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당한 진료내역서…해결책은 오리무중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건강보험증 대여·도용으로 인한 부당 수급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당 수급 사례와 액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등 여러 가지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일요서울]은 이러한 문제의 실제 사례와 줄줄 새어나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담금을 조사해봤다.
대여·도용 등 연간 예산 4천억 누수 추산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엔 15년 째 찬반 갈려
사례 - 1
지난해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진료내역 통지서를 받은 A씨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은 받지도 않은 진료 내역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는 도용 피해 사실을 공단에 신고했고, 공단은 도용자 B씨가 C의원에서 매주 2회씩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도용자 B씨는 주민등록말소 이후 A씨의 주민번호를 도용하여 2009년부터 652건 진료를 받은 사실이 추가 적발됐다. 당시 환수된 공단부담금은 600만 원이었다.
사례 - 2
건강보험자격이 없는 외국국적동포(조선족) 박모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던 중 떨어진 지갑을 하나 발견했다. 해당 지갑은 도용피해자 최모씨가 분실한 지갑으로 신분증 등이 들어 있었다. 이를 습득한 박씨는 최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약 90회 정도 진료를 받았다. 최씨는 당시 출국 기간이었다. 결국 출국 기간중 진료를 수상히 여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로 부정수급이 확인됐고, 부당이득금은 133만 원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에 건강보험증 대여·도용으로 인한 부당수급 적발 건수는 4만5187건, 금액은 13억200만 원이다. 2010년과 비교해 건수는 42.7%, 금액은45.5%가 증가한 수치다.
2010년부터 5년간 일어난 부당 수급 사례를 모두 더하면 총 17만 건(48억 원)에 이른다. 특히 건강보험증 대여·도용은 70% 이상이 친인척·지인 간에 은밀히 이루어지고 외국인의 경우 불확실한 실거주지 등으로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
또 이러한 부당 수급으로 인한 지출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2012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재외국민이 152만 명인데 반해 건강보험 가입자는 38%인 58만 명에 불과하다.
가입자들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가 46만8085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가입자 가운데 상당수가 가입자 명의를 도용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했을 때 부당 수급으로 나가는 금액은 최대 4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더군다나 환수금은 이에 못 미치는 것이 실정이다.
종합해보면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으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에서 연간 4000억 원의 금액이 누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및 재외국민만 계산한 단순 계산도 이러한 수준인데 내국인의 부정수급 규모를 더하면 실제 누수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해결 방법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증 대여·도용을 막기 위해 2013년 7월 발의된 요양기관에서 본인확인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서 답보 상태다.
해결방안은 어디에…
또 다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전자건강보험증(IC카드) 도입 역시 2001년부터 이뤄져 왔으나 15년째 반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오는 7월까지 4개월간 6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IC카드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밝힌 연구 용역의 이유는 ▲국민과 요양기관의 편의 도모 ▲건보증 대여 등 진료기록 왜곡 방지 ▲종이 건강보험증의 경제적·환경적 문제 해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이 오히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낭비를 심각하게 만든다”거나 “개인정보유출 문제를 해결하려다 더 큰 개인정보 유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건강보험증 발급은 자격변동이 있을 때마다 우편으로 발송하는데 지난해 2000만 건이 발급됐으며, 57억 원이 소요된 바 있다. 전자건강보험증으로 교체하면 교체 비용을 비롯해 시스템 유지관리 등 소요비용이 종이 건강보험증을 넘어선다는 주장이다.
한 병원관계자는 “사실 전자건강보험증이 아니더라도 주민등록증 등을 의무화 하면 부당 수급 문제를 어느 정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전자건강보험증이 발급되면 더 많은 정보가 담길 테고, 온라인상에서도 유출가능성이 없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들의 우려와는 정 반대의 의견을 피력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전자건강보험증을 이용하면 무자격자 진료를 사전에 차단하고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을 방지해 재정누수 방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연구용역을 통해 IC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등 추후 세부계획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화 전자건강보험증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병원에서 개인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방법이 거의 전부다”고 전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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