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원격진료는 의사가 모니터를 통해 환자 상태를 보며 진단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또 원격 모니터링은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수시로 정보를 확인하고 맞춤진단을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미국·일본·중국 등 이미 원격진료 팔 걷고 나서
환자정보 유출보다 동네의원 밥그릇 걱정이 우선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전 세계 원격의료 기기 및 서비스 규모는 2013년 약 5000억 원에서 2018년 약 5조 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2025년에는 약 40조 원까지 팽창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재진이 아닌 초진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일본의 경우에도 원격진료가 일부 가능하다. 그러나 초진이나 급성질환에 대해서는 직접 대면진료가 기본이다.
중국도 지난해부터 원격의료에 팔을 걷어붙였다. 닝보 시의 경우 시 전체 인구 760만 명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하는 원격진료도시 계획을 구축했다. 이미 지난달부터 고혈압, 당뇨병, 심리상담과 간단한 질병 등에 대해 인터넷과 모바일로 원격의료서비스를 개시한 상태다.
중남미 등 상대로
국내의료기술 진출
국내 원격의료 시장 역시 전면 도입이 이뤄지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원격의료 이용률이 전체 인구의 20%로 확대될 경우 2조 원 이상의 신규 시장이 창출된다.
더하여 외국인 환자를 겨냥한 영리 병원이 육성되면 그 규모는 11조 원에 달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10만개가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원격의료 전면 도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원격의료 도입을 뼈대로 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그간 의사와 의료인 간에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원격의료를 의사와 환자 사이에도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해 결과를 입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정부는 해외로 뻗어나가는 원격의료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난 20일 열린 한·페루 정상회담에서도 국내 기업의 중남미 원격의료 진출과 관련한 협약이 화제로 떠올랐다. 일부 병원은 양국 간 원격의료 공동 시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와도 의료인 간 원격협진을 지원하고 나섰다. 아부다비와는 해외유치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 간 진료기록과 지침 등을 표준화하기로 했다. 중동을 대상으로 의료에도 한류열풍을 일으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녹아있는 셈이다.
의협 등 반대로
법안 계류된 상태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매우 늦다. 특히 원격의료 전면 도입은 의사들의 심한 반발에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의사협회가 내세운 반대 이유는 원격의료시스템 해킹 등 기술적 안정성 부족이다.
의협 측은 “환자의 건강정보가 악의적으로 위·변조돼 잘못된 정보의 근거처방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 “또 소프트웨어 내장 의료기기의 오작동 가능성으로 인해 환자 생명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속내에는 자칫하면 동네의원이 말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대형 진료기관에 속하지 않은 개원 의사들의 경우 원격의료 전면 도입 시 곧바로 불리한 처지가 된다. 이로 인해 삼성 등 대형병원과 동네 개원의들의 환자 유치에 균형이 깨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된다.
더불어 유독 의료계는 타 산업과 달리 표준에 대한 준비가 매우 부족하다. 현행 국내 의료법은 환자정보의 전송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병원과 기업들은 국제표준에 관한 의식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더라도 원격의료 수출에 걸림돌이 많은 실정 역시 문제다.
일각에서는 원격의료가 전 세계에서 일상화될 움직임이 보이는 만큼 단순히 전면 도입을 고민하기보다는 도입 그 이후를 궁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사들이 주장하는 환자정보 유출이나 오진과 같은 부분은 원격진료뿐 아니라 일반진료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에 굳이 원격진료만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관계법과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는 상태”라며 “의료행위와 신기술의 접목을 두고 국내와 해외 간 온도차가 벌어진 것은 사실이며 이에 따른 이해관계도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