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두 번 울리는 동부화재
가입자 두 번 울리는 동부화재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5-04 09:48
  • 승인 2015.05.04 09:48
  • 호수 1096
  • 2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약관 따라 보험금 청구했는데…몰래 소송까지 불사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동부화재가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명시된 보험약관을 어기면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동부화재는 그 과정에서 소비자 몰래 소송을 제기하는 행태를 보여 더욱 많은 비난을 받는다. 동부화재와 계약을 할 당시 서명한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했던 소비자만 억울한 모습이다. [일요서울]이 동부화재와 소비자 간 벌어진 분쟁을 자세히 들어봤다.  
 
“계약할 땐 말 안 해놓고 내부기준은 왜 들먹이냐” 
                      vs
“의료 소견 필요한 부분…법적 판결 나오면 알 것”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문모씨는 2006년 6월, 동부화재보험 무배당컨버전스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허혈성심질환 검사를 받았고 2015년 1월 최종 진단을 받고 동부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였다. 내부기준에 의해 심혈관 협착이 50% 이상이 되어야 지급이 가능하나 30% 이하이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지급을 거부했다. 
 
청구했던 보험금지급이 지연되자 문씨는 지난 2월 12일 금융감독원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금융감독원은 이미 법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했기 때문에 분쟁조정을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문씨는 “동부화재는 최종 면책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아무런 분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통보 10일 전 법원에 민사조정을 냈다. 소비자를 이렇게 대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결국 동부화재는 보험약관에서 ‘허혈성심질환에 대해 진단을 받으면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한다’고 명시해 놓고, 소비자가 대학병원에서 허혈성심질환에 해당하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지급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아울러 동부화재는 보험약관에는 없지만 내부지급기준에 혈관의 협착 정도가 50%이상이 되어야만 지급할 수 있다고 통보해 놓고, 별다른 분쟁이 없었음에도 통보 10일 전 미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실제 허혈성심장질환 진단비 특별약관에는 “회사는 최초의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에는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하여 드립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보험사가 주장하는 협착치가  50%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연맹(상임대표 조연행)은 “보험사들이 약관에 명시된 질병에 대해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음에도 ‘내부기준’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소비자 몰래 먼저 소송을 제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감독당국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버젓이 존재하는 약관을 무시하고 의사협회 기준에 따른 내부기준을 들먹이는 것은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태”라면서 “동부화재는 약관 해석의 원칙인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 지급거절 통보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는데 이미 법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해 놓고 태연하게 팀장이 ‘한번 더 설명을 드리겠다, 제3병원에 다시 의뢰해보자’고 말하면서 소송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는 것은 동부화재가 고객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그는 도덕성에 대해서도 “약관에 명시된 조건을 소비자에게 이해도 못시키면서 자의적으로 해석해 지급 거절하는 것은 공정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소비자를 압박하려고 결과를 알리지 않고 10일 전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도덕성이 크게 결여된 것”이라고 전했다. 
 
사건은 일파만파
 
마지막으로는 “동부화재가 약관에 명시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되며, 금융당국은 이런 사안이 더 많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특별감사를 통해 재발방지 및 소비자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된다”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우리는 협착치가 50%가 넘어야 진단서가 발급되는 것이라고 파악한 뒤 약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안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송은 “소비자가 잘못이 있어 고소를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협착치가 30%만 되어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를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면서 “의학적인 소견을 묻는 과정이지 압력이나 협박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적으로 판결이 난다고 하더라도 약관에 명시된 보험금은 지급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우선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자문을 구하고 있으니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향후 결정이 날 예정”이라면서 “현재로선 약관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했다. 
 
한편 이렇듯 애매한 상황에서 보험사가 소비자를 고소하는 관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전체로 퍼지는 분위기다. 자칫 소비자들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송사에 휘말리다 보장된 보험금마저 수령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지난해 보험가입자나 사고피해자 등을 상대로 보험금 산정·지급과 관련해 일어난 소송은 전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지난해 보험가입자와 금융사 사이에 제기된 보험관련 소송은 모두 1112건으로 2013년(647건)보다 71.87% 폭증했다.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은 986건으로 전체 88.7%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보험금을 적게 산정하거나 심사를 엄격히 하려 한다. 반대로 신청인들도 경기 불황으로 보험금을 더 타내려 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상충된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험사들이 이미지 때문에 소송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면서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처의 분쟁조정보다 이길 가능성이 큰 법적 소송에 의존한다”고 짚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