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제 참가한 전문 시위꾼
세월호 추모제 참가한 전문 시위꾼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4-27 09:35
  • 승인 2015.04.27 09:35
  • 호수 1095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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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현장 과격행위 유도” vs“개인의 일탈로 봐야”

▲ 뉴시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 18,19일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집회 이후 ‘전문 시위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차벽, 살수차, 캡사이신 살포 등 과잉 진압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집회 참가자 중 전문 시위꾼들의 과격시위로 인해 경찰차량이 훼손되고 경찰관이 폭행당했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전문 시위꾼’이 이슈로 떠올랐다. ‘전문 시위꾼이 정말 있느냐’는 의문부터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전문 시위꾼이 아닌 단순 개인의 일탈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참사 희생자 추모하는 자리서 “대통령 퇴진” 구호 등장 
“ 많은 사람들 모여… 주최 측 예상 넘는 돌발 행동”

집회 현장마다 출몰해 경찰을 조롱하고 과격행위를 일삼는 전문 시위꾼이 정말 존재할까.

지난 18,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세월호 유족 21명을 포함한 100명을 연행했다. 이 중 학생 6명을 훈방 조치하고 5명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집회에 대해 ‘경찰의 과잉진압’이냐 ‘폭력시위’냐 라는 논란이 일었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대포와 캡사이신이 들어간 물을 살포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막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 차벽이 이미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난 만큼 과잉진압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기동버스의 유리를 깨트리고 차에 낙서를 하는 등 경찰장비를 훼손하고 경찰관을 폭행했다며 폭력시위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또 각 지방청에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폭력시위 주동자를 색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법 폭력집회 만드는
선동꾼 존재하는가?

보수단체들도 폭력시위를 선동한 전문 시위꾼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 시위꾼이 세월호 유가족을 앞세워 반정부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세월호의 정치화를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전문 시위꾼은 어떤 사람들일까.

바른사회 시민회의 유성현 간사는 지난 24일 [일요서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문 시위꾼은 시위 현장마다 나타나는 사람들을 통칭해서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유 간사는 “그들은 특정 단체 소속으로 집회 현장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며 “‘어떤 사람’이라고 특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 시위꾼들은 집회마다 참석해 폭력 시위를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추모 집회의 성격이 희생자 추모에서 정권퇴진 등으로 변질된 것도 이들의 활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 간사는 “전문 시위꾼들의 이러한 행동은 그동안 여러 시위현장에서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문 시위꾼들이 폭력시위를 조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유 간사는 “무조건 집회의 형태를 정치투쟁으로 바꿔서 정부정책의 발목잡기를 시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수 언론들은 ‘전국교직원조합’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의 단체가 전문 시위꾼이라고 주장했다. 시위 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해당 단체들이 집회 분위기를 주도해 참가자들이 ‘정권 타도’를 외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들은 많은 단체들이 ‘4·16연대’에 소속되는 와중에 전문 시위꾼이 모여 있는 단체들이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전문 시위꾼은 시위 현장마다 출연해 정권퇴진을 외치면서 폭력행위를 주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전문 시위꾼이 폭력 시위로 변질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지난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다친 시민들이 계속 생겼다. 경찰의 부상과 장비 파손은 경찰 지휘부의 반인권적 진압 계획이 낳은 결과”라고 밝혔다.

 경찰 기물 파손·폭행
“개별적 불법행위”

그러나 그날 집회 현장에서 경찰 기동버스를 훼손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일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무엇 때문에 이러한 과격 행동을 한 것일까.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집회의 경우 워낙 많은 참가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집회 주최 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탈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개인의 일탈 때문에 집회 전체를 불법화시킨다든지 집회 주최자에게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사실상 대규모 집회를 할 수 없게 된다”면서 “외국의 경우 개인의 불법행위를 집회 주최 측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법률이 발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박 변호사는 불법행위를 하는 이유가 경찰의 과잉진압에 있다고도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 경찰이 차벽을 많이 사용했다”면서 “그 당시 형사정책연구원은 차벽 설치가 집회 참가자들을 흥분시켜 불법행위를 유발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나왔는데 차벽을 설치하면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흥분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18일 광화문에서 태극기를 태운 남성을 국기모독 혐의로 추적중에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을 두고 ‘전문 시위꾼’이라는 주장과 ‘경찰 프락치(첩자)’라는 전혀 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남성은 지난 21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범한 20대 남성이라고 밝혔다.

태극기 태운 범인
평범한 20대 청년

이 남성은 “경찰에게 태극기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당시 경찰차에 붙어 있던 A4용지 크기의 종이 태극기를 주워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가와 국기를 모독할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면서 “울분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유족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여러 집회에 참여하는 단골 집회 참석자들이 이번 추모 집회처럼 추모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 틈에서 과격 행동을 일삼았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집회에 참석하는 일반 시민들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 고민이다.

지난 16일 세월호 1주기 집회에 참석한 이모(29·여)씨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회현장에서는 사소한 일에 흥분할 수 있고 군중심리로 인해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전에 이상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순수한 목적으로 모인 시민들 사이에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시민과 유가족에게 피해가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강모(28)씨는 “불순한 의도로 참석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무조건 전문 시위꾼 또는 선동꾼으로 몰고 가는 경찰도 잘못”이라며 “일부 사람들의 일탈 행위를 가지고 전체를 매도하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반발감만 키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시민들도 주위에서 이상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동조하지 말고 자제를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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