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노동시장 바깥에 머물러
한국 청년실업도 공식적으로 10% 넘고 체감실업률 25%
[일요서울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우리나라 청년실업이 매우 심각하다. 지난 2월 기준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11.1%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다. 체감 실업률은 22.9%다. 통계에 실업으로 잡히지 않는 취업 준비자나 구직 단념자, 시간제 아르바이터 등을 포함하면 청년 네 명 중 한 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이며 스스로를 실업자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세계 경제의 진행 추세로 굳어진 지 오래다. 따라서 일자리 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 일본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을 왜곡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정규직-비정규직 간 극심한 임금격차에 더해, 노조가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이 고임금을 고수하면서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려 똘똘 뭉치는 것이 한국 노동시장의 주요한 특징이다. 아버지가 고임금의 괜찮은 일자리를 꽉 붙들고 놓지 않으니 아들은 이런 일자리에 진입조차 못하고 실업 상태에서 허우적거리는 ‘세대 갈등’마저 발생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일자리를 놓고 싸우는 격이다.
아버지-아들이 싸우는 형국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사 앞에서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과 고용세습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학생들이 이 자리에 들고 나온 펼침막에는 "형님들! 삼촌들!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일자리 좀 나눠 주세요"라는 절규가 적혀 있어 길 가던 사람들의 안타까운 시선을 붙잡았다.
지금 우리 청년들의 삶은 너무나 힘겹다. 취업을 하려면 다양한 스펙을 갖춰야 하며, 그 모든 것을 갖췄다 할지라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세칭 일류대학을 나왔다고 취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며, 고졸자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책으로 추진했던 고졸자 취업 우대가 지금까지 통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갈 일자리 자체가 적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청년실업은 나라를 가릴 것 없이 젊은 세대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심각한 사회적 골칫거리다. 국제노동기구(ILO) 통계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젊은이(15~24세)는 모두 7500만 명이다. 하지만 구직자 수를 뜻하는 이 수치는 노동시장에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고 있는 젊은이 수는 제외한 것이다.
흔히 ‘부자클럽’으로 불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에서 ‘교육, 고용, 또는 훈련 상태에 있지 않은 젊은이(NEET)’ 수는 2600만 명으로 집계된다. 이밖에 개발도상국들 전체의 청년 실업자 수가 2억6200만 명쯤 된다고 세계은행은 추산한다. 이들 두 부류를 합하면 약 2억9000만 명이 되는데, 이는 전 세계 젊은이의 25%에 해당하며 미국 전체 인구에 거의 맞먹는다.
이런 청년 실업자 중에서 일부러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세계은행의 분석이다. 앞에서 말한 2억9000만 명 가운데 약 25%는 문화적인 이유로 일을 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 여자들이다. ‘문화적인 이유’에서 ‘문화’는 여자를 밖으로 내돌리는 것을 엄격히 금하는 이슬람 문화와 여자의 경제활동을 탐탁해 하지 않는 유교 문화를 주로 가리킨다.
설사 취업했다 하더라도 비정규 일자리나 시간제 일자리를 전전하는 젊은이가 많다. OECD 국가의 경우 청년 취업자의 3분의 1이 임시직이며, 개발도상국의 경우 청년 취업자의 20%가 무급 노동을 하거나 비공식 부문에서 일한다. 이것도 취업이라면 취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괜찮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일자리의 성격이 이처럼 취약한 점을 가리켜 노동경제학자들은 “세계 전체로 보아 젊은이의 거의 절반이 노동시장에 덜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학술적으로 풀이한다. 취업했다고는 하지만 일같지 않은 일을 하는 젊은이가 그토록 많다는 것이다.
근년 들어 청년실업의 악화 정도는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서 더하다. OECD의 청년실업률은 30% 증가했고, 그 가운데 스페인은 그 정도가 특히 심해 청년실업률이 10%에서 20%로 두 배 뛰었다. 전문가들은 그 주된 원인으로 2008~2009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꼽는다.
그런 한편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청년실업이 심화되고 있는 데에는 또 다른 원인, 즉 인구의 급속한 증가가 있다.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인구가 늘면 실업이 심화될 것은 뻔한 이치다. 현재 전 세계 젊은이의 절반은 남아시아와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의 청년실업률이 가장 높다.
개발도상국 실업률 높아
여기에 또 다른 원인이 가세한다. 그것은 고용주들이 원하는 직무 역량과 구직 청년들이 지닌 직무 역량 사이의 늘어나는 불일치다. A사장은 X라는 직무역량을 찾고 있는 데 B지원자는 Y라는 역량밖에 갖추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낮은 독일의 경우 청년 직업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도제(徒弟)식 등 직업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러워하며 우리나라로 도입하려는 모범적인 산학(産學)연계 직업교육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상적인 직업 교육 시스템을 갖춘 독일은 예외적인 국가일 뿐이다.
청년실업의 상처는 오래갈 수 있다. 실업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은 이후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훗날 다시 실업자가 될 확률이 높다. 이로 인한 당사자의 경제적 손실도 크지만, 청년실업 완화를 위해 쏟는 국가 차원의 재정부담도 만만찮다.
청년실업이 초래하는 손실 가운데 일부는 젊은이들이 그들에게 요구되는 직업훈련과 경험축적의 기회를 놓친 데서도 기인한다. 그런데 젊은 근로자는 나이든 근로자에 비해 직장을 자주 바꾸는 편이다. 그로 인해 사회 초년병 시절 봉급은 얼마간 오를지 몰라도 이는 직무역량을 축적하는 데 마이너스가 되며 결국 경제 전체 차원에서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청년실업이 초래하는 경제적 손실의 총합은 2011년 기준으로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각국은 청년들을 교육해 노동시장에 편입시키고자 정부와 기업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노력은 분명 청년실업 완화에 희망적이지만 그런 희망을 갖기에는 청년실업의 규모와 정도가 너무 엄청나다.
scottnearing@ilyoseoul.co.kr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scottnearing@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