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병원 수술실 무슨 일이?
은밀한 병원 수술실 무슨 일이?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4-27 09:30
  • 승인 2015.04.27 09:30
  • 호수 1095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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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 그곳에서 막말…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병원 내 은밀한 수술실. 그곳에서 환자가 잠든 사이 무슨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유령 의사의 대리 수술, 의사의 성추행과 더불어 의료진의 막말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수술실에 초소형 녹음기를 가지고 들어간 환자에게 의료진이 “트렌스젠더 같다” “음흉하게 생겼다” 등의 막말을 한 것이다.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일을 경험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병원 의료진은 “일터에서 직원들끼리 나눈 수다”라고 일축했다.

“음흉” “미친놈” “트렌스젠더 같아”… 충격받은 환자들
병원 “불법 녹음 문제… 전자기기 문제 생길 수 있다”

최모씨는 2013년 1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성형외과에서 양악·턱 수술을 받았다. 위험한 수술을 동시에 받는다는 사실에 불안했던 그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인터넷에서 초소형 녹음기를 구입했다. 최 씨는 수술을 받던 날 초소형 녹음기를 가지고 들어갔다. 그 녹음기에는 충격적인 말이 녹음돼 있었다.

의료진은 최 씨에게 전신마취를 한 직후부터 막말을 시작했다. 그들은 최 씨의 허벅지를 보며 “엄청 말랐네. 허벅지 만져봐”라고 말했다. 또 최 씨의 성기를 보고는 “포경 수술은 안 했네? 얼굴은 많이 했는데… 가지가지 했네”라며 비웃었다. 뿐만 아니라 최 씨에 대해 “이상하게 생겼다” “음흉해” “말투도 이상해. 트렌스젠더인 줄 알았다” “여자친구도 (성형)수술한 애야, 끼리끼리 논다” “미친놈 내 아들이었으면 호적에서 팠다” 등의 막말을 내뱉었다.

녹취록을 듣고 충격을 받은 최 씨는 바로 병원에 항의했지만 의료진은 “그런적 없다”고 발뺌했다. 녹취록이 있다고 말하자 병원은 법무팀을 앞세워 수술실 대화는 법적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씨는 해당 녹취록을 지난 19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 공개했다.
방송이 나간 직후 “나도 최 씨처럼 수술 도중 의료진 막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환자들이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의료진의 막말이 단순히 해당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제왕절개 수술 임산부에게
“배 좀 봐 사람 배 맞아?”

지난 21일 만난 A(32·여)씨는 2년 전 제왕절개 수술을 받던 당시 자신의 배를 비웃었던 의사들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며 입을 열었다. 예정일이 지나도 출산 기미가 보이지 않자 A씨는 의사와 상의한 끝에 제왕절개를 결심했다. 출산의 아픔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살짝 안심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수술 중 수면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의료진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A씨가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A씨의 배를 보며 “와 이 배 좀 봐. 이게 사람 배야?” “얼마나 처먹었기에 배가 이 모양이야”라고 말하며 비웃었다. 이 말을 모두 들은 A씨는 상처를 받았다. 수술 다음날 A씨는 병원장을 찾아가 이 같은 사실을 말하며 항의했고 원장의 사과를 받았다. 하지만 수술 당시 들었던 비웃음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A씨는 “환자를 보고 의사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수면마취에 빠졌다면 이 사실도 모르고 고마워했을 것”이라며 분을 삼켰다.

지난해 서울의 모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B(25·여)씨도 의료진들의 막말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 21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가을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아픈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수면마취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의사들이 환자를 마취시켜 놓고 성희롱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수술할 때 가방과 짐들을 모두 가지고 들어가 침대 아래에 놓는 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켜놓고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온 B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된 파일을 재생시켰다. 수술방 의료진들은 수면마취에 빠진 B씨를 앞에 두고 외모평가부터 성격에 대한 비난까지 가했다. “(수술)해봤자 못난 얼굴” “얘는 전신(성형)을 해도 예뻐질까 말까” “말하는 거 봤어? 싸가지 없다” “부모가 그런 식으로 가르쳤나” “지가 못난 걸” 등의 발언이 녹음된 것이다. 화가 난 B씨는 다음날 병원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오히려 병원 측은 “수술실에서 녹음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B씨를 압박했다. B씨는 “너무 분하고 화가 났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의사들은 기본적인 인성교육부터 다시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마취 후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여성 환자의 나체를 외부인에게 보여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회사 영업사원 김모(34)씨는 몇 달 전 병원을 찾았다가 수술실을 보여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평소 수술실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김 씨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 씨가 들어간 수술실에는 마취 된 여성이 나체로 누워있었다. 환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김 씨는 당황했다. 그러나 의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김 씨에게 “피부 좋은 것 봐라” “역시 어리니까 예쁘다” “가슴 수술했나?” 등의 말을 건넸다. 김 씨는 “나체의 환자가 누워있는데도 외부 사람에게 수술실을 공개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날 이후로 주변 사람들에게 대학병원을 추천하고 있다. 개인 병원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알 수 가 없다”고 말했다.

일터에서 나누는 대화
녹음기 반입 위험하다

‘수술실 막말논란’에 대해 의료진의 입장은 어떠할까. 의료진은 자신들의 막말이 녹음된 녹취록이 있더라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다. 뿐만 아니라 B씨의 경우처럼 오히려 ‘불법 녹음’임을 강조하며 항의 방문한 환자를 몰아세우기도 한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모 병원 수술실 간호사는 “의료도 사람이다 보니 간혹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모든 의료진들이 환자에게 몹쓸 말은 하는 것이 아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면서도 “수술실에서는 금속물질의 개인 소지품 허용이 금지된다. 수술 기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녹음기를 가지고 들어갔다가 사고가 나면 보상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의료진에게는 수술실이 일터”라며 “당연히 그곳에서 일상적인 대화, 또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희롱, 막말 등은 잘못된 것이지만 단순히 환자에 대한 대화까지 문제를 삼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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