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꿈꾸며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세상일에 특별한 시선과 관심을 내보이며 활동하고 있고 경제적 약자들과 소수자의 권익보호에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남오연(41) 변호사가 최근 <남북의 황금비율을 찾아서>저서를 내놓아 출판계의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4월 21일 그가 대표로 있는 서초동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현재 ‘법무법인 청호’의 대표인 남오연 변호사는 전문 영역인 법학에 경제학을 연계시켜 새로운 방식의 남북체제를 고안할 정도로 통일, 특히 화폐 경제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는 “무엇보다도 다시는 이 땅에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루빨리 통일이 이루어지길 고대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남북의 황금비율을 찾아서>를 바칩니다. 저의 의지가 통일의 문을 열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남오연 변호사는 비록 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은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비극이 한반도에 일어나지 않기를 원하고 전쟁의 상처가 깊은 그의 가족의 영향을 받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은척면 문암리에 있던 초등학교를 다니시며 일본말을 배우셨던 얘기, 6·25한국전쟁 때 13세의 나이로 부모님과 함께 누이와 밑으로 남동생 2명을 데리고 피난을 가야만 했었던 올해로 팔순을 바라보시는 필자의 아버지는 경상북도 상주시 은척에서 태어나셨다. 피난 가시면서 사람들이 죽는 장면을 보시고 아직도 그 장면이 가끔씩 떠오르신다는 얘기, 그리고 위로 형님 두 분께서 6·25 한국전쟁에 참전하신 터라 조부모님께서 아들 2명이 전쟁터에서 살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마당의 문만 바라보셨던 얘기, 그 한숨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얘기들…….
삼촌 두 분은 다행히도 살아서 오셨다. 하지만 지금은 고인이 되신 큰 삼촌은 제주도에서 훈련을 받던 중 몸에 심한 후유증이 생겨 곧 제대하셨고, 아직까지 생존하고 계신 작은 삼촌은 온몸에 총상을 입고 수술까지 했지만 결국 의가사 제대를 하셨다. 작은 삼촌은 그 유명한 백마고지에서 온몸에 부상을 입은 채 겨우 목숨을 부지하셨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작은 삼촌은 백마고지에서 비록 목숨은 건졌지만 아직도 당시 제거하지 못한 파편을 몸에 지니고 계시고, 평생 동안 다리를 절며 생활하셨다.
작은 삼촌은 이 책의 부록 「남정혁 25 사변기」에서 생명의 은인인 강영선 전우를 생전에 꼭 한 번은 보고 싶다고 하신다. 강영선 전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명절 때만 되면 삼촌들은, 특히 백마고지를 경험하신 작은 삼촌은 북한이라면, 빨갱이라면 아주 치를 떠신다. 몸에 박힌 채 평생을 함께해온 파편이 주는 아픔보다 기억에 박혀버린 그날의 고통이 더 잔인했던 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가족사의 영향이 이 책을 집필동기가 됐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이 책에서 남북한 간의 이념을 말하거나 사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화폐와 금융구조에 관련된 경제학에 가까운 책이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지금까지의 퍼주기식 대북 지원은 무의미하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퍼주기식 대북 지원은 호국영정과 그 가족 분들이 품은 한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북한이 남한을 이용하려고만 들 것이기에 실질적 남북통일을 더 요원하게 만드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개성공단은 6개월간 폐쇄되었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노동력이 결합한 개성공단은 남북 양측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제협력의 마당이었을 뿐만 아니라, 통일시대를 바라보고 경제통합을 준비하는 시험대 구실도 했다는 평가를 받던 개성공단이었다. 하지만 결국 퍼주기식 대북 지원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현 정권에서도 떨칠 수 없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청년 실업, 부동산 시장 침체, 투자 저하 등으로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은 양적 완화 후 금리상승 기조, 일본은 엔저, 중국은 위안화 허브 등의 금융정책으로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통일 대박론과 함께 통일지상주의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 대박론이라는 추상적 문구 외에 지금까지의 퍼주기식 대북 지원과는 다른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통일 대박론에 급급하여 자칫하다가는 또 다시 퍼주기식 대북 지원에 머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남 변호사는 지금의 개성공단을 살림과 동시에 퍼주기식 대북 지원이 아닌 남북한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통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던 것이다. 퍼주기식 대북 지원도 곤란하지만 통일대박론도 마찬가지다. 우리 입장에서야 대박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사회주의 체제를 붕괴시키겠다는 말밖에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지금까지의 남북 관계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았다.
