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특별사면 논란
성완종 특별사면 논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5-04 09:15
  • 승인 2015.05.04 09:15
  • 호수 109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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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 노린 SK·CJ·태광그룹 ‘어쩌나’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참여정부 시절 2차례 단행된 특별사면과 관련해 여·야가 충돌하면서 현재 구속돼 형을 살고 있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재벌총수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성 전 회장의 참여정부 시절 진행된 특사와 관련,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현 정부서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돈다. 이에 따라 광복절 특사를 기대했던  SK·CJ·태광그룹 등이 난감해하고 있다.

 2005년 석가탄신일, 2008년 임기 말…두 차례는 ‘이례적’
 박 대통령 사면 신중론 고개 들어…조기석방 기대 물거품

최태원-최재원 SK그룹 오너 형제,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이 현재까지 형을 살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이 최근 구속되고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수감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성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거론하면서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재계는 역대 대통령에 비해 특별사면권 행사에 소극적인 박 대통령이 앞으로 특별사면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지난해 1월 설을 앞두고 단 한 차례 실시한 것을 제외하고 특별사면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계의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에선 이미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 됐다는 푸념 섞인 말도 하고 한다고 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혹시라도…' 라는 분위기가 퍼지면서도 사실상 현 정부에서의 기업인 사면은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동안 쉬쉬하면서도 내심 특사를 기대했던 기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재벌 총수로 역대 최장기 복역중이며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만큼, 내심 '광복절'특사를 기대해왔다.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된 이선애(87) 전 태광그룹 상무의 형집행정지기간은 지난 6일 6개월 다시 연장됐다.
아들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지난 2012년,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간암 판정을 받고 병보석으로 풀려나 치료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구속된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징역 4년형을 받고 800일 넘게 수감 중이다.

아직 형이 확정돼지 않아 특별사면을 운운할 자격조차 되지 않는 이재현 CJ 그룹 회장도 상고심을 통해 형을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하면서도 내심 특사 분위기를 챙겼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특별사면은 회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지금도 여·야가 사면문제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얘기를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다”며 “다만 경제활성화를 이야기하면서 정치적 노림수로 특별사면이 좌지우지되는 분위기는 잘못된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 대립 따져보니

여야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성 전 회장이 2007년 특별사면을 받을 당시 로비를 통해 특혜성 사면을 받았으며 성 전 회장을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한 주체가 참여정부인지 이명박 정부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았던 과정에 대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밝혀야 한다고 거듭 공세를 펼쳤다.
김 대표는 이날 “누가 사면 요청을 했든지 밝히면 되지 않느냐”며 “국민이 궁금한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이 이야기를 해야 하면 되는데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이 문 대표 아니냐”며 “그걸 안 밝히려면 왜 기자회견을 했느냐"고 되물었다.

문재인 대표는 하루 앞선 23일 “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참여정부가 성 전 회장에게 특혜성 사면을 했다는 여당의 공세를 일축했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나서 성 전 회장 사면의 부당성을 제기함으로써 이제 정국은 여야간 첨예한 대치 속의 ‘사면 정국’으로 급속히 빠져들면서 기업인 사면도 가시권에서 더욱 멀어졌다.
한편 성 전 회장에 대한 1차 사면은 2005년 석가탄신일 때 이뤄졌다. 성 전 회장은 16대 대선 불법 정치자금 제공 및 회사돈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였다.

성 전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참여정부 임기 말인 2008년 1월, 두번째 사면을 받는다. 2004년 행담도 개발 비리에 연루돼 2007년 11월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뒤 두 달이 못 돼 이뤄진 조처였다.
당시 언론에서도 “같은 정권에서 동일 인물에 대해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해준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사면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은 사면 직후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민간자문위원으로 합류해 MB측에서 손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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