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 살인에 대한 증거 찾기 고심

여중생 살인사건이 숙제만 가득 남기고 공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갔다. 그동안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을 수사한 부산사상경찰서는 결국 김길태(33)의 L양 납치 경위와 사망 시간 등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이번 사건은 지난 19일 검찰로 넘어갔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이모양 실종 사건에 대해 수사본부가 구성된 지 20일만에 수사본부를 해체해 납치 경위와 사망 시점, L양 살인에 대한 정확한 물증을 찾는 일은 검찰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위해 주임검사에 부장검사를 지정하고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이번 사건의 침입, 납치, 살해 과정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와 현장검증도 다시 할 예정이다. 경찰이 밝힌 사건의 전모를 되짚어본다.
여중생 살인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이제 검찰은 경찰에서 풀지 못한 납치경위, 사망시점, 그리고 L양 살인에 대한 정확한 물증을 풀어야 한다. 그동안 김길태 사건은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로 사건 본질보다는 여론재판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었다.
경찰은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기 전인 지난 18일, 수사본부(본부장 김영식 부산경찰청 차장)가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씨는 검거 후에도 범행을 완강히 부인해 경찰은 합동신문조 편성과 경찰청 프로파일러, 민간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고 다양한 신문 기법으로 피의자를 조사했다. 계속 범행을 부인하던 김 씨는 14일 오전 거짓말 탐지기 및 뇌파탐지 검사 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오후 3시께 범행 일부를 시인했다.
김 씨는 그동안 지난 1월 23일 저지른 성폭행 사건으로 수배돼 도피 생활 중 지난달 24일 평소 배회하던 덕포동 소재 당산 부근에서 술을 마신 후 오후 7시7분께부터 오후 8시50분 사이 사상구 덕포동 L양의 집에 침입했다.
이어 김 씨는 혼자 있던 L양을 근처의 비어 있는 무속인의 집 안방으로 끌고가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L양이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L양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고 목을 눌러 살해했다. 그리고 시신 유기장소를 물색해 인근 빈집 옥상 물탱크를 발견해 노끈으로 L양의 손과 발을 묶고 옥매트 가방에 넣었다.
또 L양의 옷과 신발 등을 검정색 비닐봉지에 넣은 후 시신을 파란색 물탱크 안에 밀어 넣고 발각될 것을 우려해 근처에 있던 석회를 가져와 고무대야에 물을 넣고 섞은 후 물탱크 안에 붓고, 폐타일 등으로 사체를 은폐한 후 담을 넘어 도주했다.
시신 유기 후 김 씨는 범죄 현장인 덕포동에서 주례동으로 이동한 후 25일 오전 7시58분부터 오후 2시6분까지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친구 및 지인들에게 21차례에 걸쳐 통화를 시도하고 다시 덕포동으로 돌아와 자신의 집에 들러 신발을 갈아신고 도주했다.
이어 26일부터 27일 덕포동 및 삼락동 일대 구석진 곳이나 외진 골목길 등을 돌아 다니다 빈집과 폐가에 은신하다 지난 28일 밤 9시52분께 주례동 친구의 호프집에 들렀다가 다시 삼락동 및 덕포동 일대 빈집 등에서 숨어지냈다.
이후 3일 오전 5시께 덕포동의 빈집에서 수색 중인 경찰에 발각돼 도주한 후 덕포동 및 삼락동, 주례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빈집 등에 숨어 지내다가 7일 새벽 삼락동 소재 모 미용실 창문을 통해 침입 현금 27만 원을 훔쳐 은신하던 중 지난 10일 수색 중인 경찰관에게 검거됐다.
한편, 이날 경찰은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마무리하고 김을 강간살인 등의 혐의로 19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김 씨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납치 부분 조사와 DNA와 김길태의 자백 외 직접적인 살인 등 범행 증거 확보를 위해 전면적인 재조사와 현장검증을 다시 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검찰과 경찰이 설전이 예고된다. 사망시간이 경찰의 공개수사 이후로 밝혀질 경우 경찰내부에선 또 다른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흘러나온다. 한편 법무부가 그동안 집행을 미뤄왔던 사형수에 대한 집행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인권문제도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pot.co.kr
#여중생 살인사건 김영식 수사본부장 일문 일답
실종 여중생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본부(본부장 김영식 부산경찰청 차장)가 18일 오후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음은 김영식 수사본부장 일문일답.
- 김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 혐의는?
▲ 성폭력 특별법에 의한 강간 및 살인과 시신유기 등 혐의를 적용했다.
- 강간치상과는 어떻게 다른지 강간살인으로 보는 근거는?
▲ 강간치상은 우발적일 경우이나 김은 시신 유기 과정이 아주 치밀했고 성폭력 중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고 살해한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살인 부분을 시인했다.
- 김은 뭐라고 인정했나?
▲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그렇게 한 것을 인정하겠다. 그런 거 같다”라고 말했다.
- 피해자 L양의 사망 추정시간은?
▲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들었고 사망시각은 확인할 수 없다.
- 일부 언론에서 범행과정에서 비상식적인 행위가 있었다고 했는데?
▲ 성폭행과정과 살해 등과 관련해 기억 못하겠다고 진술하고 있고 언론에 보도된 비상식적인 부분은 확인할 수 없다.
- 경찰이 피의자를 지목하고도 검거가 늦은 이유는?
▲ 검거가 늦은 부분은 죄송한 마음이다. 범행 지역이 폐가와 빈집이 많다보니 3만여 경찰이 5인 1조로 정밀 수색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범죄를 분석 조사해 봤을 때 검거가 늦은 것은 아니라고 보고있다.
- 김이 범행 후 자신의 행적에 대해 뭐라고 진술했나?
▲ 덕포동, 주례동, 삼락동 등 인적이 드문 곳을 배회하면서 은신하면서 지냈다고 진술했다.
- 김이 무속인의 집에서 일주일 간 지냈다고 진술했는데 L양 사건 이후부터 기거했나?
▲ L양 살인 사건 전부터 다른 곳과는 다르게 그곳에서 많이 기거했다고 보고 있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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