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직원·대학 강사 등 여타 저임 직종에서도 가세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29개 주는 ‘7.25+α’로 인상
[일요서울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미국을 상징하는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는 ‘10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호소할 정도로 근년 들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매출도 직전 분기보다 줄었다. 갈수록 고객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영업 위기에 더해 최근에는 미국 곳곳의 맥도날드 식당에서 종업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며 맹렬히 투쟁 중이다. 맥도날드 종업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은 가정부, 탁아소 직원, 공항 직원, 유통업체 직원, 대학 시간강사 같은 여타 저임금 직종 종사자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4월 15일은 미국 ‘세금의 날’이었다. 이 날을 맞아 맥도날드 종업원들은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 종업원들과 함께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라”고 외치며 미국 곳곳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미국의 연방 최저 임금은 현재 7.25달러(약8000원, 우리나라는 5580원)다.
‘지역 최저임금+1달러’ 공식
맥도날드 종업원들이 임금인상 투쟁에 나서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맥도날드가 최근 단행한 임금인상이 그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맥도날드는 지난 4월 초 자사가 직영하는 미국 내 맥도날드 식당(미국 전체 맥도날드 식당의 약 10%, 종업원 수 약 9만 명) 종업원의 시간당 임금을 일률적으로 1달러 인상해 이를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같은 맥도날드 식당이라고 하더라도 그 소재지가 어디냐에 따라 종업원에게 적용되는 법정 최저임금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해당 지역 최저임금+1달러’라는 공식에 따라 임금인상을 단행했다.
그러자 회사 차원의 일률적인 임금인상에서 배제된 맥도날드 가맹점 식당(전국에 약 3100곳 분포) 종업원들이 “같은 일을 하는데 우리는 왜 임금을 안 올려주냐”며 가맹점 사장들을 상대로 들고 일어났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따르면 가맹점 종업원들도 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아야 마땅한데, 가맹점 사장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에 웃돈을 얹어 줄 여력이 없는 것이다.
스티브 이스터브룩 맥도날드 최고경영자는 이번 임금 인상 결정에 즈음해 4월 1일자 <시카고트리뷴> 신문에 실은 기고문에서 “이번 임금인상은 우리 회사의 미국 내 영업망에 적용되는 초기 단계 인상이다. 일부에서는 그것이 충분치 못하다고 여기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조처는 누가 뭐래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회사 소유 점포들을 대상으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민감한 문제다. 지난 2014년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현재 7.25달러인 연방 법정 최저임금을 10달러로 올리자”고 의회에 제안했다. 하지만 의회는 오바마의 제안을 묵살했다. 그러자 오바마는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연방정부 업무에 종사하는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10달러로 인상했다. 이 규정은 2015년 1월 1일을 기해 발효됐다.
오바마의 최저임금 인상 호소에 호응하여 올해 1월 1일을 기해 20개 주가 최저임금을 올렸다. 이로써 미국 50개 주 가운데 다수가 연방 최저임금을 초과하는 주 단위 최저임금 수준을 유지하게 되었다. 주들 가운데 최저임금을 가장 후하게 쳐주는 곳은 워싱턴 주(9.47달러)다.
‘최저임금 15달러’ 운동을 이끄는 미국 시민단체 ‘전미고용법프로젝트(NELP, National Employment Law Project)의 사무총장 크리스틴 오웬스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처음으로 29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서 연방 수준을 초과하는 최저임금을 유지하게 됐다”면서 “주 차원의 이런 활동이 압박으로 작용해 의회로 하여금 연방 최저임금 인상에 나서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NELP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노동자의 42%가 시급 15달러 미만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요식업계 고용 한파 우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요식업 협회의 스콧 드파이프 전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1300만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요식업계에 고용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임금인상 압박이 너무 강하면 업소 당 종업원이 줄어들 게 뻔하다”며 “일부 지역의 경우 요식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미국의 보수적인 싱크탱크 카토연구소는 오바마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주장을 가리켜 “그런 제안은 보나마나 정치적으로는 인기가 있다”면서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이나 불평등 감소에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방대한 증거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는 말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적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 연구소는 “그러기는커녕 최저임금 인상은 거의 틀림없이 고용기회를 줄이게 되는데, 그런 현상은 미숙련 노동자, 노동시장 최초 참가자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 가운데 14위(2013년 기준, 연간 환산액 1만2038달러)다. 호주가 3만839달러로 가장 많다. 프랑스(2만2788달러, 7위), 영국(2만226달러, 9위), 일본(1만6043달러, 10위), 미국(1만5080달러, 11위)이 한국보다 많고 스페인(1만1995달러, 15위), 터키(6304달러, 18위) 등은 한국보다 적다.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환산한 한국의 연간 최저임금액도 OECD 10위인 1만4576달러로 그리 적지 않다. 미국(1만5080달러, 11위), 일본(1만5034달러, 12위)보다 오히려 많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 대비한 최저임금(시장환율 기준)은 OECD 회원국과 주요 신흥경제국 26개국 중 12위 수준이다. 한국을 100.0으로 할 때 베트남(180.2), 독일(155.3), 프랑스(143.9), 인도네시아(135.1), 영국(129.2), 중국(113.9)은 한국보다 높고 터키(99.9), 호주(91.6), 일본(71.6), 미국(63.7)은 우리보다 낮다.
이런 정부 측 자료에 대해 노동계는 외국과의 비교도 좋지만 국내 현실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표준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며 최저임금 현실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우리나라 법정 최저임금이 OECD 27개 회원국 중 20위, 시간당 실질최저임금도 5.2달러로 비교 가능한 회원국 중 15위라며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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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