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방산비리 사건이 터지고 있다.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의 방산비리 사건은 화룡점정이었다. 비리 규모에서부터 검찰이 찾아낸 각종 비밀서류 및 증거자료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었다. 그만큼 방산비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했다는 증거다. 방산비리의 주 대상은 군수물자였다. 즉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유사시 군인들이 직접 사용하는 물자들이다. 이러한 군수물자 거래가 비리에 물들었다는 것은 국가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는 것과 같다. 이런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법무부와 군수물자 조달방식을 내용으로 하는 MOU를 맺어 주목을 받고 있다.
수형자 늘어나는데 교도소에서 시킬 노역이 없어
방위사업청·법무부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사업 추진
지난 12일 방위사업청과 법무부는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는 수형자를 동원해 군수물자를 생산해 조달하는 방식의 양해 각서를 다음달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군 당국은 원하는 군수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수형자들은 사회복귀능력과 기술습득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방식”이라며 “관련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창조경제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수물자는
다품종 소량 생산 중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군수물자 일부 품목 공급에 애를 먹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교도소 재소자들을 활용해 군수물자를 생산할 경우 일반 기업에서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것보다 생산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재소자들의 군수물자 생산을 결정했다.
군수물자는 그 특성상 다품종 소량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입찰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입찰을 해도 계속 유찰돼 수의계약을 하다 보니 업체계약을 맺고 물건을 생산한 뒤 실제 물건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민첩성이 생명인 군대 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었다.
또 저가경쟁으로 인해 수익률이 낮은 품목의 경우 업체들이 아예 생산을 꺼리고 있는 상황도 군수물자의 교도소 생산에 한몫했다. 국방 당국 관계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당수 군수품의 경우 방산업체들이 입찰을 꺼리면서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교도소 작업장 350여개
수형자 1만 명 작업 가능
현대 군대에서 조달이 여의치 않은 군수품은 2013년 기준 1만6000여 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들이 물을 마시는 수통과 해·공군의 전투화에서부터 전투기의 항공전자장비에 탑재되는 주요 부속, 통영함 비리를 통해 실체가 드러난 수상함구조함의 음파탐지기 구성부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이 사용하는 거의 전 품목이 망라돼 있다.
법무부는 수형자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에서 MOU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전국의 교도소에는 충분한 노역거리가 없어서 교도행정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참여하는 업체는 많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군수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방위사업청으로서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제품 생산이 가능한 교도소 내 재소자들의 군수물자 생산참여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한마디로 방위사업청과 법무부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진 셈이다. 현재 전국 교도소에는 350여 개 작업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형자는 1만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 저해’ 우려
‘방산 비리 대안책’ 부상
사실 방위사업청의 이번 발표는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정부의 정책과는 상반되는 계획이다. 게다가 품질 문제가 일고 있는 군수물자에 대해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닌 생산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강구한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도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방산업체·방산물자 지정으로 인한 폐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올 초 감사원은 지난 5월~7월 방위사업청과 각 군 본부,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5년간 67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청이 방산업체의 설비투자비는 과도하게 보상해 주고, 경쟁이 가능한 군수품도 독점적 납품이 가능한 방산물자 자격을 유지시켜줬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독점 납품권 보장, 부가가치세 ‘영세율(0%)’ 적용, 원가 산정시 실비 보전 등의 혜택이 제공되는 방산물자 지정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관련 규정을 어기고 방산진흥국장이 마음대로 결정해 처리토록 했다.
방산진흥국장이 결정권을 갖고 처리한 방산물자는 2006년 방사청 개청 이후 올해 4월까지 지정된 449개 중 90.6%인 407개에 달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