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에 주소두고 살림은 서울서
지역구에 주소두고 살림은 서울서
  • 김판수 
  • 입력 2004-08-27 09:00
  • 승인 2004.08.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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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지역구 국회의원 대부분이 주소는 지역구에 둔 채, 거주는 서울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국회의원 299명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 중 국회로 출퇴근하는 의원은 6명뿐인 것으로 드러났다.8월 19일 현재 국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243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중 5명의 의원을 제외한 238명의 의원이 지역구에 자택주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의원 133명 중 실제 지역구에서 생활하며 출퇴근하는 의원은 6명에 불과했다.

총선 공약으로 ‘지역구 출퇴근’을 약속했던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이 충남 서산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고, 같은 당 박병석 의원이 대전에서, 복기왕 의원이 충남 아산에서, 그리고 노영민 의원이 충북 청주에서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장윤석 의원이 경북 영주에서, 그리고 허천 의원이 강원도 춘천에서 고된 출퇴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 의원의 경우, 2명의 보좌진의 말이 달라, 지역구 출퇴근 의원에서 제외했다. 이외 다른 의원들은 모두 서울이나 분당에 자택을 가지고 있거나 아파트 전세, 오피스텔, 원룸을 얻어 생활을 하고 있다. 친척집에서 기거하는 의원도 몇 명 있었다. 한편 수도권 의원 대부분은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몇몇 의원의 경우는 서울에 별도의 집을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

133명의 지방 의원 중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생활하는 의원은 9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족을 지방에 남겨 놓고 혼자서 서울생활을 하는 주말 부부 의원은 20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인만 지방에 두고 서울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자녀와 기거하거나,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자녀와 기거하는 의원은 5명이다. 지역구가 경기도 안산인 한 의원도 이러한 이유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족이 아닌 보좌진과 함께 생활하는 의원도 있다. 경남 사천에 적을 두고 있는 민노당 비례대표 강기갑 의원은 강서구 방화동에 빌라를 얻어 보좌관 3명과 거주하고 있고, 집이 전북 익산인 열린우리당 한병도 의원도 오피스텔을 구해 보좌관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지방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 때문에 지방에서의 출퇴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방에 지역구를 둔 대부분의 의원들은 서울에서 생활을 하고, 지역에 일이 있을 때 내려가고 있다. 따라서 ‘의원들의 주소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것을 탓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의정활동 때문에 서울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해도, 가족까지 다 서울에 살아야 하느냐’는 지적이다.선진외국의 경우, 의원들이 주말에만 집에 가서 가족을 만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즉 의정활동과 상관없는 가족 모두가 서울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선거 때만 지역이 필요한 거 아니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선거 때만 되면 가족이 다 지역으로 내려가 ‘지역 일꾼론’을 앞세우면서, 당선만 되면 가족 모두가 지역을 떠난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대전에 사는 한 시민은 “가족까지 다 떠났는데, (의원이) 지역에 무슨 정이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더욱 문제인 것은 가족 모두가 서울에 사는 지방 지역구 의원 상당수가 애초부터 서울에서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선수가 높은 중진의원들 중에는 수십 년째 서울 등 수도권에 살고 있으면서, 지방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도 꽤 있었다. 선거제도가 지역구별로 의원을 선출하기에, 지역구에 따라 주소를 변경한 것이다. 상당수가 선거를 위해 주소를 옮긴 경우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개된 자택주소에 고향 부모님이 사는 경우도 있었다.이에 대해 한 보좌관은 “가족 모두가 생활은 서울에서 하면서 주소를 지방에 두는 것이 지역주민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상 선거 때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느냐”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 의원들이 가족과 서울에서 생활을 함께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녀들의 교육문제 때문이다. 서울에 비해 열악한 교육환경이 어쩔 수 없이 서울생활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방에 거주하던 한 초선의원은 지난 4·15총선 직후 아이들과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보좌관은 “아이들이 커 가는 상황에서, 교육이라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한편 지방에서 올라온 의원들이 사는 곳은 서울 곳곳에 분포하고 있었다. 다만 국회가 있는 영등포구와 그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판수  ma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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