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배우 안성기, 중년남자의 자화상 담아낸 국민배우의 연기열정
[스타인터뷰] 배우 안성기, 중년남자의 자화상 담아낸 국민배우의 연기열정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4-20 10:31
  • 승인 2015.04.20 10:31
  • 호수 1094
  • 3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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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배우 안성기가 오랜만에 멜로 장르에 도전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특히 그는 중년 부부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금까지 16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영화배우의 길을 개척해온 인간 안성기를 만나봤다.

지난 9일 영화 ‘화장’이 비로소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베니스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극찬을 받으며 거장 임권택과 안성기의 재회에 영화계의 시선이 쏠린 바 있다.

이날 배우 안성기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그간의 연기 인생에 대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촬영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개봉하니 촬영 당시 오 상무 캐릭터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그때의 힘든 기억이 떠올랐다”며 “마침내 개봉되니 반갑고 기왕이면 조금 더 사랑받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안성기는 “이번 작품은 굉장히 사실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중년 남성의 심리를 다루는 작품에 보통 환타지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좀 더 아름답게 꾸며진다거나 장밋빛으로 끝낸다”면서 “하지만 영화 ‘화장’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자화상을 표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화장’을 선택한 데에는 자신의 취미가 한몫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래 단편소설을 많이 읽는다. 국내 단편소설들은 영화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단편의 구성은 짧지만 엑기스가 모여 있는 이야기들이다. 거기서 대사 등이 재미있다”며 “공부를 위해서라도 단편을 많이 읽는데 특히 이상문학상 전집은 모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1년 전 김훈의 ‘화장’을 보고 영화화하면 참 매력적이겠구나 생각했다. 생각과 나이대도 비슷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우연히 제작에 연이 돼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독 멜로물을 피했던 안성기였지만 시나리오의 매력 때문일까 과감히 베드신을 소화해냈을 정도다.

안성기는 “멜로드라마의 소프트한 것은 안 해본 것 같아요. 친구 딸과 사랑을 즐기는 그런 영화도 있었지만 예전에 ‘피아노 치는 대통령’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면서 “이번 작품은 일반적인 멜로드라마와는 좀 다르다. 감정들에 힘이 들어가서 사랑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갈등하면서 감정들이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랑이야기는 잘 못할 것 같다”며 여전히 멜로물은 어렵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살아온 것에 대해 늘 고맙게 생각하는 그다. “영화배우는 참 좋은 직업인 것 같다. 단, 잘 됐을 경우다. 배우로서 잘 안됐을 경우 인지지도 없고 돈도 벌기 괴로운 일이지만 잘하고 싶은 최고의 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셔서 계속 영화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는 겸손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늘 연기를 위한 열정 덕분인지 국민배우라는 호칭에도 감사함을 담았다. 안성기는 “국민배우라는 호칭에 예전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배우로 불리는 만큼 실망 시키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며 “꼼짝없이 잘 살아야 된다는 것도 있지만 내가 더 적극적으로 잘 살려고 했다. 나를 위해서 잘 살면 보기도 좋은 것 아닌가. 후배들에게도 계속 연기활동을 하면 이 나이 때도 가능하다는 용기를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한 작품 한 작품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신조다.

더욱이 그는 “지금은 조연도 하고 작은 역할도 하는데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존재감”이라며 “아무리 큰 역을 맡아도 비중을 좌우하지 않는다. 배우라면 존재감에 대해 깊이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todida@ilyosoe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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