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 감독, 승률 5할 목표 초과달성…14년 만에 최고 기록
열악한 kt, 등 돌린 모기업에 속앓이…최단기간 20연패 불명예

한화는 4월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30일 2015 KBO리그 광주 KIA전을 6-0 영봉승으로 장식하며 4위로 마치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한화는 13승 11패 승률 0.542를 마크하며 SK와 함께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매년 이맘때 하위권을 허덕이던 한화는 다른 팀들로부터 승리 표적이 됐던 설움을 더 이상 체감하지 않게 됐다.
한화 돌풍의 지휘자는 당연 김성근 감독이다. 김 감독은 “약하면 집중공략을 당한다. 초반에 약하게 되면 상대가 쉽게 볼 수 있다. 4월 스타트에서 상대에 까다롭다는 의식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장 김태균도 “야구라는 게 항상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며 “초반에 잘하다가 중간에 안 되면 금방 회복이 되는데 초반에 무너져 안 맞으면 시즌 내내 간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한화의 4월 질주는 큰 의미를 갖는다. 한화가 거둔 승률 0.542는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4년 만에 4월 최고 승률을 기록한 것.
과거 슬로스타터 체질은 어디에
더욱이 한화는 지난 5년 동안 암흑기와 비교했을 때 너무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여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4월 승률을 살펴보면 2010년(9승18패·0.333), 2011년(6승16패1무·0.273), 2012년(5승12패·0.294), 2013년(5승16패1무·0.231) 2014년(8승14패·0.364)모두 4할 미만 승률에 그치며 시즌 초반부터 레이스에서 뒤처져 고전을 거듭했다.
반면 올해 한화는 슬로스타터 체질을 버리고 한국시리즈를 연상케 할 만큼 총력전으로 승부를 벌였다. 여기에 올 시즌 초반 주축 선수 부상으로 베스트 전력이 아닌 상황에도 박정진과 권혁을 적극 활용하며 쉽게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4월까지 거둔 13승 중 6승이 역전승이었고 2점차 이내 승리가 8승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4월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SK와의 3연전은 달라진 한화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26일부터 열린 SK 3연전에서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싹쓸이에 성공했다. 특히 한화는 SK를 상대로 2006년 5월 16~18일 문학 3연전 이후 3266일 만에 스윕을 신고했다.
덕분에 KBO 흥행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한화는 지난달 26~27일 SK와의 홈경기에서 연이틀 1만3000석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하며 올 시즌 12차례 홈경기에서 벌써 3번째 매진을 신고했다.
이는 지난해 총 64회 경기에서 8차례 매진된 것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팬심을 드러냈다. 또 시즌 첫 잠실 원정에서도 평일 3경기 연속 2만 명이상 운집하는 효과를 발휘하면서 야구팬들을 몰고 다니고 있다.
또 홈경기 총 관중은 9만1331명으로 경기당 평균 7610명이다. 이는 지난해 평균 7424명보다 2.5% 상승했고 구단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한 2012년(7758명)과 맞먹는 수준에 도달했다.
경기장뿐만 아니라 TV 시청률에서도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2일 잠실 두산전, 10~11일 두산 사직 롯데전, 14일 대전 삼성전 등 벌써 4차례나 시청률 2%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KBO 케이블 최고 시청률이 1.9%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화 신드롬’이라고 불리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처럼 돌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언론사를 비롯해 팬들의 칭찬이 급증하면서 한화가 초심을 잃고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달라진 한화가 연패를 당하지 않는 다는 사실만으로도 강팀으로 변모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포츠 세계에서 전력이 탄탄한 팀은 연달아 패하지 않는다. 올 시즌 한화는 기적을 일궈내며 연패의 고리를 끊어냈다.
한화의 올 시즌 최다 연패는 단 한 차례로 지난달 3일과 5일 NC와의 경기에서 2연패한 게 전부였다. 3연패는 한 차례도 없었다. 4월의 마지막 광주 KIA전에서도 지난달 29일 4-9로 역전패 했으나 다음날인 30일에는 6-0 연봉승을 거두면서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이에 한화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연패의 기간도 짧고 횟수가 적은 팀이 됐다. 반면 대부분 팀들은 한차례 4연패 수렁에 빠졌다가 살아났다.