“이 상태로 가다가 갑자기 북한이 붕괴되면 이해관계는 더 복잡해집니다. 북한이 붕괴될 때 우리에게 미치는 여파는 상상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현 북한 정부보다 더 과격한 단체가 들어올 수도 있고, 아니면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북한을 분신탁하는 구조로 균형점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붕괴되면 우리는 당연히 북한을 흡수 통일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 아닐까도 그는 생각했다. 통일은 남한이 갑을관계로 북을 지배하거나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는 공유경제를 이루고, 이를 통해 한반도 전체의 공존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지 새로운 갑을관계 형성을 통한 이윤 추구 목적의 착취경제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것을 나눔으로써 공멸의 길을 벗어나 공존의 길로 함께 가는 것이어야 한다. 갑을관계는 또 다른 투쟁의 장을 만들 뿐이다. 북한과 대화와 타협을 통한 통일을 하겠다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속으로는 갑을관계에서 남한이 갑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아질 것이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는 통일의 문을 열 수가 없다. 한반도 전체가 공멸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 방법은 사상과 이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선 먹고사는 경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는 경제는 화폐를 통해서 구체화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남변호사는 남한과 북한의 화폐를 연구하고 금융을 통합함으로써 진정한 경제통합을 이루어야만 통일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정한 경제통합의 길을 여는 것만이 한반도 전체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이라 믿고,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호국영령들의 피 앞에 한반도 전체의 공존이라는 말 자체가 그분들이 듣기에 거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남변호사의 부모님께서도 거부반응을 보이셨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변호사가 그분들께 가진 미안함과 죄송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발간하기로 마음먹은 데는 다시는 이 땅에 불행한 피가 흐르지 않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 피로 인해 평생 동안 한 맺힌 가슴을 부둥켜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지금까지의 퍼주기식이나 이기적일 수도 있는 통일대박론이 아니라 그야말로 실질적 통일만이 그분들께 대한 진정한 사과라고 그는 믿고 있다.
남변호사는 이대로 가다가는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 역시 경제위기에서 버틸 수 있는 맷집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통일의 문을 열어야만 한다. 통일의 문을 열면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먹거리가 있는 창고가 열린다는 생각만으로는 곤란하다. 그래서는 그 안에서 통일의 문을 더 걸어 잠글 뿐이다. 공멸의 길이다. 우리는 통일의 문을 더 걸어 잠그지 않도록 서로에게 이득이 되고 합리적 분배가 가능한 황금비율의 열쇠로 통일의 문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열쇠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래서 황금비율을 가진 열쇠를 찾는 심정으로 남변호사가 이 책을 낸 것이다.
흔히들 화폐의 3대 기능으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서의 기능, 가치의 척도로서의 기능, 가치 저장 및 투자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들고 있다. 현재까지 이러한 화폐의 기능을 갖지 못하는 명목지폐에 가까운 북한 원화를 교환비율에 따라 남한 원화와 교환한다는 남변호사의 생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화폐가 금이냐, 은이냐, 달러냐가 아니라 일정한 지역 내에서 통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생산능력을 높이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내에서만이라도 북한 화폐가 명목지폐에서 벗어나 실물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이로써 통화의 부가가치, 즉 남북한 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실질적 경제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함이 남변호사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목적이다.
독일 통일 과정을 보면 서독과 동독의 마르크화를 1:1 비율로 교환하도록 한 당시 헬무트 콜 총리의 결정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실질적인 화폐가치의 크나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독 주민들에 대한 통합이라는 명분을 위한 정치적 고려에서 이뤄진 이러한 결단은 결과적으로 통일 이후 장기간 국가적으로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만약 독일처럼 갑작스런 통일에 직면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완전한 통일이 이뤄지기에 앞서 북한이 일정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룰 때까지 남과 북이 이원화된 경제체제를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과정에서 양국 체제 간 화폐교환비율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수립은 원활하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위해 필수적 요소라는 점에서 이 책은 소중하고 대단히 의미가 깊다고 김세연 국회의원은 추천의 글에서 말하고 있다.
변호사로, 세무사로, 변리사로 일하면서 최근 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 했다.
이유를 묻자“항공기로 개마고원를 돌아보며 백두산 천지에서 물을 한잔 마시며 한라산에서 막걸리를 한잔 먹는 날을 기대하며 항공기 자격증이 필요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남오연 변호사는|
■ 1974년 대전 신탄진 출생
■ 2003년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 2004년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성균관대학교 국정관리대학원 석박통합과정
■ 종합법률사무소(現 법무법인) 서로 소속 변호사
■ 현,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단
■ 현, 사단법인 한국정책학회(KAPS) 운영이사
■ 현, 법무법인 청호 대표변호사
■ 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경량항공기 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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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