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완구’ 노리는 충청권 여권 인사들
‘포스트 이완구’ 노리는 충청권 여권 인사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5-04 10:51
  • 승인 2015.05.04 10:51
  • 호수 1096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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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충청도 출신 새누리당 이완구 전 총리가 70일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충청도가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포스트 JP’를 이을 여권 내 유력한 ‘충청권 대망론’의 적임자로 꼽혔지만 같은 충청권 출신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쪽지’ 폭로로 불명예스럽게 낙마하면서 대망론 역시 멀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성 전 회장이 생전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매개로 ‘호남-충청’, ‘영남-충청’을 묶어 이른바 ‘호충(영충)연대’를 통한 ‘충청권 대망론’을 꿈꿨다는 점에서 충청권의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충청 없이 대권 없다’는 구호가 무색해진 정치 현실에서 여권 내 충청권 출신인사들을 중심으로 무너진 충청도 자존심을 살리고 ‘포스트 이완구’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스트 JP’를 넘어 ‘포스트 이완구’를 꿈꾸는 인사들을 정리해봤다.

- “총·대선 두고 보자” 충청권 역할론 재점화 중
- ‘대망론’만 난무…   지역 민심 ‘속앓이’


‘성완종 파문’으로 이완구 총리가 낙마한 이후 ‘충청도 대망론’은 삽시간에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 언론에서도 ‘이완구 총리 낙마’ 이후 1면을 장식한 제목을 보면 ‘충청 대망론 꺼지나’, ‘표류하는 충청대망론’, ‘충청 대망론 김빠져’, ‘망자에 발목잡힌 충청대망론’에 이어 ‘충청대망론 망했다’는 제하까지 나오면서 충청도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충청 없이는 대권 없다’는 말은 한국 정치사에서 정설처럼 내려오는 명제다. 하지만 1992년 14대 대선 이후 단 한번도 이뤄보지 못한 꿈이 충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는 이른바 ‘충청대망론’이었다.

‘포스트 JP’넘을 인사 ‘여권 부재’

그동안 충청도는 제4대 윤보선 대통령이 충남 아산 출신으로 권력을 쥐었지만 5.16정변으로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바 있다. 또한 의원내각제 하의 대통령으로서 실권자로 보기는 힘들었다. 그나마 대권 고지에 가장 가까이 갔던 충청 출신 정치인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였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는 고향이 황해도 서흥인데다 15, 16대까지는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다 18대 충남 홍성·예산에 자선당 대표로서 출마한 게 충청도와 인연의 전부다. 단지 충남 예산에 선영이 있어 예산 출마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97년 대선 때에는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 유력한 대권 주자의 반열에 올랐다. 97년 15대 대선에서 신한국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실패한 뒤 국민신당을 창당해 400만표를 득표해 DJ가 당선되는 데 일조했다. 2002년도에는 새천년민주당 16대 대선 후보로 ‘이인제 대세론’을 이어가다 노무현 후보에게 패하면서 대권 주자에서 멀어졌다. 이후 정운찬 전 총리가 충청권 출신으로 ‘대망론’이 흘러나오다 세종시 수정안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원안 통과’를 바라는 충청도민과 충돌해 거리가 멀어졌다.

그나마 충남도지사를 지내고 박근혜 집권 3년차에 국무총리에 임명된 이완구 의원이 ‘포스트 JP’를 모토로 충청권 대망론을 이어가면서 충청도 민심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총리 인사청문회 시절 성완종 전 회장의 지시로 “충청 총리 낙마하면 다음 총선·대선 두고보자”는 현수막이 충청도 곳곳에 걸렸지만 충청도에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이처럼 ‘충청대망론’을 등에 업고 총리에 오른 이 의원이 같은 충청 출신 그것도 자신을 도와준 성 전 회장의 ‘메모’로 낙마하게 된 것은 충청도 입장에서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성 전 회장이 ‘충청포럼’을 이끌며 ‘반기문 충청 대망론’에 앞장서고 있었다는 점에서 반 총장도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반 총장은 자신의 친동생이 경남기업 고문으로 있었고 선거사무소에도 파견나가는 등 적극 활동했고 본인 역시 충청포럼에 얼굴을 자주 비쳤음에도 불구하고 ‘성완종 파문’이 터지자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반 총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사무총장 자리를 물러나면 손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며 사실상 대권 출마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포스트 이완구’  정우택 위원장 ‘주목’

결국 ‘성완종 파문’으로 ‘충청권 대망론’에 가장 중심에 서 있던 두 인사가 물러나면서 충청 민심은 허탈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충청 역할론’을 할 인물이 마땅치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면서 충청 인구가 급증하고 지역경제가 발전한 게 사실이었다.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행정중심 복합도시인 세종시 탄생이다.

