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뇌경색 ‘흔적’…DJ는 대퇴부염좌 앓아
노무현 뇌경색 ‘흔적’…DJ는 대퇴부염좌 앓아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5-04 10:45
  • 승인 2015.05.04 10:45
  • 호수 1096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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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중 건강이상설 나돈 역대 대통령은…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기간 피로누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귀국 당일 국군 서울지구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며칠 동안 공식 석상에도 나오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 사실을 즉각 브리핑했다.

그러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기밀상황에 속하는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곧바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선 박 대통령 귀국 직후 이완구 전 총리 사표수리와 대국민입장 발표 등이 예정된 상태에서 대통령의 건강이상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 주변에 대해 어떤 낌새를 차려도 기사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대통령의 청와대 외부 일정을 미리 보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외부 동선이 사전에 알려지면 경호상의 문제가 생기는 까닭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의 건강 문제다. 대통령의 건강은 곧 국가안위와도 직결된다.

상대적으로 젊은 국가원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해선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 그 때
기자들은 낌새를 챘지만 기사로는 쓰지 않았다.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그런데 출발 당일 대통령이 이상 증세를 보였다. 하룻밤 사이에 표정이 이상하고 말투가 어눌했다. 부속실 직원들은 그걸 보고 걱정했다. 수행한 부인 권양숙 여사와 의무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양·한방 주치의, 경호실장, 의무실장, 부속실장, 수행비서가 한 자리에 모여 상황을 정리해 봤다. 주치의가 조심스럽게 ‘뇌경색’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예정된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말투는 어눌했지만 특유의 정연한 논리와 기억력은 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다음 일정이었다. 공동 기자회견, 환영 만찬 등의 일정이 이어졌다. 그 사이 노 대통령의 상태는 점차 심각해졌다. 수행원들은 조기 귀국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괜찮다. 버틸 수 있다. 내가 지금 귀국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걱정하겠느냐”고 했다.

천신만고 끝에 방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노 대통령은 정밀검진을 받았다. 뇌경색의 흔적이 뇌 한 가운데에 남아 있었다. 국회의 탄핵을 받아 직무가 정지됐을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였다.

연로한 나이에 취임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치인 시절부터 건강과 관련한 루머를 달고 살았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임기 마지막 해인 2002년에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다.

그 해 연두기자회견을 TV로 지켜본 사람들은 대통령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수군거렸다. 또 민생현장 탐방을 위해 수산물시장을 찾았을 때는 상인들과 동문서답을 하는 모습도 기자들에게 포착됐다.

급기야 그 해 3월 대통령이 ‘대퇴부염좌’를 앓고 있다는 청와대의 확인이 있었다. 이후 DJ는 공식 행사장으로 이동하면서 휠체어를 사용했다. 그러다 건강이 호전돼 휠체어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나온 다음날 핀란드 대통령과의 국빈만찬이 끝난 뒤 누적된 과로에 위장장애 증세를 일으켜 국군 서울지구병원에 입원했다.

군 출신인 전두환·노태우, 조깅을 즐기던 김영삼, 테니스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건강은 재임 중에도 좋은 편이었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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