서 검출한 유전자와 안씨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 이를 집중 추궁하자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안씨는 자신의 택시에 탄 승객을 흉기 등으로 위협, 얼굴 전체를 청테이프 등으로 둘러싸 질식사시킨 뒤 사체를 유기하는 수법을 썼다. 안씨는 경찰에서 “피해자가 신고할까봐 두려워서 죽였다”고 진술했다.

또 안씨는 이미 성폭행 혐의로 수감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2000년에도 감금 및 성폭행 혐의로 청주지법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고 2년 6개월을 복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택시를 이용한 범죄 예방을 위해 성폭력 전과가 있는 이들의 택시영업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씨는 경찰에서 “송씨의 현금카드로 현금을 찾으려다 비밀번호 오류로 실패했다”며 “송씨가 경찰에 신고할 것 같아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송씨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한 경찰은 성폭행 여부를 비롯해 안씨의 여죄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안씨 성실한 보통사람

경찰조사 결과, 안씨는 평소 조용하고 성실했던 사람으로 주변에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안씨는 충북 증평군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한 뒤 플라스틱공장 종업원과 대리운전기사 등을 전전하다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택시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군대 가기 전 2년간 살았던 경기도 안산 지역도 자주 오가며 생활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료 택시기사들은 안씨가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지만 성실했다고 전했다. 안씨는 일찍 결혼해 자녀 셋을 두고 있으나 10여년 전부터 이들과 별거하고, 여자친구와 동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씨가 사체를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버젓이 영업을 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사이코패스 증후는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씨는 지난 달 28일 오전 1시34분쯤 대전산업단지 골목에 송씨의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이 CCTV에 찍히면서 이를 분석 추적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날 안씨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하고, 프로파일러(범죄심리 분석관)와 거짓말탐지기 등을 투입해 군 입대 전 2년간 살았던 경기 안산과 충청지역에서 발생한 부녀자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동료 택시기사들은 안씨가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안씨를 조사 중인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초반에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의 추궁에 범행을 인정한 후 수사에 순순히 협조하고 있다. 다만 돈을 목적으로 범행했을 뿐 성폭행 의도는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안씨가 그동안 청주지역에서 발생했던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과 연관이 있는지를 밝히려고 충북경찰과 공조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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