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상아탑… 충격세태 폭력, 살인 등 비리의 온상 되다
무너진 상아탑… 충격세태 폭력, 살인 등 비리의 온상 되다
  • 김수정 기자
  • 입력 2010-03-02 14:06
  • 승인 2010.03.02 14:06
  • 호수 827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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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비 90만 원 때문에 살인까지…
2010. 2. 12 PM10: 50.

인천 남부경찰서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애 좀 확인해주세요.”

초조하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사고를 감지한 듯 불안했다.


“계획된 살인이었다”

어머니 B씨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던 윤 씨가 계속해서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자, 학생회비 때문에 아들이 이 씨와 갈등이 심했던 것이 생각나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11시경에 이 씨의 집을 찾아갔다. 경찰이 이 씨 집에 도착했을 당시 집 앞에선 “집안을 보여 달라”는 윤씨의 어머니와 이 씨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씨는 자신의 집을 찾아 온 경찰을 발견한 뒤 도망치다 결국 붙잡혔다.

검거 당시 이 씨는 “(윤 씨가)자꾸 나를 무시해서 홧김에 죽였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 씨가 치밀하게 살인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씨가)살인을 하기 위해 사건 이틀 전 근처 철물점에서 망치를 구입했다”며 “윤 씨를 불러 잔혹하게 머리를 몇 차례 내리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씨는 왜 윤 씨를 잔인하게 살해했어야 했는가. 그것은 90만 원이라는 학생회비 때문으로 알려졌다.

살해한 이 씨와 윤 씨는 인천 모 대학의 같은 과 학생이다. 두 사람은 학과 내 주·야간 회장이었다. 주간 회장인 이 씨가 학생회비 90만 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쓰자 윤 씨는 담당 교수에게 사실을 알려 자신이 사용내역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이 씨가 윤 씨를 자신의 집에 불러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 씨는 학생회비 일부를 학생회의 승인도 없이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모두 90만 원가량을 무단 전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발생 이후 학교 측에선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이 때문에 일체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학교 측에 잘못도 있다는 것이다.

모 그룹에서 운영하는 이 학교의 학생회비 운영은 총학생회비는 입학과 동시에 걷고, 과별 학생회비는 자율적으로 각 학과 회장들이 걷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과 학생회비는 학과 MT나 각종 교내 행사비 지출을 목적으로 5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걷는다. 문제는 이 돈의 사용내역이 대개 불분명하다는 것. 그리고 강제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직접 학생회 간부들이 직접 찾아와 걷기 때문에 후배들 입장에선 불응하기 힘들다고 한다.

익명의 제보자는 “학생회비 운영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며 “그렇다고 살인사건으로까지 번질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윤00가 교수에게 이00의 학생회비 전횡에 대한 잘못을 제보했다면, 교수는 잘 조정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랬으면 최악의 사태는 막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학생회비에 조폭까지 몰려

이번 인천 모 대학의 학생회비 살인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미 대학에 조폭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대전의 모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던 심모(28)씨가 상대 출마예정자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구속되고 일당 3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심 씨는 대전 폭력조직의 일원으로 후배 조직원들을 시켜 당선이 유력시되던 상대 후보자 A(25)씨를 12차례에 걸쳐 폭행, 출마 포기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폭 출신인 심 씨는 의도적으로 학생회장에 출마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에 걷어지는 학생회비가 3000만 원에서 1억 원이다. 그는 이 돈을 전횡할 목적으로 출마했다고 한다.

이렇듯 학생 회장의 경우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일이 알게 모르게 비일비재하다. MT와 축제 등의 행사를 할 때 이벤트업체와 주변 상인들로부터 일정액을 상납받는 일도 상당하다. 행사의 규모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업체들로부터 술접대를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대학을 대상으로 이벤트업체를 운영하는 B 사장은 “학생회 임원들은 행사 때마다 비싼 술자리와 금품 상납을 노골적으로 요구한다”면서 “결국 자기들 잇속은 다 챙기면서 미리 내정된 업체랑 계약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건 학교가 아니라 뒷골목이나 다름없다. 학교의 경영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회의 경영도 투명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일부 지방 대학에선 학생회와 서로 짜고 ‘등록금 인상’등을 합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가 학생회에 대해 제지 하기는 커녕 눈치를 보고 있기도 한다.

비리의 온상이 된 상아탑을 결국 폭력과 살인 등 최악의 사태로 치달리면서, 지성의 전당인 ‘상아탑’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pot.co.kr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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