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중계부터 성기노출까지… SNS의 막장진화
자살중계부터 성기노출까지… SNS의 막장진화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5-04 09:20
  • 승인 2015.05.04 09:20
  • 호수 1096
  • 3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날 좀 보소! 관심받기 위한 몸부림”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SNS. 인터넷 등 전자 네트워크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줄인 말이다. SNS는 멀리 있는 사람의 소식과 의견을 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트위터 같은 익명 SNS에서는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식을 보다 빨리 유포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SNS는 여러 사회문제를 유발시키며 ‘막장’으로 변하고 있다. 소식 공유보다는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문제다. 그들은 타인의 자살현장을 생중계하거나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등 자극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 칭찬 너무 좋아… 앞으로도 계속 할 것”
인터넷 수다… 자극적 흥미 위주 콘텐츠 찾을 수밖에”

지난달 27일 오후 5시께 대전역 인근 지하터널에서 70대 남성 A씨가 자살을 시도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A씨는 목에 줄을 감고 하상도로에 스스로 뛰어내렸다. A씨는 가족 없이 홀로 지내며 외로움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A씨는 경찰에 구조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SNS에 119구급대원들이 목을 매단 A씨를 구조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이 우연히 A씨의 자살현장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것이다. 이 사진은 급속도로 퍼졌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게재됐다. 논란이 되자 현재 최초로 사진이 올랐던 SNS 페이지는 지워졌다.  

노출사진으로 인기 상승
클럽 아우디女

지난 3월 SNS에서는 클럽에서 상의를 벗고 춤을 추는 여성의 동영상이 이슈였다. 일명 ‘아우디녀’로 불리는 이 여성은 남성들이 자신의 신체를 만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고 있었다. 이 동영상이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여성의 SNS 계정이 알려졌다. 그런데 해당 계정에는 이 여성의 신체 노출사진이 다수 게재돼 있었다. 속옷을 입지 않은 채 자신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찍힌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노출사진으로 인기를 얻은 이 여성의 SNS는 1주일 만에 팔로워(친구)수가 4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는 기존 SNS계정이 정지됐으며 새로 시작한 SNS에는 노출 사진이 게재되지 않았다.

이처럼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자신의 SNS에서 노출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SNS에서 ‘노출’ ‘19금’ ‘야동’ 등의 단어를 검색하면 타인의 노출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 자신의 성기 사진을 찍어 올린다. 그렇게 팔로워(친구)수를 늘리고 댓글을 받고 ‘좋아요’ 횟수를 올린다. 그들은 자신을 신고하거나, 댓글로 지적하는 사람들을 비난한다. 오히려 그들을 ‘관종(관심 받고 싶어 하는 종자의 줄인 말)’이라고 부른다. 개인의 SNS에 올리고 싶은 사진과 동영상을 게재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트위터에 자신의 성기 사진을 올리는 아이디 ‘seOOOOO’는 “SNS는 내 사적공간이다. 내가 마음대로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곳”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내 노출사진을 보고 좋아하고 칭찬해준다. 난 이 사람들의 관심이 좋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비·싸움 발생하면
SNS에 제일 먼저 업로드

자신의 노출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남의 관심을 받기 위해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남의 도촬(도둑촬영)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실명은 숨긴 채 SNS에 ‘도촬계정’을 만들어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남의 사진을 몰래 찍어 게재한다. 주로 외모와 몸매가 좋은 여성들이 도촬의 주인공이 된다. 이는 엄연히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계정의 주인은 물론, 해당 SNS 계정의 친구들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계정 주인에게 “너무 예뻐요”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보는지 신기해요” “항상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등의 감사인사를 건넨다. ‘도촬마니아’라는 이름으로 SNS를 시작한 어느 남성은 소개 글에 “너희가 어디 사는 누구든 몇 살이든 몸매 좋다 싶음 다 찍어 올린다”고 적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릴 일이 생기면 무조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SNS에 게재하기도 한다. 이들은 ‘소식 공유’를 목적으로 이 같은 행동을 한다고 말한다. 국내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이들의 SNS계정을 팔로우 한다.

‘고발전문가’로 불리는 강모(28)씨는 자신의 SNS에 계정에 일주일에 3~4차례 새로운 소식을 게재한다. 지난달 22일에는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 양보를 하지 않는 젊은 여성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나중에 자기도 입장이 바뀌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무개념들이 많아서 우리나라가 발전을 못한다’라는 내용의 글도 함께 게재했다. 순식간에 좋아요가 100개를 돌파했다. 지난달 초에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의 동영상도 게재했다. 며칠 전에는 술에 취해 지하철에서 젊은 남성에게 욕설을 한 40대 남성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업로드 했다.

그러나 강 씨의 행동은 ‘고발’과는 거리가 멀다. 노인에게 자리 양보를 하지 않았다는 젊은 여성의 사진은 알고 보니 해당 노인이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일어서 있는 모습을 일명 ‘순간포착’한 것이었다. 사진 속 여성이 나타나 이 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강 씨는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지하철에서 욕설을 퍼부은 40대 남성의 동영상도 현재는 삭제됐다. 지하철에 탑승하면서 젊은 남성이 술에 취한 남성의 어깨를 밀친 것이 싸움의 발단이 됐다는 사실이 다른 목격자의 등장으로 인해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강 씨는 지금도 SNS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루머 유포 1등 공신
“정화작용 필요하다”

SNS에서 잦은 루머가 생성되고 급속도로 퍼진다는 사실은 이미 예전부터 지적된 SNS의 고질병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상의 루머 유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루머 유포자는 정치, 경제, 문화, 연예계, 재난참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수많은 루머가 생성·유포된 것도 SNS다.

그렇다면 SNS 사용자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이용하며 사람의 관심을 유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SNS는 인터넷 버전의 수다라고 설명한다.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인 만큼 재미있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SNS의 신뢰도가 자주 거론된 만큼 네티즌 스스로 정화작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게시물을 많은 사람들이 봐 주면 좋겠다는 동기가 강해지면 윤리나 사회적 반감에 대한 고려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자극적인 정보를 게시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게시물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의도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