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위메프의 매출액 부풀리기 논란을 기점으로 소셜커머스 업계에 시장 선점의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순위 싸움을 위한 출혈 경쟁이 계속되고 있어 시장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위메프는 매출액 공시로 논란이 일자 매출을 600억 원 가량 줄여 수정한 바 있다. 또 위메프를 비롯해 쿠팡, 티몬 등 모두 커진 몸집에 비해 밑진 장사를 하고 있는 상태란 점도 시장 전체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거론된다. 게다가 오픈마켓과의 경계도 모호하다는 점도 소셜커머스의 위협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사 측 “계정분류 오류 실수로 정정했다”
최근 위메프는 2014 회계연도 감사보고서 공시 과정에서 매출액 부풀리기 의혹에 휩싸였다. 공시한 지난해 매출 1843억 원이 쿠폰 할인액을 매출에서 빼지 않고 별도 비용으로 처리해 매출 규모가 커진 것처럼 보이게 한 액수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공시 가이드라인에서 회사가 고객에 부여하는 쿠폰은 고객이 쿠폰을 사용하는 시점에 매출액(직접판매) 또는 판매수수료(위탁판매)에서 차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메프는 기존 감사보고서 작성시 쿠폰 할인 전 가격을 회계상 매출액으로 잡아 실제 매출액보다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위메프는 지난해 매출액을 1843억 원에서 1259억 원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판매촉진비 710억 원 중 쿠폰할인 금액 584억 원을 차감해 정정한 매출액으로 변경한 것이다.
위메프 측은 “자체 검토 과정에서 2014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계정분류 오류가 발견됐다”며 “공시 이후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발견해 실수를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초 쿠팡(3485억 원), 위메프, 티켓몬스터(이하 티몬·1575억 원)의 순위에서 1위 쿠팡, 2위 티몬, 3위 위메프로 바뀌었다. 위메프로서는 꼴찌가 된 것이 확인돼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 셈이다.
더욱이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위메프의 단순 실수란 해명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생긴 일로 보는 것이다. 그동안 업체들 간 뺏고 뺏기는 점유율 싸움이 과열됐기 때문에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메프의 경우 지난해 매출 절반 이상인 998억 원을 판매촉진비, 광고선전비 등으로 썼다.
게다가 업계가 여전히 상위권 순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계속될 만큼 시장이 불안정한 상태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1~3위를 가려내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것은, 시장 선점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실적을 통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바일 쇼핑 시장 성장과 함께 급격히 몸집이 커졌지만, 정작 손에 쥔 것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실태를 두고 시장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도기라는 분석도 있지만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커진 몸집 실속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쿠팡, 티몬, 위메프의 지난해 매출은 모두 전년 대비 상승했다.
쿠팡은 138%, 티몬은 37%, 위메프는 134% 매출이 늘었다. 이는 모바일 쇼핑액이 지난해 125% 성장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커진 몸집에 비해 영업이익은 계속 적자상태다.
쿠팡은 1215억 원의 적자를 냈고,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246억 원, 290억 원의 손실을 봤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의 자본총계 마이너스 규모는 더욱 커져 실적을 공개한 2011년 이후 4년 연속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쿠팡은 2013년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다가 지난해 부채를 상당 부분 털어내면서 자본총계가 플러스로 전환됐다.
게다가 오픈마켓과의 경계가 애매해지고, 글로벌 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예고되고 있어 시장을 선점해놓지 않으면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높아 보인다. 다수의 업체가 함께 생존하기에는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뿐만 아니라 티몬의 경우 벌써 3번째 매각이 진행되는 상태고, 쿠팡은 거액을 투자한 직배송 서비스 ‘쿠팡맨’이 위법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각 업체별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에 한순간에 흑자전환이 되기는 힘들다”며 “이제는 투자 유치 등에 쏟는 노력을 영업이익 성과로 보여주고, 내실을 다져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스] 100억대 소송… 쿠팡 vs 위메프
손배소 소송가액 103억 원으로 증액
소셜커머스 쿠팡이 위메프와의 소송가액을 상향조정해 100억 원대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기존 소송가액 1억100만 원에서 103억 원으로 100배 이상 상향 조정한 것이다.
앞서 쿠팡은 2014년 위메프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쿠팡이 제기한 소송은 위메프가 2013년 유튜브에 올린 광고 영상에 대한 것이다.
양사의 싸움은 위메프가 광고영상에서 쿠팡의 김범석 대표이사와 홍보모델 전지현을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광고에 등장하는 ‘구팔’, ‘지현이도 범석이도 최저가는 위메프다’는 대사가 쿠팡과 당시 쿠팡 모델인 배우 전지현, 김범석 쿠팡 대표를 우회적으로 표현해 문제가 된 것이다.
해당 광고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장·비방광고'로 시정 명령을 받았다. 이후 쿠팡은 2014년 위메프의 광고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했다.
쿠팡 측은 “금액적인 차원을 떠나 동종업계에 있으면서 더 이상 불공정한 거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며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고 올바른 경쟁을 하자는 취지다”고 밝혔다.
이에 위메프 측은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과 경쟁사 간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우려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