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주목받는 가운데 계열사인 SK네트웍스의 약세에 대한 눈길이 쏠리고 있다. SK네트웍스가 내건 신성장사업은 렌터카·패션·면세점으로 이를 통한 도약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중 어느 하나도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SK네트웍스를 향한 기대감이 저하되는 상황이다.
KT렌탈 인수전 탈락에 렌터카 계획 흔들려
연말 면세사업 만료…신규 사업권 확보도 불투명
현재 SK네트웍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에너지 및 자동차(E&C), 종합상사, 정보통신 부문이다. 이외에 패션, 호텔, 면세점 등도 꾸준한 사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마진으로만 따지면 E&C 등 기존 주력사업에 추가 기울 수밖에 없다.
세부적으로 보면 SK네트웍스가 영위하는 사업은 지난해 매출 기준 E&C 44%, 상사 27.9%, 통신 20.8%, 패션 2.6%, 워커힐 2.4%, 기타 2.3%다. 호텔과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는 워커힐과 패션부문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옥중 회장 공백
롯데에 밀려
문제는 SK네트웍스가 자동차생활(렌터카)·패션·면세점을 3대 신성장사업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아직 비중이 높지 않은 만큼 가능성을 키워 주력사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발현이지만 악재는 곳곳에 산적해 있었다.
먼저 렌터카의 경우 SK네트웍스는 지난 2월 KT렌탈 인수전 탈락 이후 눈에 띄는 해법이 없다시피 하다. 매물로 나왔던 KT렌탈은 렌터카 시장의 대어였다. SK네트웍스는 이를 인수해 신성장사업을 키우겠다며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으나 막판에 롯데그룹에 KT렌탈을 속절없이 빼앗겼다.
사실 SK그룹이 탐나는 매물을 놓친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는 것도 한몫했다. 인수·합병(M&A) 특성상 작전을 지휘해야 할 오너의 공백이 부각되면 라이벌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SK그룹의 패인을 비슷한 곳에서 찾고 있다. 이는 과거 SK그룹의 수많은 M&A 노하우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취약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SK그룹은 대표계열사인 SK텔레콤 등의 M&A를 통해 크게 성장해 왔다.
이에 SK그룹 측은 옥중에 있는 최 회장의 특별사면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 중이나 아직은 뚜렷한 기미가 없다. 상황이 지속되면 당분간 SK네트웍스를 비롯한 SK 전 계열사 사업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은 명약관화다.
경쟁 후보군
모두 쟁쟁해
또한 면세점의 경우 현재 보유한 워커힐면세점의 사업권이 반년 후인 올해 11월 만료되면서 뿌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들여다보면 기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인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동화면세점, 워커힐면세점 중 올해 사업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 본점·월드타워점과 동화, 워커힐이다. 롯데 코엑스점과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사업특허를 연장해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SK네트웍스는 오는 7월 서울 시내면세 사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면세점 대전 특성상 경쟁 후보군은 그야말로 만만찮다.
관세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3곳 중 2곳은 대기업에 주어지고 1곳은 중소기업에 돌아간다. 대기업 후보군에는 SK네트웍스뿐 아니라 컨소시엄으로 경쟁력이 높아진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롯데, 현대백화점,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등이 포진해 있다.
특히 경쟁사들은 그간 SK네트웍스가 내세웠던 운영 노하우에다 좋은 입지까지 확보하면서 치열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사실 광장동 쉐라톤워커힐 호텔 내에 있는 워커힐면세점은 시내와 워낙 멀어 숙박객이 아니면 접근성이 상당히 불리한 편이다. 이에 SK네트웍스는 광화문·홍대 등에 새 입지를 선정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신라-현대산업 컨소시엄은 시내와 근접한 용산 아이파크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 계획을 발표했고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현대 무역센터점,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명동 본점을 앞세웠다. 또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에 쇼핑부터 엔터테인먼트까지 모두 가능한 면세점을 기획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SK네트웍스가 시내 면세점 전쟁에서 밀리면 자신만만하게 발표했던 3대 신성장사업 중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는 셈이다. 그나마 패션은 국외 캐주얼브랜드 등을 론칭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중이지만 전체적인 이익은 크지 않다.
냉정한 증권가
전망치 낮춰
이에 증권가에서는 SK네트웍스에 대한 전망치를 낮추며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SK네트웍스의 목표주가를 1만5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휴대폰과 패션 등 주력 사업부문 이익 개선이 지연되면서 상반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의 주력사업인 휴대폰과 유통 사업부문 실적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면세점 확장으로 호텔 사업부 실적도 부진했다”면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2% 감소한 379억 원이 예상되며 상반기에 빠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NH투자증권도 SK네트웍스의 목표주가를 1만20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낮췄다. 홍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부진, 유가 하락 등과 더불어 워커힐면세점 확장 공사로 인한 식음료 영업에 일시적 차질이 생겼다”면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8%,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연구원은 SK네트웍스의 시내면세 사업권에 대한 가능성은 계속 열어뒀다. 이에 반해 타 증권사들은 SK네트웍스보다는 신라, 현대, 신세계 등을 유력 후보로 꼽아 향후 면세사업자 선정 결과가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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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