이른바 ‘중원 장악론’(중원을 먹는 자 권력을 잡는다)’을 통해 충청도는 2013년 인구가 525만 명을 돌파해 처음으로 호남 인구(당시 524만여 명)를 넘었고 갈수록 격차가 커져 지난 2월 기준으로 534만 명에 이르렀고 호남 인구(525만여 명)에 비해 9만 명이 더 많게 됐다.

지역경제발전도 가져왔다. 물론 세종시 이전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2003년 81조1030억 원에서 2011년 151조4400억 원으로 지역내총생산(GRDP)이 불어나 같은 기간 호남 지역 내총생산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3년도에는 176조1488억 원에 이르렀다. 충남의 지역경제 성장률은 천안·아산지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사양, 서산·태안·당진 지역의 제철·자동차 부문이 견인하면서 9.4%에 달했다.

결국 충청도가 스스로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망론’이 한풀 꺾인 충청도에서 최소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충청 출신 여권 인사들로는 정우택, 박성효, 송광호, 정진석, 강창희, 이원종, 심대평, 이인제, 이태복 등 전현직 정치인과 장관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눈에 띄는 인물로는 3선의 정우택 의원이다. 정 의원은 19대 전반기에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통해 충청권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에 올랐다. 또한 정무위원장이기도 한 정 의원은 이 전 총리와 함께 성균관대 동문으로 행시 출신에 40대에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해양수산부 장관, 충북지사, 3선 중진으로 정치권에서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몇 안 되는 충청도 정치인으로 통하고 있다.

2013년도 말에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보다 많은데 국회의원 수는 호남(30명)에 비해 5명 적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냈고 헌재에서 이를 받아들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출생이 부산이지만 충북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해 ‘충청 적자론’과 ‘세대교체론’을 내세워 ‘포스트 이완구’를 노리고 있다.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박성효, 정진석, 송광호 3인방은 ‘포스트 이완구’를 넘보고 있는 인사들이다. 박성효 전 대전시장은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국회의원까지 지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권선택 새정치연합 대전시장 후보에 밀려 낙선하면서 ‘대망론’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정진석 전 국회사무총장은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3선급 중진의원이지만 지역정가에서는 ‘대망론’을 꿈꾸기에는 ‘인물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선의 송광호 의원의 경우 충북 최다선 의원으로 충청도 몫 최고위원을 지낸 바 있지만 철도 비리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사실상 정치재개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나이도 74세로 고령이다.

반면 강창희 전 국회의장과 이인제 의원, 이원종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 심대평 전 총남지사, 이태복 전 장관의 경우 ‘충청 대망론’보다는 차기 총리 하마평에 거론되면서 충청권에서 일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강 전 국회의장의 경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69세라는 고량의 나이를 감안, 후진양성을 위해 물러나겠다며 당협위원장 사퇴의사까지 밝혔다.

‘안희정 대항마’  ‘올드보이’만…인물 부재

6선의 이인제 의원 역시 차기 총리 하마평에 이름이 올라 있다. 그러나 강 전 국회의장이나 이 의원이 총리직에 오른다고 할지라도 ‘포스트 이완구’를 이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75세인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대평 전 지사 역시 같은 처지다. 고령의 나이에 박근혜 정권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어 차기 충청 출신 총리감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역시 ‘대망론’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이원종 위원장 역시 충북지사를 3번씩이나 지냈지만 올해 74세의 나이로 차기 총리감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수준이다.

결국 충청권 대망론을 이끌어갈 적임자는 야권의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외한 여권 내 충청권 인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충청도 민심 역시 ‘충청도 대망론’은 안희정뿐이라는 정서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지만 문재인 대표가 존재하는 이상 ‘차기’보다는 ‘차차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안희정 대망론’의 대항마를 찾아야 하는 여권에서는 충청 출신으로 ‘충청대망론’을 이끌 ‘포스트 이완구’ 찾기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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