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회복을 위해…’여의도 향할 수 있을까?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생전 정치적 생존과 재기에 사활을 걸었다. 박근혜 정권에서 의원직을 상실했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돼 현 정권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 이 때문에 성 전 회장은 생전에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또 성 전 회장은 주머니 속에 이완구 총리, 홍문종 의원, 이병기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거론한 메모를 작성해 놓기도 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의원직 상실로 치르게 된 7월 충남 서산·태안 재선거에 동생 성일종을 공천해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동생의 공천을 강력하게 희망하면서 자신의 사면도 요청했다. 정치적 재기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은 동생들을 무척 아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아버지의 학대에 못이겨 집을 나왔으면서도 동생들을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찾고자 서울행을 택한 성 전 회장은 고향을 떠나기 전 동생들에게 ‘어머니와 함께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6년 후 성 전 회장은 약속을 지켰고,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생활을 했다. 이 때문에 동생들이 형을 무척 고마워한다는 게 성 전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의 전언이다.
“새누리당 공천 신청”
당내 반응은?
상황이 이런 가운데 성 전 회장 동생인 성일종 엔바이오컨스 전 대표는 20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재보선에 형의 지역구인 충남 서산·태안 보궐 선거에 출마하려 했던 성 전 대표는 ‘형제가 지역구를 대물림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다시 “내년 20대 총선 준비를 할 계획”이라며 “새누리당 공천 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혀, 공천을 받을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성 전 회장 측과 친분이 있었던 한 인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측근들이 폭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총선 출마를 노리는 동생 일종 씨 등 주변 인사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불거지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를 뿐 아니라 총선 출마 또한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검찰과 유족 측이 ‘로비 장부’를 두고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유족 측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성 전 회장의 동생 일종씨가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다면 공천 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성 전 회장 측과 가깝게 지냈던 정치컨설팅 A업체 한 대표는 이에 대해 “성 전 회장이 극단적으로 가기 전 단계까지 갔다면 동생이 형의 명예회복을 위해 출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면서도 “지금 현재로서는 새누리당에 공천신청을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진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성 전 회장을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낙인찍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돈’을 이용해 권력을 키우려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됐던 인사들은 하나같이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내에서도 성 전 회장에 대해 비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성 전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현금 수천만 원이 발견됐다. 이 돈의 출처 및 사용처에 대해 집중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성 전 회장이 친박 핵심부를 겨냥했고, 성 전 대표의 집에서 수상한 자금이 드러난 이상 새누리당으로부터 공천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당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장부와 공천을 ‘빅딜’할 수 있다는 게 야당 출마설의 주된 골자다. 성 전 회장과 한때 친분이 있었던 한 인사는 성 전 대표의 야당 출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하면서 성 전 회장의 과거 발언을 예로 들었다. 성 전 회장은 정계진출을 하려는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기업하는데 야당으로 어찌 가겠느냐.” 성 전 회장의 과거 발언은 물론 형과 동생의 관계 등을 봤을 때 ‘야당행’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비관적이다. 야당 한 당직자는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로비 한인사로 낙인된 만큼 ‘부도덕한 기업인 집안’의 인사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야당 출마설은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할 뿐 아니라 공천을 주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소속 출마설까지 거론
그래서일까. 정치권에서는 성 전 대표가 출마를 하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여야에서 성완종과 거리두기에 나선 이상 형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수 있다는 논리다. 충청권 내에서 성 전 회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동정여론이 일고 있어, 얼마든지 성 전 대표에게 표가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형의 명예회복을 위해 20대 총선에 출마를 선언한 성 전 대표가 어느 소속으로 출마하게 될 것인지, 또 형인 성 전 회장의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성 전 대표는 끊임없이 정계 진출을 시도해 왔다. 고려대 겸임교수 등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는 그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서 경제살리기특위 일원으로 참여했다. 대통령직 취임준비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2008년 총선에서는 서울 구로을에 공천을 신청했고, 충남 서산태안 재보선이 치러질 당시에도 공천을 신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