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회전문 인사
kdb산업은행 회전문 인사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4-27 09:20
  • 승인 2015.04.2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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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조선 - STX - 대우조선은 조선사관학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돌려막기 인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적의 근거는 간단하다. 산업은행의 영향권 내에 있는 대한조선과 대우해양조선, STX조선해양의 사장 인선 내용이다. 정성립 STX조선해양 사장은 대우해양조선으로 갔고, 정성립 사장의 이동으로 느닷없이 공석이 된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자리는 대한조선의 이병모 사장이 들어갔다. 대한조선에는 한성환 대우조선해양 전무가 대표이사 사장으로 추천됐다. 모두 다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있는 조선업체 대표이사들의 자리이동인 것이다.
 
노조 등 “산업은행이 입김 강화하려 꼼수 부린다”
산업은행 “능력이 최우선…출신이 무슨 상관이냐”
 
산업은행이 단행한 조선업계 대표 인사가 돌려막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윗돌을 빼내 아랫돌을 괴는 모양새라거나 대한조선부터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순서로 줄 세우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실제 산업은행은 이병모 대한조선 사장을 STX 조선해양 사장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앞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으로 정성립 STX 조선해양 사장을 추천한 뒤 비슷한 맥락으로 이루어진 인사다. 
 
시기도 정성립 사장을 대우조선해양으로 추천한 지 불과 1주일 만이었다. 산업은행 측은 당시 “STX조선해양의 경영 공백 최소화와 당면한 현안 해결을 위해 신속하게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또 정성립 사장은 5월 29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6월 1일 정식 취임할 예정이었으나 최고경영자 부재에 따른 수주 부진 등 경영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다음달 1일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놓고 보면 이병모 사장과 정성립 사장은 자신이 맡은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일하다 말고 뜬금없이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동종업계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이병모 STX 조선해양 사장은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대우조선해양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11년 6월부터 대한조선을 이끌어온 경력이 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회생채권 가운데 상거래채권을 모두 갚았다. 
 
지난해 성과를 살펴보면 매출 3883억 원을 달성했고 2013년에 비해 176%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564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총계는 6594억 원으로 2013년과 비교해 44.2% 증가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후보자는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조선해양 대표, 대우정보시스템 대표를 거쳐 2013년부터 STX조선해양을 이끌어 왔다. 
 
돌려막기라는 비판의 방점을 찍은 것은 대한조선 대표다. 대한조선 사장은 당초 영향권 내 조선사들의 CEO 인적자원을 활용한 산업은행의 돌려막기 인사 카드가 사실상 소진돼 내부 승진을 전망했지만 산업은행의 돌려막기는 끝나지 않았다. 
 
대한조선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한성환 대우조선해양 전무를 대표이사 사장에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성환 전무는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대우조선해양 생산부문장을 역임했다. 
 
결국 산업은행 관리 아래 세 회사의 대표 선임이 완료되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대한조선으로, 대한조선 사장이 STX조선해양으로, STX조선해양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조선은 법정관리 과정이긴 하지만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으로 사실상 산업은행이 주인 격이다. 또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도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수많은 비판들
 
이쯤 되자 조선회사들 사이에선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춰지지 않는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산업은행이 우월적 행태의 독선을 보인다는 비난도 흘러나온다. 
 
대우조선해양노조는 정성립 사장 인선이 진행된 직후 “매출 15조 원의 건실한 대우조선해양을 좌초의 위기로 내몰았던 산업은행이 올바른 인사검증을 거친 내부인사 선임이라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묵살하며 벼락치기로 외부인사인 정성립 사장을 추천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현대중공업과 같은 희망퇴직 등 인적 구조조정을 시도하려는 의도와 함께 대우조선 매각을 앞두고 산업은행의 대변인 역할에 적합한 사람을 선정한 행태”라며 “삼우중공업, 대한조선 등 산업은행이 떠안은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로 대우조선해양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또 다른 조선업 관계자들 중 일부에선 산업은행의 돌려막기 식 인사는 대한조선과 마찬가지로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은 STX조선해양을 대우조선해양의 책임으로 돌려 간단히 해결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더욱이 대한조선에서 STX조선해양으로, STX조선해양에서 대우조선해양으로 옮겨간 모양이 “다들 1계급씩 특진한 것이냐”면서 “산업은행은 조선업계 사관학교를 만드는 것 같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적임자를 찾는 과정이 다소 어려웠을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공감을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는 부분에서도 많은 관계자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어 “적임자라고 불릴 만큼의 성과를 보여준 바 있는 베테랑들이 인선됐지만, 다시 생각해봤을 때 어차피 자리만 옮길 것이라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적응 기간 없이 회사를 성장시키면 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산업은행 측은 출신이 그렇게 중요하냐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각각의 회사에 누가 가장 적임자인지가 어디 출신인지 보다 중요한 부분이다”라면서 “적임자가 나타났는데 출신 때문에 배치할 수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어차피 대표이사 자리는 변화가 있는 자리”라면서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니겠냐. 돌려막기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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