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착각, 여자는 성욕이 없다?”
불륜은 많은 드라마의 단골 주제이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는 자극적인 주제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도 불륜과 치정으로 인한 사건 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모두 섹스에 대한 열망이 문제의 근원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일부일처제’라는 것 자체가 오히려 사람들을 구속하는 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많은 남성들은 ‘일부다처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불가능한 상상을 한다. 물론 경제적인 것이 걸림돌이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러한 일탈을 언제든 꿈꾼다는 이야기다. 여자들은 그렇게 제도적으로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뭔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섹스에 대한 충동과 외로움을 견딜 수 없는 심리상태가 불륜을 부르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과거 60~70년대와는 다르게 ‘먹고 살만한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불륜은 마치 ‘대세’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말하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금단의 욕망, 불륜의 세태를 취재했다. 사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불륜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를 하곤 했다. 어떤 학자는 ‘사랑을 위한 화학물질은 상대방을 만난지 4년 정도면 없어진다’고 주장 한다.
때로는 그 기간이 1년, 혹은 1년 반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간은 전부 다를지 모르겠지만,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화학물질의 반응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전학적, 진화학적 관점도 있다. 모든 남녀는 자신의 유전자를 더욱 많이 후대에 남기기 위해 바람과 불륜이라는 하나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때로는 일부일처제 자체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명의 노동자가 성실하게 자본가에게 노동을 제공하기 위해서 여러 명의 부인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 남자의 체력이 한계를 드러내게 되면 심신이 안정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성실하게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이러한 과학적, 이데올로기적인 분석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성관계 및 섹스를 통한 쾌락의 추구에 대해 과거와 생각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그런 일을!’이라고 흥분할지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나도 해봤으면!’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자유연애가 남자들의 전유물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도 있다. 비록 결혼은 했지만, 호시탐탐 다른 남성과의 불륜을 꿈꾼다는 최 모 씨(34)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성들의 가장 큰 착각 중의 하나는 여자들은 성욕이 없거나, 있어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문화적인 요인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부분은 상당수 사라졌다. 플레이보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걸도 있다. 이제 여자들도 당당하게 자신의 성적 욕망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또 그것을 추구하는 것에도 죄의식을 갖지는 않다. 뿐만 아니라 따지고 보면 여자가 더 불륜을 하기에 좋다. 남자들은 여자들과 즉석만남(?)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여자는 술 먹고 한번 비틀거려주면 사랑이 시작된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적인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도 그런 여자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섹스에 대해 중독 증상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아니라면 대부분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하는 여성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사람은 만족을 하지 못하면 다른 ‘대안’을 찾게 마련이다. 외롭지 않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했는데, 그 욕구가 만족되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대안을 찾는다.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불륜이다. 하지만 이는 어떤 면에서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기도 하다. 만족되지 않는 욕망을 언제까지나 억제하고만 살수는 없다. 결국 그 억제는 폭발을 부르게 되고 끝내 이혼으로 치닫게 된다. 물론 남자만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남편들이 잘해주면 여자들은 대안을 찾을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섹스의 쾌락 그 자체에 대한 욕구 때문에 바람을 피우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한 여성들은 거의 매일 섹스를 통한 오르가즘에 이르기를 원하고 그것이 만족되지 않을 때는 때론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부부문제 상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불만족스러우면 누구나 ‘대안’ 찾아
“의외로 속궁합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다. 남편이 만족할 만한 섹스를 해주지 않아 불만이 가득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런 남편에게 적개심을 표현하는 여성도 있을 지경이다. 그런 걸 보면 여자들의 성욕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것 같다.”
과연 그렇다면 실제 여성들은 어느 정도 불륜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모 연구소가 기혼남성 2천 4백 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편 이외의 남성과 섹스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무려 82%의 여성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성 불륜의 대부분의 원인은 부부관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설문 조사에서는 ‘언제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나’라고 물었을 때 ‘부부싸움을 크게 했을 때’가 18%, 남편이 출장 갔을 때가 16%, 늦은 밤 커피를 마실 때가 14%, 그 이외에 남편이 늦게 들어올 때와 남편이 외박할 때가 각각 10%와 8%로 나타났다. 거의 모든 항목에 남편이 개입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과연 어떤 남자에게서 호감을 얻는 것일까. 기혼 여성들의 상당수는 ‘여자로서의 내 모습을 발견해주는 남성’이라고 말한다. 부부생활이 오래 될수록 부부간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섹스에도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여자들은 언제까지라도 자신이 ‘여자’로서의 매력을 잃고 싶지 않아한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여자의 모습을 발견해주는 남성에게 유혹당하는 경우가 많다. 혹독한 ‘사랑앓이’를 해보았다는 기혼여성 박 모 씨(38)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떤 남자가 나의 여성적인 면을 칭찬해주면 정신이 혼란할 지경으로 기분이 들뜬다. 그간 남편에게 무시 받는 아내거나 혹은 남편과 ‘오누이’로 살아가다가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 자체가 어렵다. 특히 나로 인해 섹스의 즐거움을 찾고, 나 역시 그 사람으로 인해 행복을 되찾으면, 그러한 불륜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나 역시 한동안 남편을 속이고 바람을 피웠다. 도덕적으로는 미안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 남자는 남편이 만족시켜주지 못했던 것을 만족시켜주었으며,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도 그 남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계속 사랑을 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불륜은 인류의 영원한 화두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고 싶지만, 이미 몸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들어와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이 철저하게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제공:오엘오신문] oloshinmoon.com
서준 미디어헤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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