전통 강호 삼성은 지난달 24~26일 롯데전에서 스윕을 당한 이후 28일 LG전까지 내리 4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연패가 성적의 전부는 아니지만 연패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연패를 당하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특히 필승조 등 전력을 쏟아 붓고도 패하면 그 충격은 오래 갈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시즌을 시작하면서 부상자가 많아 힘들겠지만 5할의 승률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초과달성하면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더욱이 여전히 KBO 돌풍의 핵심이 되면서 5월 이후의 한화의 질주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4월의 질주로 5월 이후 페이스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 그는 “4월에 달려 놓으면 5월 중순쯤에 피로가 와서 조금 가라앉을 수 있다. 하지만 계산을 갖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6월부터 다시 서서히 올라갈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미 준비하고 있는 김 감독을 보면 한화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올 시즌의 최대 관전포인트가 됐다.
kt 전유물 된 꼴찌 수모
한편 지난해까지 한화가 도맡아왔던 꼴찌의 수모를 신생팀 kt 위즈가 톡톡히 치르고 있다.
kt는 시즌 초부터 반등의 기회를 제대로 잡아보지 못하고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t는 지난달 30일 두산베어스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승부를 끝내 4-3으로 패해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하고 6연패에 빠졌다.
이로서 kt는 3승 22패 0.120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타 팀들의 희생양이 됐다.
더욱이 kt는 리그에서 가장 먼저 시즌 20패를 기록해 프로야구 역대 최단 기간 내에 20패를 기록한 불명예를 목에 걸었다. 또 역대 최저 승률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15승 65패 승률 0.188의 기록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생팀으로서 지난해 가을야구에 진출한 NC 다이노스를 모델로 안착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kt지만 1부 리그의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진퇴양란에 빠졌다.
우선 kt는 크리스 옥스프링을 제외한 외인 투수 필 어윈, 앤디 시스코가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보이면서 팀 부진의 주역이 됐다. 여기에 팀 내에서 가정 좋은 타격감을 보였던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는 옆구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서 제외됐고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모기업의 역할도 불분명해지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
kt는 2013년 부영과 치열한 창단 경쟁을 하면서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kt가 10구단이 된 데는 3가지 공약이 결정적이었다. KBO에 납부하는 야구발전기금 200억 원, 경기도 내 독립리그 운영, 돔구장 건설이었다.
당시 야구인들에게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연매출 28조 원의 공룡기업과 경기도·수원시가 한 약속이라는 점에서 무마됐다.
그러나 kt의 수장이 바뀌면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kt에서 야구단 창단을 원했던 이석채 전 회장이 물러나고 황창규 회장이 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폭적인 지원이 소극적으로 변했다. 많은 돈을 써도 생색이 나지 않는 애물단지가 됐다.
실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kt가 쓴 돈은 50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도 특급이 아닌 다른 팀에 비해 몸값이 떨어지는 용병들을 데려왔을 뿐이다. 이는 조범현 kt 감독 취임 당시 “과감하게 지원해주겠다”는 약속과 먼 얘기가 됐다.
물론 kt가 1군에 진입하면서 9개 구단으로부터 특별지명에 90억 원, FA 등에 200억 원을 투자한 부분에 대해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만으로 팀 성적이 당장 바뀌지 않는 현실에서 kt는 구단 프런트가 2군과 아마추어 야구에 눈을 돌려 유망주를 찾아내고 이들을 육성해 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긍정적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기업 스타일의 느린 보고 문화도 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고양 원더스 해체 이후 고양시에는 좋은 훈련시설을 2군 훈련장으로 사용할 기회가 있었다. 현장에서 요구했지만 거처야 할 단계와 보고할 곳이 많다보니 그 와중에 NC의 차지로 돌아가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했다.
내우외환 우리카드 전철 밟나
최근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kt를 놓고 V리그 우리카드 배구단에 비슷한 처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카드는 2013년 3월 드림식스를 놓고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와 인수경쟁을 벌여 손에 넣었다. 당시 우리카드는 서울에 전용경기장을 건설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그룹 수장이 이팔성 회장에서 이순우 회장으로 바뀌면서 배구단이 천덕꾸러기가 됐다. 배구장 건설은 없던 일이 됐고 구단 운영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다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올 시즌 첫 10구단 체제를 맞이한 프로야구는 시즌 초반부터 한화의 돌풍을 비롯해 롯데의 부활 등 여러 호재 속에 전성기를 맞았다.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이 명확해지겠지만 아직은 누가 위로 올라갈지 점치기 힘들 정도로 구단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신생팀 kt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프로야구의 인기 역시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kt가 선배인 NC처럼 연착륙이 성공할 때만이 한국프로야구의 부흥기를 기약할 수 있다.
특히 kt가 승수 쌓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한다면 10구단의 존재의 의미 역시 퇴색하게 된다. 시즌 초반을 넘어서는 이때에 kt에 대한 야구계과 모기업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