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롯데그룹은 지난 12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을 제2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불거지는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이날 오전 인기 커뮤니티 카페인 ‘이종격투기 카페’에 ‘롯데월드 공사 현장 바로 밑 지하철, 지금 이시간’이라는 제목과 함께 잠실역 일부 구간의 침수 사진이 공개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15일 현재 해당 사이트에서 사라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같은 날 불거진 잠실역 침수 사진·글 삭제돼
“물이 유입된 상황, 누수 아냐”…시민 불안 여전
12일 오전 8시께 ‘이종격투기’ 카페 ‘엽기사진실’에는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바로 밑 지하철 2호선 현재 상황입니다’로 시작되는 글과 사진이 올라와 주목을 끌었다.
이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은 공개한 사진보다 훨씬 물이 많다고 설명하며 이곳이 공사 현장 바로 밑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 누리꾼은 “이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인 제2롯데월드(와 관련) 서울시에서는 공사 중지와 더불어 건물 폐쇄 명령을 내려야 됩니다”라며 우려 섞인 글을 남겼다. 또한 이 누리꾼은 “비단 제2롯데월드를 방문하는 것을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거 같습니다”며 주변사람들에게도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태인만큼 서울시가 조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의 안전사고와 관련해 허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안전 우려로 아쿠아리움을 잠정폐쇄 조치 시켰다.
이 게시글에 댓글을 단 누리꾼들은 “또 터졌나. 역시 위험하다” “롯데월드 주변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 “롯데는 속 타겠네” 등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연의 일치?
그런데 이 게시글이 삭제 돼 그 배경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본지도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카페 글을 찾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15일 현재 ‘엽기사진실’엔 ‘해당 글은 삭제된 글입니다’는 글만 적혀 있다. 취재진이 15일 현장을 찾았을 때도 현장은 이미 정리된 상태였다. 사다리도 치운 상태였다.
오히려 16일 다른 블로그에 링크된 사진을 통해 이종격투기 카페에 올라왔던 글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의혹은 해당 블로그의 댓글을 단 누리꾼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했다.
이 블로그에 댓글을 단 누리꾼들은 “어느 포털에서도 기사를 찾을 수 없는데 역시” “이글 퍼다 나릅시다. 정말 어디에도 기사를 찾아볼 수 없네요”등의 글로 게시글 삭제에 대한 의구심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왜 이 사진이 삭제된 것일까. 제2롯데월드 안전사고가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게시글과 사진이 사라진 이유는 롯데그룹이 이날 오후에 내놓은 정책자료에서 일부 실마리가 풀렸다.
왜 삭제됐나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집무실과 함께 롯데정책본부를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전 결정은 신동빈 회장이 최근 롯데월드타워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내렸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오후에 있을 발표와 관련해 논란이 될까 선수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그러나 사실 확인은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새 건물도 처음 오픈하면 약간의 유지보수와 하자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아파트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있듯이, 어떤 백화점이든 아파트든 조금씩 시멘트가 갈라지는 부분이 있고 약간의 물이나 배수관의 위치가 비뚤어져 바로잡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누수’라는 표현에 대해선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누수란 단어에 민감하다. 예전 수족관도 마찬가지였고, 누수란 표현 자체에 아쉬움이 있다”고 전하며 “이런 일들이 타워와 별개의 위치에서 벌어져도 제2롯데월드라고 하면 하나로 묶이다보니 불안이 증폭되고 가중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2일에도 제2롯데월드 지하주차장 정산소 근처 천장에서 물이 새는 사고가 발생해 더욱 민감해 하는 듯 했다. 당시 주차장에는 차들이 우회해야 할 정도로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고여 있었고, 누수 관련 문제를 접수한 담당자들은 현장에 나와 즉시 점검조치에 들어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역의 강수량은 28mm에 불과했다. 빗물로 인한 누수의 경우 평균 강수량이 200mm이상 달하는 장마철일 경우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안전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상태였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지난 2일에 비가 조금 내렸을 때 일시적으로 조금 많이 내렸던 시간이 있다. 그 점검보호구를 통해서 점검구 배수관 위치가 조금 잘못돼서 그 위치를 통해 물이 잠시 유입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한 시민은 “공사가 진행 중인데 계속해서 사고가 나니 겁나는 게 사실이다”면서 “오너가 집무실을 옮긴다고 안전 불감증이 사라지지 않는 만큼 안점점검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롯데월드타워는 착공한 지 4년5개월 만인 지난달 100층을 돌파했다. 올해 말 외관 공사가 마무리되면, 1년 동안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거쳐 내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