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승리] 새누리당 ‘독약론’ 추적
[재보선 승리] 새누리당 ‘독약론’ 추적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5-05-04 10:26
  • 승인 2015.05.04 10:26
  • 호수 1096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떡은 잘 쪘는데 ‘먹을 수’ 있을까?

 야당 연이은 패배…정치개혁·인적쇄신 앞세울 듯
 새누리 ‘작은 선거 이기고 큰 선거 질 수 있다’ 왜?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누리당의 재보선 승리는 약일까. 독약일까. 새누리당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완승하면서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패배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성완종 특사 논란’으로 불길을 돌리면서 승리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내년 총선 전망은 밝은 편이다. 심지어 ‘김무성 대망론’이 굳건해졌다는 평가까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재보선과 총선, 그리고 대선은 다르기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선 ‘새누리당이 작은 선거에서 이기고 큰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야권이 재보선 참패를 발판 삼아 뼈를 깎는 인적쇄신 등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4·29 재보선은 새누리당에게 총선과 대선을 거머쥘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과 함께 더 큰 몰락을 가져올 수 있는 ‘독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불법 대선 자금 의혹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재보선은 새누리당을 긴장케 하기에 충분했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친박 핵심 인사들에 대한 의혹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데다 이완구 국무총리까지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다급했던 새누리당은 ‘성완종 특별 사면’ 의혹을 제기하며 성완종 리스트 물타기를 시도했다. 야당도 ‘경제정당론’에 집중하다가 성완종 정국으로 인해 ‘정권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악재 속에서
선전한 새누리당

더욱이 새누리당에서는 친박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 등이 리스트에 거론되면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4곳의 전패 가능성도 거론됐다. 자칫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가시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달 27일 청와대가 왜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아프다”고 공개했는지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다음날,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다.  

“성 전 회장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치가 훼손되고 나라경제가 어지럽혀지면서 오늘날과 같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경제인 특사는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할 것이다. 저는 지금 우리 정치에서 부패의 고리를 끊고 부패를 청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런 입장을 표명한 박근혜 대통령은 성완종 특별 사면 의혹 등을 꺼내며 노무현 정부와 새정치연합을 역공했다. 그 결과 보수결집 효과가 두드러져 새누리당은 4석 중 3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특히 27년 야당 텃밭으로 불렸던 서울 관악을에서 이겼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모든 재보선에서 승리했다.

실제 지난해 7월 재보선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민심이 좋지 않았다. 야권에서는 ‘세월호 심판론’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11대 4로 새누리당의 압승이었다. 또 2013년 4월 3곳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도 2곳을 승리했고,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가 출마한 서울 노원병에서만 졌다. 이 당시도 박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부터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다. 하지만 4월 재보선 승리와 함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의원이 국회로 입성하면서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도 했다.

같은 해 치러진 10월 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에 ‘악재’가 출연했다.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지난 대선 기간에 댓글 작업을 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 하지만 경기 화성갑에 출마한 서청원 최고위원이 당선되면서 이 역시 승리했다.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는 말이 무색해졌을 뿐 아니라 야권은 지도부 사퇴로 인해 계파갈등이 촉발되는 등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발휘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내년 총선도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답 없는’ 야당
총·대선 승리 해법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독약’이 될 것이란 부정적 관측도 만만찮다.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는 승리하지만 대선은 패배할 것’, ‘내년 총선과 대선에 모두 패배할 것’이라는 등의 얘기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재보선 승리, 새누리당 독약론’에 대한 논리는 이렇다.

우선적으로 야당의 움직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패배에 익숙해진 새정치연합이 위기를 맞은 현 상황과 같은 자세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당장 재보선에서 패배한 새정치연합은 ‘지도부 사퇴론’이 불거지는 등 당내 계파갈등이 불거졌다.

하지만 문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맞이할 공산이 크다. 지난달 30일 비공개 의총에서 사퇴론을 잠재웠고, 주요 당직 인사 일부도 사퇴를 생각했으나 문 대표에게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사퇴 의사를 접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현 상황에 대해 반성하고, 대안을 세우는 데 방점을 뒀다. 야당으로서는 뼈를 깎는 혁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광주 서구을에서 조영택 후보가 30%를 넘지 못한것은 후보가 신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 전날 인천 서강화을은 이길 것으로 내다보고 전력투구했으나 10%이상 격차로 패배했다”며 “선거 전략과 공천 문제로 인한 패배”라고 말했다.

이어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으로 최상의 상황에서도 패배한 만큼, 현 상황에선 ‘야당은 답이 없다’”면서도 “인적쇄신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정치개혁을 선도하면서 박 대통령과 정면 승부를 펼쳐야만 야당이 살 길이 아닌가 싶다”고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문재인 대표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친노 수장인 이해찬, 한명숙 의원 등에 대한 총선 불출마 요구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새정치연합 일각에서 이들이 불출마를 하더라도 ‘문재인 사람’으로 분류 3철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한 공천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기존의 인물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는 얘기가 당내에 팽배하다. 더구나 재보선 과정에서 비선팀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란을 잠재워야 할 뿐 아니라 ‘초선의원’의 한계를 극복, 대권 후보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게 당내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여당이 강조한 ‘정치 개혁’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박 대통령과 정면승부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호남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을 끌어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총선에서 야권 경쟁을 하게 되면 ‘분열’은 물론 이번 재보선 패배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일단 천 의원은 “뉴DJ들을 키워 교섭단체를 만들겠다”면서도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야권 분열이 아닌 야권과의 경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천 의원이 복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야권 한 당직자는 “천 의원이 당장 창당을 하는 등 딴 살림을 차릴 가능성은 적다”며 “문 대표가 호남을 배려하는 진정성 있는 변화와 인적쇄신 등을 한다면 천 의원의 복당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재보선 선거 기간 중 ‘천 의원이 새정치연합 복당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천 의원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14년 지방선거
표 분석해보니…

새누리당이 ‘작은 선거에서 이기고 큰 선거에서 질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재보선과 달리 내년 총선은 투표율이 60%대를 육박해 새누리당에게만 유리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대선을 1년 앞두고 집권 4년차에 실시되는 총선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성완종 리스트처럼 언제 어디에서 ‘초대형 이슈’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표 분석을 해보면 새정치연합이 승리했다. 전체 득표율을 보면 새정치연합이 40여만 표를 앞서고는 나온다. 이 때문에 야권 내에서는 희망 섞인 전망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인적쇄신과 정치개혁 등을 선도한다면 대선에서도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새누리당의 재보선 승리가 독약이 될지 여부는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선거 전략, 공천 실패 등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 역시 필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새정치연합이 인적 쇄신 등을 통해 변화해야 된다’는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에 ‘약’이 될 것이라는 말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새누리당 스스로가 몸을 낮추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여전히 높아서 걱정”이라며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질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당이 더욱 낮은 자세로 치열하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완종 사건’에 대해서 원칙있는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치개혁 등의 대형 이슈 선점을 통해 내년 총선에 대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야당 일각에서는 ‘초선 정치인 문재인의 한계’를 지적, 당 공식라인이 아닌 비공식라인의 말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 이를 바꾸기 싶지 않다는 게 야권 한 당직자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재보선 패배처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패배할 수 있다는 기류가 당내에 팽배한 상황이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