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의 세계-37] 피감기관 대해부(한국도로공사-下편]
[국회 보좌진의 세계-37] 피감기관 대해부(한국도로공사-下편]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5-04 10:59
  • 승인 2015.05.04 10:59
  • 호수 1096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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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목단체 ‘도성회’ 실상을 파헤쳐보니...
- ‘도피아’ 개혁이 ‘도공’ 국민신뢰 얻는 길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안이 의결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도로공사 전·현직 직원 친목단체인 사단법인 도성회에 대한 특혜논란 및 특정기업과 도로공사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것 등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한 것이다. 국토교통위원회가 제안한 감사요구안은 여·야 구분없이 절대다수 의원들이 찬성하였다.

당초 도로공사 퇴직자들의 친목모임 형식으로 출범했던 사단법인 ‘도성회’는 단순 친목단체가 아니었다. 도로공사와 관련한 수익사업에 진출한 것은 물론 인쇄·물품구매 시 특혜를 받아왔다. 더구나 도로공사 현직 직원들도 대거 회원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성회는 퇴직자 단체로만 불리긴 어렵다. 전·현직 직원들의 친목단체라고만 보기도 곤란하다. 수익사업이 도로공사와 너무 밀접하다.

도성회는 친목단체로 지난 1984년에 출범했다. 하지만 곧바로 본색을 드러내고 이권사업에 뛰어들었다. 출범 2년뒤인 1986년 10월에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인 한도산업(주)를 전액 출자해 설립했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등 이권사업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도성회가 설립 이후 30여 년간 줄곧 특혜의혹에 휘말려 왔음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기득권을 고스란히 유지해 온 것이다.

도성회, 1986년 고속도로 이권사업 진출

도성회 사무실은 출자회사인 H&DE(주)와 서울 대치동의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한도산업’으로 출범해서 그동안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 사업을 좌지우지해왔다, 2011년에 회사명칭을 주)H&DE로 변경했다. 도성회가 자본금 35억원을 전액 출자한 회사다. 주)H&E의 주요사업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주유소 운영, 고속도로 건설유지와 관련된 사업이다. 도로공사의 업무 연관성이 높은 분야다.

도성회는 회원들이 근무하던 도로공사의 직무와 밀접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사업 및 편의시설은 물론 도로공사로부터 각종 인쇄·물품을 수의계약으로 특혜를 받아왔다. 도로공사의 퇴직자들이 정회원이고, 현직 직원들도 준회원으로 가입돼 있던 도성회는 지분 100% 출자회사인 주식회사 H@DE(舊한도산업)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 운영업체다. 결국 퇴직자 단체를 표방하였지만 고속도로 관련 사업 등 이권에 개입해온 것이다.

도성회 출자사인 주)H&DE는 고속도로 휴게소 5개와 주유소 2개를 운영하고 있다. 고속도로 정규운영 휴게시설로는 서울만남의 광장(부산) 휴게소 이외에 진영(순천), 진영(부산) 등 3곳의 휴게소와 서울만남(부산) 주유소 1곳을 운영한다. 이 밖에도 도로공사로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구리(퇴계원), 옥계(속초) 고속도로 휴게소 2곳과 옥계(속초) 주유소 1곳을 임시로 운영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도성회에 출판인쇄물과 물품계약을 수의계약으로 특혜를 베풀었다. 2008년 이후 도성회와 인쇄 및 물품을 거래한 실적은 총 604건, 35억 9,020만 원에 이른다.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 수의계약 구매물량이 총 598건, 약 35억 7천만 원어치에 달한다. 부분별로 거래현황을 보면 출력물 인쇄거래가 545건, 약 34억 4천여만원이다. 표창장 등 각종 물품구매 59건, 1억 4,537만 원 어치도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 도로공사는 건당 소액물량을 지원해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인쇄출판업계를 감안해볼 때 퇴직자 단체에 대한 특혜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도로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도성회 실태를 파헤쳤다. 도성회가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사업은 물론 각종 인쇄·물품을 수의계약으로 특혜를 받고 있는 사실을 폭로했다. 공기업이 도성회에 수의계약으로 각종 인쇄 및 물품구매 등으로 지원해 주는 사유가 뭐냐고 따지고 특혜조치 중단을 요구했다. 전·현직 직원들의 모임인 도성회가 100% 출자한 주)H&DE가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 운영사업을 하고 있는데 명백히 이권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국민권익위원회도 퇴직자 단체의 특혜성 수의계약을 조사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에 공공기관이 퇴직자단체와 수의계약을 맺을 때 제한을 두거나 재정부와 사전 협의하도록 한 바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규정을 피해가며 특혜를 베푼 것이다. 공기업인 도로공사는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상급기관의 시정요구조치나 권고사항마저 사실상 묵살해 버린 것이다.

회원 79.2%, 도공 현직 직원 ‘충격’

하지만 국정감사는 피해갈 수 없었다. 도성회의 실상을 파헤쳐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퇴직자 단체로만 알고 있던 도성회에 현직 직원들이 대거 가입해 있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현장에서 받아낸 도성회 회원명부를 확인한 결과 준회원으로 현직 도로공사 직원들이 1,766명이나 가입돼 있었다. 전체회원 2,231명 가운데 79.2%에 달하는 규모다. 퇴직자단체가 아니라 사실상 현직 직원들의 모임과 다름없었다. 이른바 ‘도피아’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현직 직원들의 도성회탈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각종 인쇄사업 및 물품구매 시 수의계약 금지,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 등 도로공사 관련 이권개입 금지 등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그제서야 꿈쩍하지 않던 도로공사도 움찔했다. 뒤늦게 현직 직원들을 탈퇴시켰다고 설명하면서 읍소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없었다. 도성회에 대한 특혜논란 등 드러난 문제점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 담았고,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 수십 년간 시정되지 않던 문제를 국회가 해결의 실마리를 푼 것이다. 이는 국정감사의 취지와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도피아’라는 비판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위해서는 도성회를 개혁해야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등 이권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출자사인 주)H&DE에 대한 특혜조치를 중지해야 한다. 출판인쇄업 및 물품구매시 수의계약 특혜도 중단해야 한다. 정관 변경을 통해 도로공사 현직 직원들의 가입을 원천 금지해야 한다. 정관에 규정한 주요사업도 도로공사 연관사업은 못하게 해야 한다. 철옹성 같은 기득권을 순순히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국회가 공식으로 요구한 이상 감사원의 조치를 지켜볼 일이다. [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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