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동 후폭풍
가짜 백수오 파동 후폭풍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5-04 09:33
  • 승인 2015.05.04 09:33
  • 호수 1096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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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 잽싸게 자사주 팔고 차익 남겨 ‘의혹’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가짜다. 아니다’를 놓고 떠들썩했던 백수오 진실공방이 결국 가짜로 판가름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검사 결과 가짜 성분이 있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이로써 한국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관련 발표를 놓고, 공방을 벌인 내츄럴엔도텍은 백기를 들었다. 한국소비자원에 이은 식약처의 발표로 내츄럴엔도텍의 주가 역시 연이어 휘청였다. 뿐만 아니라 내츄럴엔도텍의 경영진이 논란 와중에 보유 주식을 매각해 기업윤리의 문제도 제기됐다. 또,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소송전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소원·식약처 “가짜 성분 있다” 결론
  백기 든 내츄럴엔도텍…경영윤리 논란은?

백수오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며 연간 수천억 원대 시장을 형성했다. 하지만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소비자들의 원성만이 자자하게 됐다.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내츄럴엔도텍에서 수거한 제품에서 모두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엽우피소는 백수오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재배기간이 짧고, 가격은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또 백수오에 들어있는 항산화 성분이 없고, 식·약용으로 쓸 수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21개 제품 중 이미 회수 폐기된 8개 제품을 제외한 13개 제품에 대해 검사가 이뤄졌으며, 13개 제품 모두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앞서 원재료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백수오 간판기업 내츄럴엔도텍은 한국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발표를 두고 강경대응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네츄럴 엔도텍은 “식약처 검사에선 이엽우피소가 나오지 않았다. 100% 백수오만을 사용한다. 유전자 감별법을 2회 실시해 철저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소비자원을 고발했다.

또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는 “다른 물질이 섞일 가능성은 제로(0)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국소비자원은 내츄럴엔도텍 수사를 의뢰했고, 내츄럴엔도텍도 한국소비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진실공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와 식약처의 검사 결과가 일치하면서, 내츄럴엔도텍은 백기를 들었다. 공식 사과문을 내고, 식약처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내츄럴엔도텍은 “내츄럴엔도텍과 에스트로지(백수오 등 복합추출물)를 믿고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신 고객 여러분들과 주주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간 원료의 재배, 수매 등 관리에서 만전을 기하고 있었지만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원료로 인한 검출된 결과에 대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또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혀진 3월 26일 및 27일자 입고분 백수오 원료는 정식 구매 전 품질검토 단계였다”며 “이미 식약처에서 반출불가로 봉인돼 있어 단 1개의 제품도 생산·유통되지 않았으며, 해당 원료 행정처분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백수오 농가의 재배 단계부터 유통, 제조 과정을 재점검하고 문제 발견 시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는 등 재발 방지하도록 하겠다”면서 “식약처 관리하에 철저한 품질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츄럴엔도텍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소비자들은 분노는 잠재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한국소비자원이 “논란이 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피해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개인투자자만
눈물

롯데,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문제가 된 백수오 제품들을 환불하기로 했다. 하지만 백수오 제품의 주된 판매 창구였던 홈쇼핑사들은 대부분 환불 방침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정신적 피해까지 배상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백수오라고 믿고 다른 식품을 섭취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정신적 손해 배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내츄럴엔도텍의 기업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내츄럴엔도텍 임원들이 이번 논란을 전후해 보유주식을 대거 팔아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내츄럴엔도텍은 가짜 백수오 논란이 시작된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나흘 연속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1조6743억 원에서 8778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식약처의 재조사 결과 발표 후에도 또 다시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휘청였고,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다. 백수오 논란으로 일주일 사이에 코스닥 시장에서 8조5000억 원이 날아간 것이다.

이로 인해 주식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내츄럴엔도텍 주주는 최대 주주인 김재수 대표와 회사 임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소액주주들이다.

약 9400여명이 전체 주식의 절반이 넘는 1061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은 55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작 내츄럴엔도텍의 영업본부장, 연구소장, 생산본부장 등의 임원은 각각 7억 원, 22억 원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회사 복지를 위해 지분 매각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발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나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또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소송전도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불공정 거래혐의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 역시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를 검사의뢰하고 법리검토에 들어가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대검찰청 검사의뢰를 통해 성분 분석을 확실히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적용에 대한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엽우피소를 일부러 섞었는지, 아니면 원료 구입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는지 따져본 뒤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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