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복안이 무산되면서 당청간의 관계는 물론 장기적으로 대권 구도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안대희, 이완구 카드’를 꺼내들어 비박계를 견제하고 친박 대권 후보를 키우려 했다. 하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됨과 동시에 거짓말 논란에 발목이 잡히면서 ‘친박은 몰락하고 김무성 대표에게 힘이 쏠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후임 총리 역시 김무성 견제용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총리 후임 인선과 대권 구도 사이에 놓인 기묘한 ‘방정식’을 풀어봤다.
안대희·이완구 총리 카드…김무성 견제 속 대권 경쟁 부추겨
성완종 리스트 정국…김무성 ‘웃고’ 박근혜 ‘울고’ 친박 ‘몰락’
측근 최경환·황우여 화합형 한광옥·김부겸 거론
현재 여권 내 대권주자 영순위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으로서는 껄끄러운 후계자다. 때문에 김재원, 윤상현 등 친박인사들을 정무특보로 기용했다. 후임 총리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인선했다. 여기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차기 대권 후보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총리 인선에 숨겨진
朴의 노림수는?
과거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회창 전 총재를 감사원장에 임명한 뒤 국무총리로 중용하면서 후계자로 키웠다. 앞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로 지명한 것도 소신 있는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 개혁 성향의 스타검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국민 인지도도 높아 국가 개조 및 관피아 척결 과정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한다면 친박 대권 후보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카드는 무산됐다.
그런 측면에서 이완구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외에 마땅한 대권 후보가 없는 친박은 ‘이완구를 띄워’ 친박 뿐만 아니라 여권 내 대권 경쟁을 부추겼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이완구 카드를 꺼내든 것은 국정 2인자로서 친박계의 구심점이 되고, 비박계 지도부를 견제하면서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 했던 것이다. 또 조기레임덕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 그룹에서 내심 노렸던 이완구 대망이 얘기치 않은 ‘성완종 리스트’로 총리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친박 대선 후보가 사실상 사라졌다. 박 대통령이 측근 및 정치인 총리 카드를 띄워 김 대표를 견제하려던 시나리오가 모두 무산됐던 것. 대권 후보 지지율에서 이 총리는 4위에서 10위로 떨어졌다. 이밖에도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까지 거론되면서 친박계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청관계에서 비박계의 정치적 입지가 고해지고 있다. 껄끄러웠던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가 ‘동반자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 측 한 인사도 “지난 16일 회동 이후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6일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떠나기 직전 김 대표와 40여 분간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해외 순방 중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도 재보선 국면에서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챙기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파문으로 인해 여당으로의 권력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방식을 바꿔 당과 함께 남은 임기를 이끌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에게 힘이 쏠리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론도 만만찮다. 친박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주문한 건 당청 관계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차기 총리 인선 과정에서도 갖가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총리 인선 딜레마
친박계 인물 마땅치 않아
상황이 이런 가운데 차기 총리에 김무성 견제용, 충청민심 달래기용, 전문가형, 여야통합형 등 다양한 유형의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김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확고해지고 있는 만큼 후임 총리로 비박계를 견제할 만 인사를 내세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무성 견제용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오 전 시장이 거론되는 이유를 살펴보자. 오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서울시장에서 자진사퇴했다. 현재 홍준표 경남지사를 시작으로 여당 내부에서 선별적 급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오 전 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친박계 중심을 잡을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 친박 핵심 인사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르내리면서 친박의 당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전 시장이 제격이라는 게 여권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오 전 시장은 ‘50대 기수론’을 실현하고 비박계 지도부인 ‘김무성-유승민’을 견제할 수 있는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다.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서 오 전 시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친박계 내에서도 오 전 시장을 포섭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의 대표적인 차기 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오 전 시장을 내세우고, 친박이 결집한다면 ‘김무성 대항마’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 친박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도 ‘김무성 견제용’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일단 행정 경험이 충분하다. 도덕적인 흠결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인사청문회 통과도 무난하다는 평이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 특검 도입을 놓고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고, 대구 출마 또한 TK출신 의원들의 반대여론이 강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을 차출해 김무성 견제용으로 쓰기에는 나쁘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이 ‘변수’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이에 못지않게 측근 인사 기용설도 나돌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한 차례 통과했을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방향을 잘 꿰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본인들이 내년 총선 출마에 뜻을 두고 있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직 총리 등을 내세울 경우 개각 규모가 커진다는 점에서 부담이 되고 있다. 일련의 이유로 이주영 의원과 이한구 의원,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 출신으로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 기용된 중도 인사다.
이 외에도 여야 통합형으로 김부겸 전 의원을 비롯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더구나 충청민심 달래기용으로 이인제 최고위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과거 거론됐던 ‘황교안-국무총리, 권영세-법무부장관’ 등의 갖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차기 총리 인선을 놓고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집권 3년차 개혁, 차기 대권 구도, 레임덕 우려 해소, 국민통합, 지역안배 등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총리 인선 과정을 보면 집권 3년차 개혁과 코드가 맞는 인사이거나 차기 대권 구도를 의식해 후임 총리를 임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후임 총리 역시 차기 대권 구도와 연계해 인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 평론가들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비박계 중심의 차기대선 구도를 견제하고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사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